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인천해사고 마이스터교육부장), 해운경영학박사

▲ 김동훈 인천해사고 마이스터교육부장
바다에 우리의 꿈과 미래가 있어

해양인이 아닌 대부분의 일반 시민도 해양에 관해서는 평소에 갖고 있는 철학이나 지론 한가지씩은 있을 것이다. 해양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에 속한 것이 아닌 중립적인 교육기관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최근의 해운 위기를 몸소 체험하면서 지금까지 줄곧 품고 있었던 평소 해양교육에 관한 소신을 밝히고자 한다.

세계 해양산업의 파이(π)는 2010년 기준 1조 5000억 달러, 종사자수 3천만 명에 달한다. 전체 산업대비 각각 2.5%, 1%를 차지한다. 2030년 기준 해양산업의 부가가치는 4조 달러, 종사자수 약 4천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세계 주요 해양 국가들은 바다에 대한 동경과 열망으로 14세기 대항해 시대를 거쳐 지속적인 해양 중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예로써 미국은 해양과 연안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해 「해양과학 R&D 기반조성 전략(2011년)」, 해양경제 성장 일자리 확대를 위해 「미국 국가 해양 정책 실행계획(2013년)」을 발표했다. 영국은 해양산업 연평균 성장률 4%대 유지를 위해 「해양산업 성장 전략(2011년)」을 만들어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GDP 20% 달성과 중국의 세계화 추진의 일환으로 「국가 해양산업 발전계획 요강(2011년)」,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해양산업 진흥, 해양자원 개발, 해양강국과 인재 육성을 위해 「제2차 해양기본계획(2013년)」을 입안해 추진 중이다.

해양과 연안의 국가적 중요성을 인식한 미국은 2000년 해양법(Ocean Act, 2000)을 제정했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해양정책위원회(Commission on Ocean Policy)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새롭고 포괄적인 국가 해양 정책을 제안하는 임무를 맡아 많은 전문가 그룹과 관련자들의 증언과 현장 탐방 등을 통해 「Ocean Blueprint for the 21st Century(2004)」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 일반 시민이 해양의 중요성에 대해 피상적인 인식만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해양 및 연안에 관련된 쟁점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균형 있는 해양 자원의 사용과 보존, 해양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미래의 혜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했다. 1)

나아가 해양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강화하기 위해서 학교 안팎 교육을 통해 해양 환경에 집중할 필요가 있음을 피력하고 해양교육 네트워크 건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K-12 교육에 해양을 통합하는 방안, 고등교육과 미래 해양 인력에의 투자 등을 논의했다.

우리나라는 21세기 5대 해양강국의 실현을 위해 「2030 해양수산 미래비전」을 선포하고 “상상을 뛰어 넘는 가치의 바다 창조”를 비전으로 3대 핵심가치 “행복과 풍요의 바다, 도전과 창조의 바다, 평화와 공존의 바다”를 선정하고 9대 지향점과 40대 해양수산 미래상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양 정책은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보면 해양수산인만의 리그전으로 비치지 않을까 싶다. 국가 해양 정책의 핵심은 해양에 대한 인식 제고와 공감대 형성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한 단초는 범국민 대상의 해양교육이 될 것이다. 또한 해양 정책을 통해 글로벌 국가 이미지를 획득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해양인 중심의 해양 정책에서 탈피하고 범국민적 해양 의식 제고에 힘을 모아야 한다. 바다에 우리의 꿈과 미래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해양에 대한 인식 제고와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해양교육을 초·중등 교육과정에 일반화해야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었고 지정학적 위치의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수출입 화물의 99.7%를 해상을 통해 운송되고 있다. 이러한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매번 강조해도 해양산업에 대한 일반 시민의 인식은 별반 차이가 없다. 이유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 해양교육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해양 분야에 대한 법령은 다수 있으나 우리나라 해양교육을 뒷받침해 줄 법적 근거는 없는 실정이다. 해양에 대한 인식 제고와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해양교육을 초·중등 교육과정에 도입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해양산업의 중요성과 의의를 높이고 국민의 해양 사상을 고취시키기 위해 1995년 5월 31일을 「바다의 날」로 정했고, 2005년에는 해양강국의 비전과 철학을 담은 「바다헌장」을 제정했다. 해양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많은 노력을 기우렸다. 2012년 여수세계(해양)박람회 개최, 국립해양박물관 개관, 2015년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개관 그리고 2020년 국립 해양과학교육관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노력은 범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해양에 대한 인식 제고와 공감대 형성에 상당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해양산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이러한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4년 「세월호」와 같은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그간의 노력은 공염불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지어 해양을 관장하는 정부 조직인 해양수산부의 운명도 대형 해양사고가 발생할 때 마다 존폐로 신음한다. 1995년 여수 앞바다에서 유조선 「씨프린호」 사고 이듬해에 탄생한 해양수산부는 2007년 대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로 폐지된 후 2012년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재탄생했다. 「세월호」 사고 발생 전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하던 해양경찰이 졸지에 경찰 기능인 수사권은 빼앗기고, 순수 해양 수호를 위한 행정 기능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바뀌었다.

과연 이러한 일시적인 형태의 변화가 일반 시민의 눈에 올바른 선택으로 비칠까? 그들의 시각에는 오히려 해양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심어 줄 공산이 크고 해양인의 전문성을 의심받을 여지를 다분히 줄 수 있다. 인류에게 있어서 세계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해 왔다.2)

고체적, 권위적, 일원적, 공격적인 대륙적인 인식과 액체적, 유동적, 개방적, 생태적인 해양적 인식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 사고 유형의 물질관 역시 판이하다. 즉 고체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대륙적 사고가 가시적 물형적 재산 즉, 토지나 건물 등에 집착하는 반면, 액체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해양적 사고는 비가시적 유동적 재산 즉, 하이텍, 지식정보 등 지적 재산 창출에 치중하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우리나라도 일반 시민이 해양의 중요성에 대해 피상적인 인식만을 갖지 않도록 중장기 해양력 제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해양문화적 소프트웨어적 사고를 배양해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해양교육을 초․중등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일반화가 선제적으로 필요하다.

선도적 오션 리더십이 절실한 때이다

글로벌 5대 해운강국이던 한국의 위상은 한진해운의 퇴출로 순식간에 변방국 수준으로 추락했다. 금융논리만을 앞세운 정부의 어설픈 구조조정은 끝내 한진해운이라는 글로벌 기업을 결국 청산으로 이끌었다.

우리나라는 정부 수립 후 국제항로에 취항하는 대형 해운회사가 없어 해운 경영에 대한 실무 지식이나 노하우를 습득할 만한 기회를 갖기 어려웠고, 전문가도 양성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1950년 초에 국영기업으로 대한해운공사를 출범시켰으며, 1970년대 민영화한 후 대한선주, 한진해운으로 바뀌었고 2016년 12월 결국 사망 선고를 받았다.

한국 해운은 한국 전쟁이후 개발연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차례의 심각한 구조조정과 경제 위기를 맞은 경험이 있다. 1980년대 해운산업 합리화 조치가 그 예이다. 그 후 1970~80년대 한국해운의 조정기를 거쳐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 동안 초호황을 누리든 시기도 있었다.

한국 해운은 매번 위기 때마다 높은 파도에 허우적거리며 결국 남의 손을 빌려서 여기까지 왔다. 이제부터라도 한국 해운 산업은 위기 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 세계 5위의 해운국, 세계 최강의 조선국으로 승승장구하던 한국의 해운과 조선업은 국가기간산업으로 필수적으로 공생해야 하며, 향후 잠재력이 아주 크기 때문에 과거의 사례와 이번 위기를 면밀히 분석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해양산업은 국가를 지탱하는 원동력이자 대들보이다. 해양산업이 지난 2007년 말에 발생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높은 파도가 또다시 맞닥뜨렸을 때도 위기관리 기능이 충분히 작동할 수 있도록 이 찰나에 재점검을 해야 한다.

더욱이 일반 시민은 이번 해운물류 위기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 지 파악해야 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두를 수용하고 받아들어야 한다. 부정적인 요소가 많다면 더더욱 새로운 환경에 맞는 패러다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현재의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오늘 우리가 갖고 있는 어떤 문제점도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국가적인 위기 극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선도적 오션 리더십이 절실한 때이다. 해양인의 선도적이고 자신감 있는 오션 리더십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해양산업과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 외환시장과 외국인의 시각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바다는 항상 언제 어디에서 보든 아름답고 생산적인 공간이다.


1) 허미숙, 「21세기 선진 해양강국으로 가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외국의 해양교육 사례”, 한국해양교육연구회, 2016. 11.

2) 김태만, 「해양르네상스 심포지엄」, “시대정신의 대전환: 대륙성에서 해양성으로”, 한국해양재단, 201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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