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2008년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세계경제가 또 다른 대형 악재를 맞게 됐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가 세계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영향에 미치는 것 뿐 만 아니라 글로벌 자유무역에서 일정부분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계기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에 자극받은 일부 EU 회원국의 연쇄 탈퇴 움직임이 있고,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돌풍이 이어지고 있어 글로벌 경제의 굴레에서 이탈하려는 ‘세계화 역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EU를 떠나면 나라를 더욱 부강하게 만들고 영국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로 미국의 일자리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영광 재건을 주장하고 있다.

비록 EU를 이탈하는 국가들이 추가로 나타나지 않고,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는다 해도, 향후 EU나 미국 경제 및 무역정책에서 글로벌 교역의 증진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책흐름을 막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가 주요국들의 보호무역주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세계 해운산업에 커다란 파장이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브렉시트만으로도 해운산업에 커다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llied Shipbroking 선박브로커 회사는 보고서에서 브렉시트로 부진한 세계 경제성장을 더 지속시킬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자유로운 무역거래가 제약되는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교역 감소 등으로 EU·영국 간 탈퇴 협상이 끝나게 되는 2018년까지 영국 GDP가 5.2%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및 EU와 교역 비중이 높은 미국과 중국 등 개도국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환율에도 영향을 미쳐 브렉시트로 투자자들이 미 달러화로 몰리면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날 것이다. 이 경우 EU 등 전 세계가 상대적인 상품가격상승을 겪게 될 것이고, 이는 수요개선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개도국은 상품가격 상승에 의해 경제성장의 동력을 상당부분 잃게 될 것이다. 이는 영국과 유로존 국가들의 수요 감퇴와 맛 물리면서 전반적인 산업생산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브렉시트는 유럽통합회의론을 부추키어 EU에 불만을 갖고 있는 몇몇 국가들의 탈퇴를 더 가져올 수도 있다. 이 경우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이 자국 내 생산, 고용을 강조하면서 보호주의적 정책으로 선회해 자유무역협정을 위기로 내 몰수도 있는 일이다. 이는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무역장벽을 낮추는 모든 노력을 수포로 만들 수 있는 일로, 세계 해상물동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도 심상치 않다. 트럼프 후보의 경제 슬로건은 위대한 미국을 재건하자는 것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미국 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교역은 지원하지만, 미국기업이나 미국인 일자리를 희생하면서 다른 나라의 교역을 증진시키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런 교역에서 이익을 얻는 미국 소비자의 이익에 우선해 일자리와 미국기업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NAFTA를 재협상하거나 탈퇴하고, TTIP는 반대하며, 특정국가에게는 관세장벽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반 세계화 공약은 트럼프 진영의 해운항만 관련 정책 아젠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프라 투자는 수익자인 해운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깊은 수심이 필요한 초대형 선박이 운행하려면, 그 선박운항 회사가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항만에 대한 투자에 미국시민의 세금이 쓰이고 있는데, 이는 미국 항만이 외국 해운회사의 요구를 꼼짝 못하고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선사의 부당한 요구는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는 미국 소비자 누구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요구한 적이 없는데, 외국 해운회사들은 이들 선박 기항을 위해 미국 항만에 대해 교량을 높게 하고, 항만을 확장하고, 안벽을 강화하고, 입출항 채널 수심의 증심을 요구하고 있다. 둘째는 해운회사들은 감속운항 하면서, 항만에서의 신속한 작업을 요구하며, 자동화 시스템을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항만 터미널의 자동화는 현재와 같은 부진한 경제여건에서는 고용을 잃게 하는 원인이다.

이를 위해 해운회사가 연대해 미국 항만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미 연방해사위원회(FMC)를 통해 해운 얼라이언스(Alliance)의 집중화에 대해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서, 얼라이언스의 해체 등 해운의 집중화를 약화시키려 할 것이다.

최근 30여년간 세계 경제는 비교우위론의 대가인 ‘리카도(Ricardo)’도 놀랄 만큼 글로벌리제이션이라는 경제적 특화모델을 발전시켜왔다. 그 원동력이 해운산업이었다. 해상운송 비용이 수송 화물 평균가격에 비해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낮은 해상운송비용은 해운산업과 조선산업의 매우 효율적인 혁신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현재도 낮은 비용을 가진 선사와 조선소만이 살아남는 경쟁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장기적인 세계경제 불황까지 겹치면서 해상운임은 역사상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어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내는 선사가 극히 드문 실정이다. 이제 다자간 무역협정의 파기, 수입관세 부과 같은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의 견인차였던 해운산업이 ‘반 세계화’ 추세에서는 선진국의 자국 고용 및 생산을 희생시키는 매개체로 인식되면서,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국제 정의도 고려하지 않는 배외주의(排外主義)를 표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세계 단일시장인 바다를 통해 국경을 넘어 모든 나라와 무역을 하는 글로벌리제이션과 자유무역의 원동력이 됐던 해운산업이 이러한 쇼비니즘(chauvinism)에 맛서 각국의 고용창출 등 각국 경제에 많은 가치를 전달하고, 소비자의 신뢰성을 증대시켜 나가는 더 큰 역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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