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클레이튼 IHS Markit Maritime & Trade 수석 애널리스트

▲ 리차드 클레이튼 수석 애널리스트
한국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의 몰락 관련 기사가 이번 달 각 언론사 주요 지면을 장식했다.

이는 한진해운의 몰락이 화주, 포워더, 정기선사 등 컨테이너산업계 뿐만 아니라 해운관련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터미널 운영사들은 과연 하역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고 벙커링업자들은 변호사 자문을 구하고 있으며 선원들은 초조하게 기다리며 지켜보는 중이다. 한진해운이 용선한 선박들은 선주에게 반선돼 조만간 용선시장에 풀리게 될 것이다. 한진해운이 소유한 사선들은 매각돼 조만간 비슷한 수순을 밟고 용선시장에 나오게 돼 용선요율에 추가적인 압박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진해운 사건은 앞으로 컨테이너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언론에서도 꾸준히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전부 ‘어떤~’ 또는 ‘무엇을~’과 관계된 질문을 하고 있다. ‘어떤 선박의 발이 묶여 있나?’, ‘화주들은 화물을 받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지만 질문의 초점은 ‘왜’이어야 한다. ‘한진해운은 왜 이런 사태에 이르렀나?’, ‘산업은행은 왜 이토록 병든 기업에 끊임없이 자금을 대 주었나?’, ‘대한민국 정부는 왜 자국 경제를 대표하는 선박회사를 끝까지 지원해주지 못했는가?’ 등등.

‘왜’라는 질문을 해야만 원인을 알 수 있다. 한달전만 하더라도 한진해운은 새로운 얼라이언스에 참여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후 산업은행은 생명유지장치를 끊기로 결정을 내렸고, 이는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뉴욕에서 개최된 캐피탈링크 해양산업 포럼에서 로버트 프레자(Robert Frezza) 딜로이트 전무이사는 “한진해운은 너무나도 오랫동안… 잘못 경영되어왔다”고 역설했다.

한진해운이 파산하는 것보다 컨테이너 해운 산업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은, 드디어 대마불사의 원칙이 깨졌다는 사실이다. 한국 정부는 아마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고,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에서 투입하는 자금 또한 사업 청산을 질서정연하게 하도록 도와주는 정도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Cosco Shipping이 올해 상반기 11억 달러 적자를 발표하고 머스크라인도 상반기 1억 14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는 등 산업이 잇따르는 악재에 시달리는 와중에 한진해운의 몰락 소식은 더욱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선박 규모는 점점 커지고, 운용사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아시아발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미 주문한 선박이 인도되기도 전에 추가로 선박 주문을 넣으면서, 컨테이너 산업은 일종의 군비경쟁을 벌여왔다. 한진해운 사태는 현대 해운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맹목적 낙관주의가 결코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더 이상 대마불사의 해운사는 없다. 한진해운 경쟁사 중에는 머지않아 2차 몰락을 예견하는 기업이 분명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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