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해양보증보험㈜ 최재홍 사장

7개월간 국적선 13척, 1500억원 보증지원
민자 유치 난항, 국내외 투자자 유치 나서

위기의 한국해운을 구원하기 위해 출발한 한국해양보증보험㈜이 벌써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영업준비를 하는데 예상보다 오래 걸리면서 실질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것은 7개월정도 불과하지만 선박금융을 조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6개 국적선사에게 총 1500억원의 금융을 지원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기획단부터 참여해 한국해양보증보험 조직을 갖추고 상품개발과 영업을 직접 챙겨온 최재홍 사장은 지난 1년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빨리 지나가 버렸다고 회고한다. 위기에 빠진 해운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신없이 뛰다보니 1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어렵게 해양보증보험을 출발시켜놨지만 앞에 놓인 길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해운업과 조선업이 동반 침체로 선박금융이 얼어붙어 국적선사들이 선박을 확보하거나 재금융 활동이 중단됐고 자본금 확충을 위한 민자 유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러나 최재홍 사장은 “해운·조선업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 국적선대 강화를 위한 신조 발주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고 그러면 해양보증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해양보증이 제대로 역할을 해내기 위해 국내외 금융기관들과 지속적으로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보증여력 확충을 위한 민자 유치에도 노력해 나가겠다. 국내 해운·조선업은 물론 국내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아 민자 유치가 어렵지만 9월부터 해외쪽으로 눈을 돌려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설립 1주년을 맞아 최재홍 사장과 나눈 일문일답.

-한국해양보증보험이 벌써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6월 25일자로 금융위원회로부터 보험업 본허가를 받았으니 한국해양보증보험이 출범한지 1주년이 됐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위기를 맞고 있는 해운업계를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고 상품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다 보니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7월 금융채무보증보험 상품 판매허가를 받아내 영업 시작을 위한 기초를 마련했고 10월에는 한국신용평가에서 AA-/안정적이라는 신용등급을 획득했으며 보증서 적격담보를 위해 금융기관들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해왔다.

이렇게 영업 준비를 하고 실제로 영업을 시작한 것이 작년 11월이다. 7개월 남짓 영업활동으로 6개 우량 국적선사들이 보유한 13척의 선박에 대해 약 1500억 원의 보증을 제공해주는 성과를 냈다.

-자본금 확충은 계획대로 진행 중인 가?
=지난해 정부에서 1000억원을 출자했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국적선사들이 톤세수익금 등을 비롯해 십시일반으로 248억원을 출자해주셔서 1248억원의 자본금을 확보했다. 올해도 국적선사들이 91억원을 추가로 출자해 현재 자본금은 1390억원이다. 올해 목표대로 민간출자로 452억원, 정부출자로 600억원이 출자 완료되면 자본금을 23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민간 출자는 해운업계를 빼면 전무하지 않나?
=어려운 가운데서도 해운업계에서 출자를 해주고 계신데 해운시황이 더 나빠져 올해는 지난해만큼 출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민자 유치를 위해 조선소, 조선기자재, 금융권 등 여러 곳을 찾아다녔지만 경제여건이 좋지 못해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양보증보험이 앞으로 안정적으로 제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필요하고 특히 민간투자 유치가 대단히 중요하다.

목표자본금 5500억원중 2800억원을 민간투자로 채워야하는데 2800억원중 1000억원은 선사들이 출자하기로 돼 있고 나머지 1800억원은 조선이나 금융권 등에서 조달을 해야만 한다. 따라서 민간투자 물꼬를 잘 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투자자들을 만날 때마다 큰돈이 아닌 의미 있는 돈, 즉 해운산업을 살려야한다는 의지를 담은 의미 있는 돈을 출자해달라고 부탁을 하곤 한다.

여러 여건상 국내에서 민자 유치가 쉽지 않기 때문에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외자유치를 위한 컨설팅 작업을 시작해 9월부터는 컨설팅 결과물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해외 투자자들과 접촉하려고 한다.

이미 중국공상은행인 ICBC와는 상호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실무 회의를 개최하는 등 투자유치를 비롯해 다양한 방면에서 협력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해외에서 우리와 비슷한 업무를 하는 금융기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조만간 의미 있는 첫 민자유치가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보증한도가 거의 소진된 것 아닌가?
=지금까지 1500억원 정도 보증이 나갔다. 사업 초기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자본금의 2배수로 운용한다는 기본 방침을 세웠지만 해운업계 상황을 보아가면서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또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올해 추가 출자를 통해 자본금이 2300억원으로 늘어나게 돼 최대 3배수까지는 운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보증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계약은 없나?
=해운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500억원 규모의 딜을 완료해 2000억원을 채워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최근 정부의 해운구조조정 발표로 금융권이 지원을 포기하면서 중단됐다. 이후 선박금융시장이 완전히 식어버려 더 이상 딜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사들이 수주절벽에 직면했듯 해운업계도 발주절벽 상태이기 때문에 저희도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루속히 해운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돼서 국적선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조 발주가 많이 일어나야 우리도 본연의 역할이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해운이 어렵다면 RG발급 등으로 업무를 확대할 수 있지 않나?
=조선 구조조정 여파로 금융권이 중소조선소에 대한 RG 발급을 중단해 중소조선소들이 수주를 하고도 일을 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할 판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해양보증이 RG를 발급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 우리로서도 조선소도 지원하고 수익도 올릴 수 있으며 조선소와 관계 개선을 통해 출자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RG 발급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는 RG를 발행할 수가 없다. 해양보증보험은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성 계약에 대한 보증보험만 제공토록 제한된 면허를 받았기 때문에 RG와 같은 이행성 보증보험을 발급할 수가 없다. 중장기적으로 해양산업지원이라는 본래 설립 취지를 수행하려면 영업 범위 확대가 필요한데 앞으로 당국과 협의해 나가려고 한다.

-요율이 너무 높아 이용선사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있다.
=해양보증보험은 보험회사로서 금융감독원에서 상품을 일일이 허가받아야 한다. 선임계리사들이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상품 위험률을 반영해 적정요율을 산출해 금감원에서 검토를 받아야 하므로 임의대로 요율을 조정할 수가 없다.

또한, 금융권에서 해양보증이 발행하는 보험증권에 대해 적격담보를 인정하지 않아 초기에 대체투자자를
활용할 수 밖에 없어 보증보험 가입이 됨에도 제1금융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대체투자자의 요구수익율이높게 책정됐다.

게다가 구조조정 때문에 해운산업 전체가 신용등급이 저평가돼 있어 요율이 올라가는 불이익도 당하고 있다. 가령 매출과 이익규모가 유사한 자동차 부품업체와 선사의 신용등급을 비교해보면 자동차 부품업체 신용등급이 A라면 선사는 이보다 2~3단계 낮은 BB나 BBB- 정도로 불이익을 보고 있다. 신용등급이 이렇게 2~3단계 차이가 나면 보험요율, 사채 이자율 등이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우리가 아무리 보험료를 할인 해줘도 신용등급에서 2~3단계 저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은 요율이 높은 것이 사실이나 앞으로 위험률과 사고율 데이터들이 축적되고 구조조정이 완료돼 해운산업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사라진다면 요율이 합리적으로 조정이 될 것으로 본다.

-금융권이 보증서 적격담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문제 아닌가?
=그래서 우리가 영업개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문이 주요 금융기관들과의 네트워킹이었다. 우리가 신생 회사이고 보증실적이 없다보니 금융권 적격담보로 인정받지 못해 어려움이 있었지만 선박금융을 취급하는 주요 금융기관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해나가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수협은행등과 적격담보 협약을 맺었고 추가적으로 타 금융기관과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국내외 선박금융기관들과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

-후순위 채권 보증 외에 다른 상품은 없나?
=해운선사, 특히 중소형 선사를 우선 지원하기 위한 상품을 추가 개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선은 기존 상품의 확장성을 활용해 해운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가령 기존 후순위 채권 상품을 확장하면 잔가 보증도 가능하다. 최근 선가하락으로 LTV 상환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후순위채권 보증을 통해 선가하락분만큼 후순위로 전환하면 잔가 보증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앞으로 포부나 목표가 있다면?
=올 하반기도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영업은 물론 민자 유치 진행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기관들과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 발굴, 영업기반 확충 등에 주력해 해운·조선업 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에 다각도로 노력해 나가겠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