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연구본부 김우선 항만투자운영연구실장

2015년말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파리협정이 채택됨에 따라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강화돼 목표달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포함된 195개국이 참여했고, 참여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90%에 이른다.

대한민국은 2009년에 2020년 BAU1)(7억 7600만 톤) 대비 온실가스 30%를 절감한 2억 3280만 톤 배출을 감축 목표로 설정했다. 그러나 파리협약을 앞두고 2030년 BAU(8억 5100만 톤) 대비 온실가스 37% 감축을 목표로 설정해 총 감축량 3억 1487만 톤으로 기존 대비 8207만 톤의 감축량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감축 추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국내 다양한 분야에서 감축이 필요하나 항만에서도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

항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유럽과 미국, 중국에서는 온실가스 혹은 유해물질에 대해 항내 모니터링 및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LA/LB 항만에서는 친환경 항만을 위해 탄소 배출과 NOx, SOx, 디젤 분진 배출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현황파악 및 정책추진에 활용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항만에서는 선박 탄소배출량 인벤토리와 육상 운송수단 및 장비의 탄소배출량 인벤토리를 작성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관리하고 있다. 유럽 항만은 저유황유 사용을 의무화 하는 등의 선제적 조치로 항만내 선박이 배출하는 황산화물(SOx)(5%)과 분진(7%) 등을 줄이고 있다.

중국은 4월 1일자로 양쯔강 유역 핵심항만인 상해, 닝보-저우산, 수저우, 난통 항만에 정박하는 선박에 대해 황함량 0.5% 벙커유만 사용하도록 ECA(배기가스 배출 규제지역) 적용을 위해 법령을 개정했다. 일본과 싱가포르도 ECA 지정을 검토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ECA 설정의 확산에 따라 국내 항만 대응체계 수립이 필요하다.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는 항만구역 내 온실가스 및 유해물질 모니터링 혹은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양수산부, 부산항, 울산항, 인천항에서 그린포트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산항에서는 경유를 사용하는 RTGC를 전기를 사용하는 e-RTGC로 교체했고, 친환경 선박지수를 도입해 입항료를 감면하고 있으며, 야드트랙터를 LNG로 교체하는 등의 친환경 항만 구축 사업을 추진했다. 항만별로 기존 항만 구역 내 배출가스 저감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그린포트 구축방향을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 항만구축을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사항은 MRV(Measure, Report, Verification) 체계의 구축이다. MRV 체계를 구축하면 온실가스 배출현황 및 감축량 등을 제시할 수 있으며 감축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MRV 체계는 환경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온실가스 목표 관리제의 핵심 체계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환경부는 각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 및 감축량을 관리하고 있다. 친환경 항만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부산항, 울산항, 인천항 등 국내 항만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및 감축 목표량을 제시하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 이는 아직 기본적인 모니터링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은데 기인한다.

기후 변화 대응, 항만 및 인근 정주 여건 개선 등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나 항만구역의 유해 배출물질을 모니터링하고 유해물질 배출을 저감해 항만 구역 대기질을 개선할 수 있는 선진화된 관리수단이 미비한 상황이다.

친환경 항만 구축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항만구역 내 유해물질 배출 규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실질적인 친환경 항만 구축을 위한 첫걸음으로 친환경 항만 구축 관련 정책 수립과 오염물질 배출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해양수산부에서는 항만법 시행령 22조의 2와 3에 친환경 항만 구축을 위한 환경실태조사 대상지역 및 절차 항목을 개정했다. 이는 해양수산부의 친환경 항만 구축을 위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친환경 항만 구축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친환경 항만은 해양수산부, 항만공사 및 각 지방자치단체와도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전국 항만을 대상으로 한 온실가스 배출 관리체계 구축, 감축 목표 설정, 항만별 목표 설정 및 모니터링과 관리, 감독, 체계적인 친환경 항만 구축을 위한 목표 설정 및 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1) BAU : Business As Usu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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