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고려대 로스쿨)

▲ 김인현 교수
한진해운 법정관리행과 관련해 많은 해상법적 쟁점이 다투어진다. 그 중의 하나는 과연 국적취득조건부(이하 국취부) 나용선(BBCHP)(일명 소유권유보부 나용선)을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상 한진해운의 재산으로 볼 수 있는가에 있다. 채무자회생법 제58조는 회생절차에 들어간 채무자의 재산에 대해 회생채권자나 회생담보권자가 강제집행이나 가압류를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문제가 된 한진 샤먼호가 한진해운의 재산으로 인정된다면 채권자의 압류는 인정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다면 압류가 가능하게 된다. 지난 10월 7일 창원지방법원은 선박연료유공급비용 채권을 가진 채권자에게 선박에 대한 임의경매신청을 인정했고 한진해운의 이의신청에 대해 10월 17일 다시 이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의하면 한진 샤먼호는 파나마에 등록된 국취부 나용선으로서 아직 한진해운이 소유하는 선박이 아니므로 채무자회생법의 압류금지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동 선박은 외국에 등기 및 등록된 선박으로 한진해운이 국취부 나용선을 한 특수목적회사(SPC) 소유선박이다. 일반 단순나용선과 달리 용선기간이 지나면 한진해운이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하도록 약정이 되어있다. 지급하는 용선료도 사용의 댓가가 아니라 선가를 분할해 지급하는 것이다. 용선기간이 지나갈수록 한국국적에 가까워진다. 용선자는 한국 국적선이 된다는 일종의 기대권을 가지고 있다.

한편 세법에서는 용선자가 선박을 연불구매한 것으로 보아 용선개시시 용선자에게 취득세를 부과한다(대법원 2011.4.14.선고 2008두10591판결). 뿐만 아니라 선박안전법, 선원법, 선박직원법, 도선법 등에서는 국취부 나용선은 국적선으로 간주해 우리 법을 적용한다. 또한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이라도 국제선박등록법에 의한 등록이 가능하다. 국제선박등록제도는 한국 국적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국취부 나용선은 한국 국적선으로 본다는 취지이다. 국취부 나용선은 톤세제도의 적용도 받는다. 이렇게 본다면 해운업계가 국취부 나용선을 사선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실무상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해상법에서 선박우선특권과 선박소유자책임제한의 준거법을 결정할 때에 선적국법에 의하는데, 이 때는 국취부 나용선자의 국적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등록이 된 국가가 선적국이 된다(국제사법 제60조). 국취부 나용선자가 운송인이 되어 화주에게 손해를 야기한 경우에 화물을 실은 그 선박을 가압류하려고 하면 원칙적으로 기각되는 바, 이는 채무자인 국취부 나용선자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그러하다. 무엇보다 가압류나 압류를 신청할 때에는 선박의 등기부를 제출할 터인데, 등기부에는 현재 등기나 등록된 선박소유자가 소유하는 선박으로 나타난다. 소유권과 담보권과 관련해서는 등기된 선박소유자의 소유로 보는 것이 우리나라 법원의 입장이고 법률의 해석도 그러하다(다만, 법인격 부인론이 인정되는 경우는 예외이다)

그러므로 특별히 법률로서 국취부 나용선을 국적선과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는 한 국취부 나용선자는 여전히 그 선박을 법률적으로 소유하고 있지는 않다고 해석되어진다. 결국 법원이 채무자회생법에서도 채무자의 재산에 국취부 나용선이 포함된다는 해석을 하거나 아니면 법률로서 특별히 그러한 규정을 두지 않으면 국취부 나용선은 SPC의 소유인 것이지 채무자인 용선자의 선박이 아닌 것이 된다.

이번 창원지방법원의 결정도 이러한 국취부 나용선에 대한 법적 해석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창원지방법원의 결정이 업계의 이해와 관행에 맞지 않다고 하여 법원을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아쉬운 것은 채무자회생법이 추구하는 바가 채무자인 한진해운의 회생을 도모하는 것이기 때문에 채무자의 재산 범위를 넓게 해석해도 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채권자의 입장을 더 고려한 점이다.

한진해운은 사선 5척에 국취부 나용선 54척을 가지고 있었다. 국취부 나용선이 한진해운의 소유가 아니라고 하면 채무자회생법이 강제집행을 금지한 그 대상이 아니므로 대부분의 선박은 채권자들의 실력행사의 대상이 되게 된다. 그 결과 한진해운이 일반 채무자인 경우에는 국취부 나용선은 우리 법상 가압류나 압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선박우선특권은 나용선자가 발생시킨 채무에 의해도 압류가 가능하므로 압류돼 임의경매의 대상이 된다(상법 제777조). 이렇게 되면 한진해운은 영업을 할 수 없으므로 회생여부의 논의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번 판결의 파장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조약을 채택한 중국은 물론 영연방 계통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등에서는 나용선된 선박에 대해도 가압류가 가능하고, 또한 선박우선특권에 의한 압류도 가능하기 때문에 한진해운의 국취부 나용선은 이들 국가에 기항하게 되면 가압류나 압류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다행히 수혜선주(beneficial owner)의 선박으로 표현되는 국취부 나용선에 대하여도 압류금지명령이 내려진 국가에서는 이러한 위험이 적다. 그렇지만 싱가포르와 같은 국가는 그 명령이 임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채권자들은 압류금지명령의 기초가 되는 한국에서의 국취부 나용선 압류가능 결정을 근거로 그 변경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채무자회생법하에서 채무자인 해상기업의 재산에는 국취부 나용선을 포함시키는 것이 합목적적이라고 생각한다. 소유권과 저당권 등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법원의 입장처럼 SPC의 소유임을 인정하지만 단행법이 있거나 법률의 목적이 그러한 경우 해석상 용선자 소유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한진해운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선박회사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국취부 나용선에 대한 올바른 법적용의 문제이기 때문에 항고심에서 재검토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채무자회생법 제58조 제1항에서 회생채권자 등의 강제집행이 금지되는 대상인 채무자의 재산에 채무자가 소유하는 선박 및 “국취부 나용선”을 포함됨을 명기하는 입법개정 작업을 신속히 행하는 것이다. 파산법원이 지난 9월 1일 내린 회생절차개시결정서에 채무자의 재산에는 국취부 나용선도 포함됨을 지금이라도 추가 혹은 수정할 수 있다면 더 빠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싱가포르와 미국법원의 압류금지명령에는 구체적인 보호대상의 선박으로 나용선 선박을 추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법원도 가능할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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