피터 터치웰(Peter Tirschwell), IHS Maritime and Trade 전무

▲ Peter Tirschwell, senior director, IHS Maritime and Trade
최근 몇 주 동안 새로운 얼라이언스 결성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최근의 선사 간 합병에 대응해 새로운 얼라이언스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는 잠재적으로 업계의 중요한 발전이지만, 뻔한 이유 때문은 아니다.
곧 마무리될 CMA CGM의 APL 합병과 COSCO-차이나쉬핑 합병 이후, 기존의 CKYHE, G6, 오션3 등의 얼라이언스는 해체되고 2017년부터 ChinaCOSCO가 이끄는 오션얼라이언스(Ocean Alliance)와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게 된다.

지난 60여년 컨테이너 정기선 역사에서 지금처럼 급격하게 인수합병과 얼라이언스 구조조정이 진행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이 업계와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부풀려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해운 얼라이언스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동서항로에서 선사 선택의 폭이 다소 좁아진다는 것을 뜻하며 공급사슬 차원에서는 새로운 스케쥴과 기항지 구성에 적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용한 항차 수가 줄어든다기 보다는 각각 다른 선박과 서비스가 다른 스케줄에 다른 항만으로 기항통지를 한다는 뜻인데 이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경쟁이 매우 심한 컨테이너 운임 환경을 바꾸지도 못할 것이다. 컨테이너 스팟 운임은 선복 수급에 따라 급변하고 또 서비스 계약 운임은 스팟 운임에 기반을 둔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것은 단기적인 여파일 뿐이다.

하지만 컨테이너선사들이 비용을 최우선시하는 현재 상황은 얼라이언스를 통한 구조조정 이후 흥미로운 전개를 만들어낼 것이다. 컨테이너선사의 주안점이 현재도, 앞으로도 ‘비용’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선사들이 통합과 관련한 위험에 대해 엉성하게나마 주기적으로 경고함에도 대부분 운송선사은 프리미엄가를 받을 기회, 즉 수익을 최우선에 두고 있지 않다.

얼마 전에 한 헤지펀드 투자자가 필자에게 물었다. 왜 컨테이너 선사들은 포워더들이 프리미엄 가격과 수익을 누리고 있는 소규모 하주시장에 눈을 돌리지 않느냐고. 필자는 선사들이 수년전 소규모 하주시장을 포기했을 뿐만 아니라, 소규모 하주시장 진입은 선사의 집중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는데, 현재 그들은 그런 결정을 내릴 것 같지 않다고 대답했다.

선사들이 현재까지 가격에 관해 채택해온 입장을 보면, 더 높은 가격 책정을 한다 하더라도 대형 컨테이너 선사들 사이에서 위와 같은 생각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프리미엄 수익에 대한 기회를 찾고 그 기회를 잡는 데 필요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는 선사들 대부분이 현재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아니다.

오히려 대형 선사들은 비용에 집중하고 있고, 얼라이언스 관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도 바로 비용이다. 현재까지 얼라이언스 관계는 단순히 미화된 공동 운항 합의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흔히 편의를 위해 만족스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잡아 경쟁력 있는 서비스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각 회원 선박 중 보유하고 있는 가장 비용이 낮은 용적 톤수를 공동으로 운영하며 원가절감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이 운영을 더욱 통합할 의지가 있다면 원가절감은 더욱 탄력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육지에 있는 수송기지를 통합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이는 물론 대형 선사들의 독립성을 떨어트리는 행위로, 자존심이 강한 선사들이 받아들이기에 어려운 처방일 뿐만 아니라, 차후 얼라이언스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선사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방법을 찾아 나선 현재로써는, 내륙 쪽 통합은 좋은 기회이다. 그들에게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지난 3월 맥킨지가 출간한 백서를 보면, 론 위도우(Ron Widdows) 전 APL CEO가 이렇게 쓰고 있다. “운항 얼라이언스는 해상 자산에 있어 효과적이지만, 일단 컨테이너 박스가 땅에 내려지는 순간 끝이 난다. 육지에 도착하는 순간, 각 선사는 제각기 갈라선다. 즉, 각자 다른 터미널 합의 조항에 트럭수송 계약, 배차 합의, 철도 합의서, 업무 관리까지 모두 제각기 하게 된다.”

내륙 통합은 화주들 입장에서도 혜택이 있다. 물론 독점이라는 비판을 받겠지만, 내륙 쪽 협력은 LA/롱비치에서 흔히 발생하는 만성 병목 사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 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이 문화적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 같은 선상에 있어야 한다.

OOCL, CMA CGM, 에버그린(Evergreen)이 포함되고 China COSCO가 이끄는 오션 얼라이언스는 그 조건에 부합할 가능성이 높다. China COSCO는 중국에서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고 있는데, 최근 성장세가 부진하긴 하지만 중국은 단연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 운송 시장이다. 코스코와 에버그린은 오랜 파트너이고, OOCL은 전 회장이자 1997년 홍콩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이후 초대 홍콩 행정장관을 지낸(董建華) 덕분에 중국 내 연줄이 좋다. 이 얼라이언스는 여러 정황을 따져본 후 적극적으로 설립된 것이다.

업계의 과도한 캐퍼가 이미 만성적인 현실로 받아들여지는 지금, 추가적인 통합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화물선 선사들이 무시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것일 수가 있다. 맥킨지의 백서에도 쓰여 있듯이 “재정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해상에서의 통합으로 인한 규모의 수익이 얼라이언스사들의 재정 상황을 더 낫게 하는 데 크게 이바지 하지 못했다. 얼라이언스를 육지에서의 영업에도 확장함으로써, 얼라이언스사들이 비용 절감을 하게 될 것이다.”

해운업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업계 선두주자들이 잠시 멈추고 재정비해야 할 시기가 맞다. 바로 이러한 상황과 시기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볼 때, 그 새로운 아이디어가 수익 측면에서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수익은 지나치게 불확실하고 입증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용 측면에서 볼 때, 얼라이언스 관계는 일보 전진하고 모두가 윈윈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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