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수영 연구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유세기간동안 줄곧 그가 제시해왔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따라 미국-아시아 지역의 무역패턴에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TPP(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협상 반대와 불공정 거래 관행에 따른 문제 해결 방법으로 관세인상을 예고했기 때문에 트럼프의 임기가 시작되는 2017년 1월 20일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정책과 교역구조는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최근 세계적인 경제전망 기업인 IHS는 이미 지난 2년 동안 크게 둔화된 세계 무역성장률을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경제정책들(무역마찰을 유발시킬 수 있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 관세인상 확대 등)이 더욱 둔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대선 이전에도 2016년도 세계무역성장률을 2.8%에서 1.7%로 하향 조정됐으며 특히 2017년도의 세계무역성장률은 기존 3.6%에서 1.8~3.1%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아시아 지역의 수출 물동량 둔화는 특히 더욱 심각한데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증가율은 2015년 3.1%에서 0.3%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2017년도에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수출 증가율은 1.8~3.2%로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각국의 GDP 증가율에는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전망들 가운데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자 아시아 국가들의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의 새로운 정부는 출범 이후 인프라 지출을 확대시켜 예산적자를 증가시키고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GDP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들로 초래 될 수 있는 미국달러의 강세는 단기적으로는 많은 신흥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증가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지만 위와 같은 기조가 지속될 경우 미국의 금리상승이 세계 자본유입의 방향을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전환시켜 특히 높은 외국자본유입 의존도를 가지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인도에게 수출 물동량 둔화 등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TPP의 주요 수혜국가로 꼽히고 있던 베트남은 미국의 TPP비준 실패로 전자 및 섬유제조품목의 對미수출 기세가 꺾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부분에 있어 중국대비 여전히 높은 임금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EU와 체결(2015년)한 FTA로 인해 對EU 수출물동량과 범위는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

트럼프 정부는 취임 즉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서도 재협상과 개정의사를 회원국들에 통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 내에 미국의 주요 무역거래국가들은 캐나다와 멕시코지만 북미자유무역협정에 큰 변화가 발생한다면 미국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캐나다와 멕시코 지역에 제조시설들을 투자해왔던 아시아 국가들의 다국적 업체들의 공급체인과 제조품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트럼프 정부의 출현으로 초래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수출물동량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아시아 역내 다자간 자유무역협정강화를 통한 무역구조 재편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상존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TPP의 대안으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거세지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 통상마찰과 수출품목 피해 최소화를 위한 선제적 대응방안 마련도 필요하지만 이와 함께 새롭게 재편될 수 있는 경제공동체내 입지 강화방안도 함께 강구 해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