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한국해법학회 회장, 고려대 로스쿨 교수)

▲ 김인현 교수
금년 봄 바둑천재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는 바둑대결을 벌여 승리하면서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우리 곁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됐다. 인공지능은 운송수단에서도 점차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육상운송수단으로서 무인자동차에 대한 기사는 심심찮게 언론의 주요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드론도 근본적으로는 항공 수송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해상운송수단인 무인선박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지만 해외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2035년에 완전 자동화된 무인선박을 원양항해에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무인선박을 개발하고 있다. 바다를 운항하는 선박은 항상 큰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모든 운항을 인공지능에 맡기지 않고 그 선박의 움직임을 육상에서 관제관이 지켜보면서 원격 조정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갖춘 각종 장비들이 장착돼야하므로 현재의 선박과는 다른 설계와 건조가 필요하게 된다.

무인선박은 선원들의 거주공간이 필요 없으므로 선박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운송물을 더 실어 나를 수 있고 연료도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무인선박은 현재의 선박보다 운항경비가 22% 절감돼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대부분의 대형 해양사고들이 선원들의 인적 과실에 의하는데 선원들이 선박을 운항하지 않으므로 이를 방지할 수 있고 보험료 절감도 가져올 수 있다. 해적으로부터의 피해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거론된다.

원격조정되는 연안선박은 2025년부터, 원양선박은 2030년부터 교체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양선박의 경우 15년 정도가 남은 셈이다. 선박은 대체로 건조 후 20년 정도에 폐선을 하므로 현재 건조되는 선박은 15년 정도가 지나면 경제성이 좋은 무인선박과 경쟁해야할 것이다. 그러므로 금년부터 발주되는 선박은 무인선박과의 경쟁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무인선박은 조선 및 해운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경쟁력 있는 무인선박으로의 교체가 활발하게 일어나게 될 것이다. 선박회사는 현재의 선박을 무인선박으로 교체해 운항할 것이 요구되고, 조선소로서는 수주량이 대폭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컨테이너 선박과 같이 한가지 화물만 계속해 싣는 선박부터 무인선박으로 먼저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항내 예인선과 같은 경우 가장 빨리 무인화될 것으로 롤스로이스는 예상하고 있다. 무인선박을 가진 정기선사는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그렇지 못한 선사는 뒤쳐질 것이다. 현재 어려움에 처한 우리 조선소에게도 큰 기회가 다시 찾아오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을 장착하는 선박설계분야와 원격 조정장치를 갖춘 육상의 관제탑설치 분야에서 많은 일거리와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다.

둘째, 무인선박의 승선인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무인선박은 말 그대로 선원이 필요없는 선박이다. 비상사태의 경우 바다에서 대처하기 위해 최소한의 선원이 승선할 필요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육상에서는 여전히 승선경험자가 필요하므로, 해기전승을 위해도 최소한의 선원을 선박에 근무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세세한 선박의 조종이나 하역준비를 위한 선창청소작업이 필요한 항구에 근접한 항해의 경우에는 일정한 수의 선원이 승선할 필요성도 있다. 이러한 논의가 미리 이루어져야 무인선박설계에 반영이 될 것이다. 선주측에서는 가능한 적은 선원으로 무인선박을 운항하려고 할 것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대량실직을 막기 위해서도 완전 무인보다는 최소한의 선원이 승선하는 쪽으로 무인선박제도를 가져가려는 노력이 지속돼 일정한 합의점이 도출돼야 한다. 연안항해나 항구내에서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서는 무인선박의 도입시기 동안 도선사의 수는 오히려 늘어나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셋째, 현재의 국제조약이나 국내법에 의하면 무인선박은 운항하지 못한다. 이들은 모두 선원이 승선해 선박을 운항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선박이 운항하기 위해서는 최소 승무정원 요건을 충족해야하는데, 무인선박은 벌써 이에 위반이다. 선박충돌예방규칙(COLREG)은 사람이 다른 선박의 움직임을 조기에 발견할 경계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무인선박에서는 이를 적용할 수 없다. 상법상 선장이하 선원의 운송중 과실에 대해서는 운송인이 책임을 부담하지만, 과연 무인선박하에서 육상 관제관의 과실로 인한 운송물 사고에 대해 운송인이 책임을 부담하는지도 해결돼야 한다.

정기용선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선주가 용선자에게 선장이하 선원이 승선한 선박을 빌려주는 것이다. 무인선박하에서 선원이 승선한 선박이 아니므로 이 약정은 변경돼야 한다. 이와 같이 무인선박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해상법, 해사안전법, 해상보험법 등 국내법과 관련 국제조약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현재 사용되는 해운관련 표준계약서와 보통거래약관의 개정작업도 필요하다.

우리 해운이나 조선산업은 21세기에 들어와 경기변동이나 새로운 시장에 대한 예상과 대처가 미흡해 현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의 대형선사들이 이미 2000년대부터 컨테이너 운송부분의 비중을 줄이고 포토폴리오를 잘 갖추어 해운불황의 위기를 잘 넘기고 있는 점, 조선사들이 계약의 내용이나 법적 검토가 부족한 가운데 무리한 수주경쟁에 뛰어들어 해양플랜트에서 큰 적자를 보고 있는 점 등이 그 비견한 예다.

이제 우리 해운·조선산업은 달라져야 한다. 무인선박은 수년내 우리 해운산업계를 강타할 큰 변혁이다. 지금부터 산업계, 학계 그리고 정부가 합심해 10년 동안 무인선박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잘 하게 되면 우리나라 해운・조선산업은 재도약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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