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 IHS Maritime and Trade 전무

▲ 피터 터치웰 전무
JOC가 2월말 주최하는 제17차 TPM 컨퍼런스에 즈음해 태평양항로 운임계약 협상에 돌입하는 미국 수입업체들은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 때문에 자신들이 협상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해운업계가 아직도 지난해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을 인지하고 있다. 애널리스트 디얀마르(Dyanmar)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세계 25대 선사 중 12곳이 13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중국발 미국 서안행 40피트 컨테이너 해상운임이 750달러까지 떨어졌던 지난해의 끔찍한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을 선사들이 원치 않는다는 점을 알고 화주들도 이에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컨테이너 교역 성장이 둔화하고 신조 발주 중단에도 불구하고 선복량이 증가하는 현시점에 선사들은 과연 얼마나 큰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정황상 앞날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업계는 운임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태평양항로를 오가는 선사들은 기대 이하의 연간운임계약 실적을 보여 왔다. 최근 BIMCO가 상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해발 미국 서안행 운임은 2015년 대비 15%, 동안행 운임은 33% 하락했다. SCFI가 산출하는 항로 전체 운임이 평균 7%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이다.

JOC가 수입업체 및 선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부 화주들의 태평양항로 계약 운임은 feu당 700달러 초반대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일부 선사들은 화주의 최소 적재물량을 52주로 나누고, 이를 초과하는 주간 물량에 계약운임보다 높은 운임을 적용토록 해 이 같은 운임계약을 보완했다.

화주 측 협상 담당자들이 회사로 돌아가 운임계약에서 수백만 달러를 절감했다고 주장했을 수도 있다. 다만, 운임 하락으로 인한 이익이 이듬해에 반복되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강조했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까? 어떤 면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최근 몇 개월간 지속된 스팟 운임의 상승세를 계속 유지한다면, 협상 시 선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SCFI에 따르면 미국 서안행 운임은 feu당 2167달러로 12월 초에 비해 50% 상승했으며 작년 봄 700달러 초반대에 비해서는 거의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선박들은 비운항 선주들에게 빠르게 반환되고 있어, 선주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동시에 용선료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홍콩 선사 OOCL의 스테판 응(Stephen Ng) 이사는 JO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간 해운업계는 시장내 공급 과잉 문제를 예의 주시하며 필요에 따라 선복량을 조절해왔다”고 전했다.

최근 JOC 기사에 따르면, 선박업계가 미국행 스팟운임 강세에 힘입어 북미 서안행은 40피트 컨테이너 기준 1600달러에서 1800달러 사이, 동안행은 feu당 2,450달러 선으로 2017년 계약 운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일례로 삼성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적용된 2017년 계약운임은 전년 대비 미미하게 상승했고 당분간 상승세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S 김형태 부사장은 서울 본사에서 가진 JOC와의 인터뷰에서 “운임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현재 운임이 안정된 상태이며 당분간은 급상승할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스팟운임의 인상을 인지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확실치 않다고 밝히며 “스팟 시장에서 운임이 30~40% 정도 상승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공급 과잉 상태이며 수급균형이 이루어지려면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선사들이 용선을 반환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신규 선복량이 지속해서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IHS Markit에 따르면 2015년 232척이었던 신조 발주량은 2016년 72척으로, 4분기에는 10척 미만으로 급감했으나 기존 발주 선박은 빠르게 인도되고 있다. 지난 1월 알파라이너(Alphaliner)는 2017년 인도되는 선박 규모가 폐선 예상 규모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올해 전 세계 선복량이 3.4% 증가함에 따라 “공급과잉이 지속돼 컨테이너 해운시장의 회복이 더뎌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신조 선박들은 세계 무역이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에 이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기존 통상협정에 대한 재협상 의지를 표명하며 수십년간 이어져 온 미국의 무역자유화 정책에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무역 둔화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에 따르면 1986년에서 2008년 사이 연평균 6.5%를 기록한 세계 무역 성장률은 2012년에서 2015년 사이 연평균 3.2%로 떨어졌다. 그리고 2016년에는 1.7%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컨테이너 물동량 성장을 견인하는 지표인 중국 8대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2015년에는 3.7% 성장한 반면, 2016년에는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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