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연구본부 이기열 전문연구원

최근 경주에서 발생한 진도 5.8의 지진과 여진으로 인해 우리 나라도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국가가 아닐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으며, 주거 시설을 비롯해 발전소, 도로, 철도 등 인프라 시설에 대한 내진성능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수출입물량의 99.6%를 처리하며 무역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항만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으며, 특히 최근 지진이 발생한 양산 단층대 인근에 부산항, 울산항, 포항항 등 주요 항만들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항만의 내진성능의 점검 및 확보가 중요하다.

2016년 9월 현재 항만시설의 경우 내진설계 및 내진성능 평가결과, 696개소 중 76.9%인 535개소는 내진성능이 확보되었으나, 23.1%인 161개의 항만시설은 내진성능이 확보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방파제와 호안 등 부두와 항만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외곽시설과 항만 건축물의 내진성능 확보율은 47.2%, 41.7%로 지진 피해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항만의 내진설계 의무화」1)가 시행된 2000년 이전에 건설된 항만시설에 대한 내진성능 보강을 추진하고 있으며, ’16년 현재 항만시설의 약 80%가 내진성능이 확보된 상태이다. 나머지 20%에 해당하는 항만시설은 내진성능 평가 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보강을 추진할 계획을 수립하였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지진의 발생이 잦고, 지진의 강도 또한 강해 시설에 대한 내진 설계가 잘 구비돼 있다. 특히 진도 7.2의 한신·이와지시마 대지진(1995년)으로 고베항의 기능이 거의 상실된 이후 국토교통성은 국가차원의 정비사업을 통해 일본 항만 안벽의 내진성능을 7.5 전후 수준으로 확보하였다.

그러나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진도 9.0)으로 미야기현의 항만시설 95%가 파손되었고 이로 인한 손실액은 320억 달러로 추정되었다. 특히 안벽 손상에 따른 장래 개발 비용이 25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 바 있다. 국토교통성은 2012년 4월부터 일본 전체 항만의 안벽이 진도 9.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해도 손상을 입지 않도록 내진성능을 강화하는 「내진강화안벽 긴급정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국토교통성은 2012년 6월 항만의 지진대비 방책을 공표하고 2013년부터 매년 12월 각 항만별 방책의 실제 시행여부를 평가하고 있다.

지진관측을 시작한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의 최대 규모는 5.8이며, 이는 내진성능이 확보된 국내 항만시설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므로 내진성능을 확보하지 못한 항만시설을 점검 및 보강하는 한편, 내진성능이 확보된 항만시설은 지속적 관리와 보완을 통해 내진성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진으로 인한 항만시설의 피해 발생시 응급복구 시스템 구축과 임시적으로 기능대체를 위한 종합 대책의 수립이 필요하다.
 


1) 평균 규모 6.0의 강진에 대비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