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립주의 회귀 우려로 세계 무역에 먹구름

우려했지만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믿어왔던 트럼프 당선이 현실이 됐다. FTA, NAFTA 등 자유무역협정 수정과 보복관세 부활 등을 주장해 왔던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세계 무역에 큰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당장 트럼프 당선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보다 더 큰 리스트가 터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8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변이 없는 한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인단 과반수를 확보해 이변이 없는 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경합주 표심이 트럼프로 넘어가면서 당선권인 270명을 확보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으로 무역업계는 대책 마련에 바쁜 상황이다. 트럼프와 클린턴 모두 보호무역주의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특히 트럼프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와 FTA 중단을 넘어, 한미FTA 재검토와 멕시코ㆍ중국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까지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8일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사옥에서 열린 KMI의 ‘35회 세계 해운전망 국제세미나’에서 발표자들은 글로벌 교역량 증가와 해운시황 회복을 막는 리스크로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꼽기도 했다. 다만, 클린턴 당선을 점치며 보호무역주의 추세 자체를 거스를 수 없겠지만,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우려가 현실이 돼 버렸다.

극단적인 보호무역조치를 주장하는 트럼프가 당선 이후 어떤 정책을 내놓을 지 예단하긴 어렵다.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가 유세과정에서 극단적인 발언을 이어가며 고립주의를 대변했지만, 극단적인 정책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세계경기 회복 둔화, 중국의 중속성장에서 기인한다.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일부 산업의 공급과잉이 심화되자, 각국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규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들이 자국산업 육성을 목표로 수입대체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대표적인 산업이 철강이다. 설비증강으로 철강시장이 공급과잉에 빠지면서 반덤핑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규제를 받고 있는 반덤핑 98건 중 철강ㆍ금속 제품이 48%(47건)를 차지하고 있다. 규제 건수를 국가별-산업별로 분석해보면 미국은 15개 규제 품목 중 12개가 철강ㆍ금속 제품이었으며, 호주는 9개 중 8개, 캐나다는 8개 중 7개에 달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철강ㆍ금속 제품에 대한 규제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세계 수입규제 대상국 중 중국 다음으로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 특히 주력수출품목인 철강, 화학 등이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수출 부진이 2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발 보호무역주의풍은 수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의 대응방법이 마땅치 않은 만큼 정치ㆍ외교적인 해결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현 정부가 정치적인 사망선고를 받은 상황인 것이 문제이다.

결국 혼돈상황이 수습되기 전까지 각 기업별로 철저한 모니터링과 함께 국제교역을 이끌고 있는 신흥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무역협회 한창회 실장은 “수입규제 제소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수입국별 수입물량 추이, 특히 중국과 동일 품목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수입국의 대중국 수입물량 추이를 철저히 모니터링 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제현정 연구위원은 “미국발 수입규제와 관련해 조사 절차상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일단 미국 당국의 조사에 대응하게 되면 최대한 자료 요청에 협조해야 과도한 판정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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