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연구본부 김은수 전문연구원

컨테이너선의 초대형화는 세계 최대 해운회사인 머스크(Maersk)의 선대 운영 전략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1997년 포스트 파나막스급인 8160teu급 Sovereign Maersk호의 최초 운항을 시작으로 2005년 1만 5550teu급 Emma Maersk호, 2013년 1만 8340teu급 Maersk McKinney Moller호를 운항 중이며, 2015년에는 1만 9630teu급 11척을 발주해 2017~2018년에 운항 예정이다. 클락슨(Clarkson, 8.17)에 따르면 현재 인도 예정인 1만 8000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은 67척으로 최대 규모는 홍콩 OOCL이 삼성중공업에 발주한 2만 1100teu급 컨테이너선이다.

이러한 컨테이너선의 초대형화는 세계 컨테이너 환적 물동량을 증가시킨 주요한 요인 중 하나로 많은 논문에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증 분석된 선행연구가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필자는 클락슨의 컨테이너선량, Drewry 및 SP-IDC의 세계 및 부산항의 환적물동량 시계열 자료(2000~2015년 분기)를 바탕으로 인과관계 및 회귀분석을 실시해 보았다.

첫째, 인과관계 분석 결과 선박의 초대형화는 세계 환적물동량과 상호 영향(⇄)을 미치는 관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선박의 초대형화는 부산항 환적물동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지난 15년간 컨테이너선의 초대형화가 세계 및 부산항 환적물동량 증가를 견인한 외부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시계열(분기 기준) 회귀분석 결과, 선박의 초대형화, 즉 8000teu급 이상 선박의 전체 선박량이 1000teu 증가할 경우 부산항 환적물동량은 43528teu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즉 선박의 초대형화는 부산항 컨테이너 환적 물동량에 정(+)의 효과가 있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선박의 초대형화가 환적물동량 증대에 정(+)의 효과를 보이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항만의 입장에서 볼 때, 초대형 선박을 적극 수용하려는 항만/터미널의 부단한 노력에 기인한다 할 수 있다. 즉 주요 환적 항만은 초대형 선박을 수용하기 위해 ① 시설 확충 및 개선, ② 생산성 향상, ③ 환적 효율성 제고 등 다양한 노력으로 적극 대응해 가고 있는 것이다.

우선 시설 확충 및 개선 측면에서 살펴보면, 싱가포르의 PPT(Pasir Panjang Terminal) 및 TUAS, 카오슝의 7th Container Terminal, 부산(신항) 2-4단계에서 3단계, 상해(양산항) Phase-4 및 닝보-저우산의 메이산(Meishan) 컨테이너터미널 개발 등 아시아 주요 환적항만은 시설 확충을 진행하고 있다. 입지 부족으로 시설 확충에 상당히 제한적인 홍콩의 경우에도 CT 10 개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생산성 향상과 환적 효율성 측면에서는 로테르담, 싱가포르, 상하이(양산) 항만을 필두로 고규격 터미널 개발, 고성능 크레인 설치, 자동화 터미널 개발 등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항만 내 환적비용 절감을 위한 ITT (Inter Terminal Transportation) 최적화 기술 연구 및 시스템 개발 등이 싱가포르, 홍콩, 로테르담 등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요약하면, 컨테이너선의 초대형화는 부산항 환적물동량을 증가시키는 외부적 기회 요인으로 평가되나, 대부분의 아시아 거점 항만들이 선박대형화에 대응해 시설 확충과 생산성 및 효율성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향후 환적화물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컨테이너선의 초대형화는 환적항만에 있어 기회인 동시에 위협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부산항이 세계적인 환적 거점항만으로 거듭나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의 시설확충 및 개선은 기본적인 요건이고, 터미널 생산성과 환적 효율성 부문의 경쟁우위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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