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 윤민현 박사
1. 한국해운과 정책
지금부터 50년전 26만dwt였던 한국해운의 총 선복량은 최근 UN 산하 UNCTAD 통계에 의하면 2015년말 현재 7,800만 톤으로 50년 사이에 무려 300배 성장한 것은 한마디로 한국해운의 저력을 상징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해운인들의 각고의 노력도 있었지만 해운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와 지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949년 대한해운공사법에 의거 정부가 설립한 국영 대한해운공사의 예에서 보듯이 상사적(commercially) 혹은 정치적(politically) 이유로 그간 4차례에 걸쳐 주인이 바뀌는 등 우여곡절과 풍상을 겪었지만 그때 마다 정부의 판단으로 리더 혹은 오너(?)를 바꾸더라도 국적 간판선사의 실체는 유지해왔으며 1980년대 이후 2차에 걸쳐 행해진 대대적인 해운산업합리화 역시 심각한 글로벌 해운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정부주도로 이루어진 고육지계였던 것도 사실이다.

해운시장의 특성상 굴곡이 있기 마련이고 정도에 따라 개별 해운기업이 처한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차원에서 적절한 리스크 관리를 해왔고 그것만으로 역부족이다 판단될 경우에는 위기관리 차원에서 정부 주도하에 정책적인 구조조정이 이어져왔다.

이처럼 지난 60여년에 걸친 한국해운사에서 보듯이 오늘의 한국해운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해운업계가 때로는 갈등하고 부딪치면서도 그 저변에는 정부의 해운산업 육성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러한 민관 합동의 공동노력이 7,800만 톤의 선복량과 함께 상위 20대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그룹에 국적 양대선사가 참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한국해운사상 기록적인 호황기가 2003년 하반기부터 2008년 금융위기까지 이어진 5년간이었다고 한다면 최악의 시련기는 그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세 번째 위기라고 할 수 있다.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글로벌 20대 상위 컨테이너선사들 가운데 그래도 6개사는 흑자를 시현했었지만 2016년 하반기 들어서면서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 모두가 적자로 전환되는 사상 유례없는 불황기를 겪고 있다. 한국의 컨테이너선사들의 경우 그 정도가 세계 어느 선사보다 더 심각했던 것도 사실이며 무언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업계나 정부 모두가 인식을 같이 했다.

글로벌 리더이자 세계 최대선사인 머스크그룹마저 그룹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해 2017년부터는 물류와 수송 분야에 올인하는 체제로 재편됐고 세계 최대 하주국인 중국은 글로벌 해운시장의 여건상 양대정기선사를 유지할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하에 하나로 통합했다. 전통 해운강국인 독일에서는 양대선사중 주력선사인 Hapag Lloyd(1847년 설립)는 중동 5개국 및 칠레가 대 주주로 참여한 다국적 컨테이너 선사로 재편됐는가 하면 60만teu의 선복량을 보유한 제7위이자 남북항로 전문선사인 Oetker Group의 Hamburg Sud(1871년 설립)는 머스크에 매각됐다.

신중하면서도 보수적인 전문경영인들이 이끌어 왔던 일본 3대 선사들도 합병에 주저하는 주주들을 설득해 3사 컨테이너사업부문을 통합해 Japanese champion으로 단일화 시키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냉혹한 경쟁 환경의 영향인지 정치 공학적 배경인지 아직 불명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상위 20대선사중 6개사에 불과한 Winner group에 속해있던 홍콩의 OOCL마저 매각설이 나돌고 있는가 하면 1873년 청조(淸朝)에 설립된 중국 최초의 국영해운사이자 현재도 정부가 36% 지분을 보유한 대만 국영선사인 양밍마저도 흡수통합설에 휘말릴 정도로 시장의 재편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2. 정책의 전환인가?
이처럼 밖에서는 기록적인 장기침체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시장상황에 대비해 정부 혹은 민간 차원에서 흡수 합병, 매각 등을 통해 체제를 발전적으로 재정비하며 장기전에 대비한 체력단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비해 그동안 해외경쟁상대국들의 비판도 감수해가며 해운의 육성을 위해 전력을 다해왔던 한국정부가 해외의 흐름과 예상을 뒤엎고 이번에는 정책은행의 주도하에 67년된 자국의 주력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간판을 내리게 하는 극단적 조치를 취했다. 해외의 경쟁선사들은 강력한 경쟁 라이벌이 사라지게 된데 대해 내심 환영해 마지 않으면서도 그런 극단적인 조치가 이루어진 배경과 함께 한국해운정책의 향방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컨테이너 정기선 해운업계가 이러한 위기에 내 몰리게 된 원인이 해운시황 때문인가 아니면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시장의 재편 탓인가? 금번 한진해운 사태를 통해 표출된 메시지가 바로 한국의 정책이라면 이는 곧 한국이 반드시 국적원양컨테이너 선사를 보유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와 관련된 근본적인 정책의 전환이 아닌지 생각할 수도 있다.

300배로 성장해온 지난 50년의 과정을 통해 제7위 해운국이 되기까지 해운시장이 어려울 때 마다 정책부서의 주도하에 범정부차원에서 총론에 입각한 큰 그림이 그려졌고 그 내용에 따라 때로는 합리화, 구조조정 등의 이름하에 마련된 각론에 따라 한국해운은 꾸준히 변화와 성장을 지속해왔다. 금융위기 이후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대 컨테이너 정기선사를 대상으로 정부가 그 추이를 꾸준히 관찰해온 것도 사실이며 현 정부 출범 당시에도 그러한 흐름에는 변화가 없었다. 한국해운정책의 족적에 비추어 보건데 범정부차원에서 특이 사항이 없었을 뿐 아니라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외항 정기선해운 정책을 갑자기 바꾸어야 할 돌발적인 사정변경도 없었다. 2016년 상반기 때만 하더라도 일부 이견이 있었음에도 정책부서에서는 국내하주의 반대를 이유로 들며 양대 선사 체제 유지를 강조했을 정도로 정부의 해운산업 유지에 대한 기본 시각은 달라진 게 없었다.

정책부서가 한국의 주력이자 제7위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로 하여금 문을 닫도록 주도해야 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사전 준비기간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경우 그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유추하지 못했을 리 없다. 뿐만 아니라 해운계는 물론 국책연구기관에서도 잘못됐을 경우의 후폭풍에 대해 충분히 정책부서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해운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정책부서의 입장에서 국적 간판선사의 붕괴와 그 파장이 정책부서로서의 위상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최근에 나타난 정책부서의 해운산업 재건 대책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그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과거나 지금이나 정책부서의 기본 시각에는 특별한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제반 정황들에 비추어 볼 때 재정난을 이유로 혹은 ‘오너의 의지 부족 내지는 미흡’을 이유로 67년 된 국적 간판선사를 일거에 붕괴시킨 금번 조치가 정책부서의 의지나 결정이라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없다.

3. 금융논리인가?
상황이 그러다 보니 영국의 BBC 방송이 한진해운 사태를 다루는가 하면 세계 제1의 해운매체인 Lloyd's List와 Containerization International은 2016년 세계 해운시장에서 최대 이슈이자 가장 쇼킹한 사건으로 한진해운사태를 꼽을 만큼 글로벌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Alphaliner, Drewry, SeaIntel 등 해운전문 컨설팅 기관들도 한결같이 한국정부가 양대 선사의 통합카드를 버리고 주력선사를 퇴출시킨 사실, 양사 가운데 한 개사를 선택한 기준의 모호성, 정통 해운국인 한국이 정기선해운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로 절대적 요소인 대하주 신뢰도를 도외시 한 채 67년된 국적 간판선사를 상대로 법정관리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낸 배경 등에 관해 의아해 하고 있다. 그 배경과 기준이 무엇이든간에 이는 한마디로 하주의 입장이나 컨테이너 해운시장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준비되지 않은 졸속이었다고 평가하는 해외의 한결같은 비판에 대해서도 긍정도 부정도 없는 가운데 채권단을 주도한 정책 은행은 옹색한 원칙론만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 예에서 보았듯이 금융권 특히 정책은행이 재정난에 처한 특정 해운사의 경영에 개입한 예는 여러 번 있었다. 우선 1980년대 중반에 있었던 대한선주(대한해운공사의 후신이자 현 한진해운의 전신)에 20여명으로 구성된 은행 관리단(외환은행 주도)이 파견돼 거의 2년에 가까운 은행관리를 거쳐 회사의 경영권이 한진그룹으로 넘어갔는가 하면 같은 시기에 사주 스스로가 극단적인 행동을 취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던 범양상선(현 팬오션)에 대해서도 상당기간 은행관리와 법정관리를 거쳐 정상화를 이룬 바 있다. 물론 정책부서가 주도한 해운산업합리화 등의 조치에 법정관리가 포함된 것은 아니나 법정관리로 됐더라도 정책부서의 여러 가지 정책 의지들이 법원의 법정관리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2001년에 도산한 조양상선 역시 주 채권은행인 서울은행의 주도하에 1년 이상 자금관리를 거쳐 자회사인 제일생명을 해외 보험사에 매각하고 준비된 계획에 의거 시장의 파장을 최소화 해가며 청산을 이끌어 왔다. 이처럼 과거 재정난에 처한 해운기업의 재건 혹은 청산에 이르는 과정에 은행이 개입한 예가 여러 건 있었지만 그때마다 막후에서 정책부서와 국책은행들이 조율해가며 큰 무리없이 시장의 재편을 이끌어 왔다.

한진해운의 규모에 비해 10%도 안되는 2001년 당시의 조양상선, 1/5도 안되는 1984년 대한선주의 재정난을 수습하기 위해 은행관리라는 이름하에 상당기간의 준비과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정책은행이 터득한 해운시장에 관한 노-하우와 경험 등에 비추어 볼 때 양대 컨테이너선사의 재정난에 대처하는 국책은행의 기본인식이 과거와 비교해서 크게 달라질 이유도 없어 보인다. 한때 한 주력선사의 이른바 오너라는 사람의 회사를 살리려는 노력과 의지가 미흡하다는 명분하에 오너는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주력선사를 도산시킨 조치가 금융논리라거나 한국 정책은행이 그동안 견지해온 원칙이라 하기에도 한국해운사에 비추어 볼 때 설득력이 부족하다. 더구나 그 동안 시황과 무관하게 상시 해운계와 소통을 해왔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정기선 시장에 대한 이해부족이나 정책은행으로서의 정책적 안목이 부족해서 그러한 혼란을 초래했다고 단정하기에도 무언가 미진한 점이 있다.

4. 변칙인가?
그 동안 국내해운산업이 위기에 처해있을 때마다 해운산업합리화 대책회의, 산업정책 심의회 등 범정부차원의 대책회의가 행해 졌고 보도에 의하면 서별관 회의로 불리워지는 유사한 긴급협의체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양대 국적컨테이너선사의 위기와 관련해 그런 회의가 행해 졌다는 소리도 없는 것 같다.

2016년 8.31 조치 이후 한동안 상사베이스에 입각한 결자해지를 강조했던 금융당국의 원칙론도 한 동안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8.31 조치후 2개월도 안된 지난 10월부터는 정책부서가 서둘러서 과거와 유사한 한국해운산업의 재건계획을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불과 2개월 사이에 한국 해운정책이 갑자기 U턴을 한 것인지, 혹시 U턴이라면 턴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해운산업과 선박금융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글로벌 Shipping Bank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해운시장의 동향과 전망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시장에 대해 오판하거나 상황인식이 잘못될 경우 이는 곧 자신들의 불이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대형 Shipping Bank의 경우 상황에 따라 고객선사의 선박투자에 제동을 걸 정도로 해운시장에 관한 해박한 식견과 안목을 갖고 있다.

전통 선박금융은행들이 단계적으로 해운시장에서 철수를 개시할 즈음인 2014년 말 기준 전세계 40대 Shipping Bank들이 대출한 총액은 약 4,000억 달러($401.0bn)였고 당시 한국수출입은행은 총 170억 달러로 제 7위에 랭크(1위는 노르웨이의 DnB로 283억 달러) 될 정도로 한국금융권도 글로벌 Shipping Bank 못지 않게 해운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리스크 관리에 필요한 노하우와 경륜을 구비하고 있었을 것이며 모니터링의 범주안에는 글로벌 컨테이너 정기해운시장이 포함돼 있을 것임은 당연하다.

옛날에는 해운계 밖에 있는 사람들의 해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해운계 스스로가 굳이 그것을 바로 잡으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해운산업의 규모도 크게 성장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해운산업에 대한 경제계 안팎의 인식이 과거와 다르다. 특히 금융을 포함해서 증권분야에서는 상식수준을 넘어 해운시장의 최근동향과 장래의 흐름을 전망함에 있어 해운경영의 일선에 종사하는 사람들 못지 않은 안목과 통찰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일부 증권애널리스트 가운데는 국내외 해운시장의 지배구도와 경영실상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해외 전문 컨설턴트 등의 자문에 응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여러분야 가운데 금융권 특히 국책은행의 경우 그들은 한국사회에서 엘리트 중의 엘리트 그룹에 속하는 인재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분야다. 설사 해운산업에 직접 종사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국제해운시장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한진해운사태와 같은 졸속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편견이자 속단이다.

정책이든 금융논리이든 혹은 변칙이든, 한국의 원양정기항로를 파탄지경에 처하게 한 근본적인 원인과 함께 과연 그러한 정책 혹은 결단의 결과에 대해 계수화된 손익계산과 함께 국익적 차원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조치였는가에 대해서는 한번쯤은 객관적인 종합평가가 이루어 져야하며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상응하는 반성이 전제돼야 하는 것은 아닌지.

5. 좌초된 한국해운호
한진해운 사태를 일으키기 까지 금융당국과 정책은행의 입장에서는 경제논리, 금융논리 등 우리 같은 민초(民草)들이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한진해운 사태 이후 가시화된 다음의 몇가지 현상으로만 비추어 보더라도 한국해운은 한국해운사 이래 가장 심각한 기로에 봉착해있다고 할수 있다.

① 한국해운이 쇄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67년 사상 이제까지 성장일변도였던 한국해운이 벽에 부딪쳤고 이제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있다. 세계 해운시장은 고효율, 친환경, 저원가 선박으로 대체돼가고 있는데 한국해운계는 자력으로 선대를 보강하거나 대체할 능력을 이미 상실한 상태다. 작년까지만 해도 제7위 해운대국이 1~2년 후면 10위권 밖으로 밀려 날 상황에 처해있다.

② 국적선의 글로벌 정기항로가 위기에 처해있다.
대한해운공사가 개설해서 60년 가깝게 유지해온 미주정기항로와 유럽항로의 가치는 금전적으로 환산 할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자 안보, 전략적 측면에서도 막중한 비중을 갖는 전략적 자산이다. 더구나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의 특성상 한번 붕괴된 항로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20년의 오랜 세월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150여척에 이르는 우리 컨테이너 선박들이 양대항로에서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해왔으나 금년 4월부터는 더 이상 태극기를 달고 다니는 국적컨테이너선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럴 경우 한국선사가 지배하고 있는 다수의 선박들 가운데 양대항로에 취항했던 대형선박들은 갈 곳을 잃게 된다.

③ 국적컨테이너선사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이번 4월이 되면 가시화 되겠지만 알려진 바에 의하면 한국의 차기 주력컨테이너선사의 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선사들의 경우 배선할 항로가 제한돼있는 상황하에서 설사 국가재정지원으로 신조가 이루어 진다고 하더라도 그 선박은 원양항로를 위한 대형선박(ULCs)이 아닌 역내(regional) 써비스용 중소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한국선사에게 열려있는 항로에 취항할 국적선박의 주종이 고령,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비경제선이자 부적격선일 뿐만 아니라 이미 과포화상태에 있기 때문에 과감한 대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추가 선복을 수용할 여건이 못 된다. 결국 Scrap & Built 같은 혁신적인 대책이 도입되지 않는 한 기존선단의 상당부분이 차 하위항로인 Intra-Asia, 서남아시아등 역내항로로 전배 할 수밖에 없게 돼 이미 공급과잉 상태하에 있는 역내항로에서 기존의 국적선사들간 이해 충돌은 물론 수급 불균형의 심화를 초래해 장기침체로 힘겨워하고 있는 선사들에게 설상가상의 부담을 앉겨주는 결과가 되기 싶상이다.

④ 한국해운의 대외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한진사태로 가장 직격탄을 맞은 상대는 한진해운의 선박에 선적된 하주들과 선박을 용선해준 해외의 선주들였다. 지금의 시장은 특히 원양컨테이너 정기선사의 존립은 글로벌 Customer들의 선택여하에 따라 좌우될 만큼 하주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운임수준과 운송기간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져왔던 하주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하는 정도를 넘어 분노를 표출했고 이는 곧 한국해운에 대한 불신과 함께 하주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제 하주들은 운송선사를 선택함에 있어 선사의 재정안전도는 물론이고 채권단의 성향에 대해서까지 체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대체선박을 확보 할 수 있는 재정능력을 상실한 한국해운계가 그동안 의존해왔던 것은 해외의 용선선주(Tramper owner 혹은 Non operating Owner) 들였다. 더욱이 최근에는 선박소유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컨테이너선박의 경우 점차 용선 혹은 리스 에 의존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한진해운사태로 수십척의 용선선박이 일시에 조기 반선됨으로 인해 체불된 용선료 이외에도 반선된 선박의 장기계선으로 인한 손해, 시가보다 낮은 요율로 단기 재용선됨으로 인한 손해등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했던 해외용선선주들로 하여금 한국선사를 Counter-party Risk의 표본선사로 지목하게 해 해외선주들로 하여금 한국선사를 기피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국선사들의 재정 안정도(financial stability)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해서 글로벌 하주, 해외용선선주, 얼라이언스 파트너가 돼주어야 할 해외경쟁선사들은 어떤 평가를 할지 의문이다. 정책은행의 지원하에 국적선사가 총력을 다해 추진했던 2M이라는 얼라이언스 가입이 하주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6. 해외선사를 매입하면?
혹자는 정책금융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동원하고져 하는 재정의 규모로 볼 때 차라리 일부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중형급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를 통째 매수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의견도 있다. 2015년 12월에 CMAㆍCGM으로 넘어간 NOL의 매각가격이 $2.4bn 였고 2016년 12월 Maersk Line 이 인수한 제 7위의 Hamburg Sud 가격이 $4.0bn 였다. 한국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해운재건을 위한 재정규모가 6조 5천억(약$6.0bn)이 사실이라면 7~9위 정도의 중급선사는 매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실현 가능성 여부는 접어두고라도 그렇게 하면 한국 컨테이너 해운의 위상이 작년 이맘때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가령 세계 제1의 브랜드 가치를 자랑하고 있는 머스크 라인이 한국의 홍길동 선사를 매입해서 그 브랜드를 유지할 경우 홍길동 선사의 가치는 크게 상승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한국정책은행이 해외 브랜드 선사를 매입하게 되면 매수 당시 그 회사가 유지해왔던 고유의 브랜드 가치와 시장의 신뢰가 그데로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 해답속에 한국해운의 현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Key가 있을 것으로 본다.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기에는 오랜 시간과 정성을 요하지만 무너지는 것은 하루 아침이다. 더욱이 무너진 신뢰를 재건하기란 오랜세월을 요하기 마련이다. 브랜드 가치는 Smart people에 의한 경영의 질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지 상호만으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7. 정책과 경영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조선강국이지만 최근 수년간의 실적에서 나타났듯이 최약체 해운국이라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해운산업의 발전사에서 보듯이 한국은 세계 어느나라 못지 않게, 그 이상으로 해운산업을 지원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최약체로 평가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목하 체력전이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원가경쟁력, Network, 시장의 신뢰도, Smart 경영, 강력한 리더-슆과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들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한국해운의 강점을 든다면 이중 몇 개가 해당할 수 있을지..

등치만 세계 제 7위일 뿐 체력면에서는 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임에도 최근에 무언가 쫏기듯이 내놓은 한국해운의 재건과 경쟁력 강화방안을 살펴보면 1억톤을 돌파하겠다거나 제 5위 해운강국이 되겠다거나 하는 몸집불리기 구호만 들릴뿐 체력이 쇄약해진 원인과 약체 체력을 어떻게 보강하겠다는 구체적 대안이나 공감이 가는 실천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선두주자들의 예에서 보듯이 생존의 원동력은 자체 경쟁력이고 자생력이지 외부의 지원이 아니다. 작금의 국제해운시장에 생존전략은 글로벌하주의 지지를 얻는 것 뿐이며 이는 내쇼날리즘이나 이른바 선하주 상생이란 이름으로 이루어 질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특히 수천, 수만에 이르는 다국적 하주를 상대해야 하는 컨테이너 정기해운 비즈니스에 정부의 정책이 개입 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제한적이며 그 영역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안보와 전략적 역할이 주권국가의 책임이라면 국제시장에서 경쟁의 주역은 당연히 민간영역이다.

중국과 같은 국영선사 체제가 아닌 한 국가가 전략적 안보적 차원을 벗어나면서까지 자국의 모든 해운산업을 껴안고 가는 나라는 없다. 해운산업의 육성이란 이름하에 절제되지 않은 재정지원이 계속될 경우 그러한 정책이 자칫 기업주 혹은 오너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위험성도 배제 할 수 없다. 모두를 살리려 하다가는 모두 다 죽는다. 민간섹터는 철저하게 경쟁논리와 생산성 논리에 의해 승자와 패자가 정해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며 이는 국가의 정책의 힘으로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설사 그러한 목적하에 민간기업에 국가재정을 투입하려 해도 담보가 없는 대출이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처럼 정상적인 절차와 리스크 관리를 적용 할 경우 재정지원에 앞서 국민의 동의를 얻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자국해운이 진출 할 수 있는 무대가 차단돼버린 상태하에서 250척에 달하는 선박을 건조하는 것이 과연 조선업과 해운을 동시에 지원하기 위한 정책인지도 의문이다. 만일 250척의 건조가 한국해운의 경쟁력 강화와 무관한 것이라면 이는 또 다른 공급과잉을 초래하는 결과가 될 뿐이다. 차라리 조선산업을 위한 대책이라고 명확히 하고 해운산업에 우선을 둔 내실 있고 실천 가능한 지원대책을 별도로 수립하는 것은 어떨지..

8. 재건과 정책지원
최우선사항은 선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체와 개편이지만 현재 한국해운계는 정책지원이 없이 자력으로 선박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정책측면에서 해외의 따가운 시선과 부담이 따르더라도 현 상황하에서 한국해운의 재건을 위해서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정책지원이 필수적이다. 다만 정책은 투명해야 되고 정책지원 역시 공평해야 하며 국민세금이 투입되려면 객관성과 공정성이 필수다. 국영기업이 아닌 한 담보 없는 대출(정책금융이라 하더라도)이 정당화 될 수도 없다. 이런 논리나 제약을 뛰어 넘을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상사베이스가 아닌 국가 안보와 전략적 측면이다. 제한된 시간내에 가장 효과적으로 필요선대를 구축하는 방법은 일차적으로 안보와 전략적 목적하에 국가 필수선단(National Minimum-이하 ‘NM’)을 확보하고 그 다음에 시간을 두고 시장에 부합하는 Commercial fleet를 보강하는 것이다.

NM은 정책과 금융의 공조하에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그 소유는 국가이며 투명성과 책임관리를 위해 일응 국영선사형태가 돼야 한다. NM은 정부가 해운업의 국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해운의 재건을 위한 것인바 국영선사의 역할은 안보와 전략목적으로 제한하고 평시에는 Cost basis 로 Commercial fleet로 제공한다. 다만 안보 전략적 측면으로 NM의 규모와 역할을 제한할 경우 한국해운계가 필요로 하는 Korean fleet의 최소규모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NM의 규모를 안보와 전략적 측면 + 알파의 개념으로 하고 알파의 크기에 대해서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박의 최소규모 그리고 투입 가능한 재정의 규모에 따라 항로별로 우선순위를 정해 신축적으로 확대 운영할 필요가 있다.

한국해운의 기반구축을 위해 필요할 경우 떳떳하게 정책부서의 감독하에 국영선사 형태로 유지하는 것도 굳이 피하려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최근의 상황에서 보듯이 어차피 정책금융이 어느 특정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애매모호한 지배구도 보다는 투명성(Transparency)과 책임(accountability) 경영을 추구한다는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공사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방안이다. 만일 정책부서 스스로가 그러한 전환에 대해 정당화 혹은 합리화 시킬수 있는 명분을 찾지 못한다면 지금과 같은 한계가 불분명한 정책영역과 민간영역의 혼재상태는 더 더욱 정당화 될수 없다.

한국의 해운과 조선의 여건을 감안할 때 조선을 위해 해운을 희생할 수 없듯이 해운을 위해 조선활동을 자제하라고 할 수도 없는 만큼 가능하면 조선과 해운을 연계시켜 Win-win의 길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어차피 세계 시장은 사선(owned)위주로 해운을 경영하든 시대가 아니고 해운도 항공산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점차 자산의 리스화로 전환시켜 소유에 따른 리스크를 비용화(용선료)하는 현상이 보편화 되고 있다. 전문 용선선주들이 소유한 용선선박이 3대 얼라이언스의 경우 2016년 기준 이미 전체선복의 52%를, 이웃 일본 컨테이너 3사는 67%를 점하고 있으며 한국 컨테이너선단 역시 작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지배선단의 55%가 용선된 선박이다. 해외 용선선주들이 한국 정책금융의 R/G(refund guarantee)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건조된 선박들을 다시 한국선사가 장기 용선형태로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한국해운이 현재 용선으로 확보하고 있는 선단을 자급자족한다는 차원에서 용선선박을 우회해서 확보하는 것보다 한국조선소와 한국 선사간 직거래(용선)를 할 수 있도록 한국조선소들에게 선박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어차피 정책지원이 조선과 해운을 함께 아우르고 있고 직거래를 통한 경제적 측면과 함께 Commercial fleet의 조기구축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조선과 해운의 상생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최대조선소인 Imabari의 경우 Shoei Kaiun 이라는 자회사를 두고 이를 통해서 자체 건조된 선박을 동 자회사를 통해 국내외 선박회사에 용선해주고 있다. 조선업계에 선박의 소유를 허용하는 것과 관련 조선업계의 해운참여를 부담스러워 하거나 관련 부서간의 영역 문제가 거론될 수도 있겠으나 소유만으로 제한되는 한 정부부처간 관할문제 등이 장애가 돼서는 안된다. 범정부 차원에서 보더라도 그러한 비생산적인 해운외적 요인보다는 위기에 처해있는 한국의 조선과 해운에 활력소를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더 중요하다. 잃는 것 보다 얻는 것이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공론화 하기에도 민망한 그런 갈등이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

NM 선단에 대해서는 국가 비상시 혹은 전략적으로 필요할 경우 적기 동원을 전제로 하되, 일반 평시에는 해당 선단을 원가 베이스로 민간에게 제공해(T/C out) 국적선의 대외 경쟁력을 지원하되, 해당 선단에 관한 한 금융논리나 시장논리보다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NM을 제외한 민간섹터의 선단에 대해서는 정책금융이 행해 지더라도 금융과 기업 경영의 한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약정에 따라 금융논리로 채무 조정을 하거나 법적권한에 의거 선박을 처분하는 것은 그들의 고유권한이겠지만 어떤 명분이든 국첵은행이 금융을 이유로 민간 해운기업의 경영을 지배하려해서는 안 된다.

9. 금융이 한국 해운을 주도한다?
어느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상선대의 금융규모가 척당 500만불 수준이라고 하니 어느 의미에서 전 세계 선박의 주인은 은행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융이 해운을 선도하는 나라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원리금의 상환능력을 상실한 해운계에 대해 은행이 담보권 실행등 원론적인 수단을 동원하려 했더라면 살아남아 있을 선사가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유럽의 전통선박금융사들이 위기에 처한 해운시장을 주도하려 했더라면 전 세계 해운시장은 엄청난 변화를 초래했을 것이고 혼란과 격동 끝에 해운자본이 특정국가로 집중됐거나 독과점화 현상이 급진전 됐을 것이다.

왜 그들은 내키지 않는 채무조정을 감수하면서도 법적으로 보장돼있는 카드(Foreclosure등) 를 접어둔 체 선주되기를 두려워 했을까? 그들은 금융논리에서 접근하기 보다 선주가 됐을 시 감내해야 될 시장의 리스크(market or commercial risk)에 부담을 갖고 있으며, 해운산업의 특성상 check-in 하기는 쉬울지 몰라도 일단 들어가면 마음데로 check-out 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채비율이 400% 이하면 경쟁력이 있고 그 이상이면 생존력이 없다는 것인가. 선취담보 후취담보의 순서와 비율이 선사의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해운이 금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이 금융이 해운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국책은행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정책을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Tool 이라고 하면 정책금융 당국에서 서운해 할지 모르나 경제논리, 금융논리를 따지고 그에 준한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것이 시중은행의 몫이라면 정책은행은 그러한 금융논리를 뛰어넘는 국가전략적 차원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선박의 대체는 고사하고 홀로서기가 힘든 처지에 있는 한국해운계로서는 선사의 대부분이 정책금융 주도하에 최근에 설립된 한국선박 해양(주)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때는 정책은행이 한국의 해운정책을 주도하는 것처럼 하더니 이제는 아예 전면에 나서고 있다. 해운시장이 정책은행에 의해서 좌우되고 정책은행이 해운정책을 선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시현상인가?

10. 해운인들의 시각은?
국제해운의 주력은 정기선 컨테이너 해운이고 그 핵심은 대양을 연결하는 Main line 즉 태평양과 유럽항로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양대 원양항로에서 한국컨테이너 선박이 자취를 감추기 십상이고 불확실한 전망속에 아시아와 북미서안(PNW)을 연결하는 태평양 역내항로 까지 가능할지 모르지만 어차피 한국컨테이너해운의 주무대는 Intra Asia와 서남아 항로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68년 한국해운사 가운데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해운인들은 어떤 사유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어떻게 대처했느냐고 후세들이 물으면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졸업 후 대형 컨테이너선을 타고 유럽항로와 미주항로를 항해해보고 싶은 로망을 갖고 있는 해양계 학교의 후학들은 이러한 참담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정책전환도 아니고 그렇다고 금융계 다수의 보편적인 금융논리라고 하기에도 설득력이 약한 한진해운사태가 한국해운에 어떤 보탬을 주었으며 정책부서를 포함한 한국해운인들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받아들이는지 의아스럽다. 년말 년시를 맞아 여러 해운단체의 신년사나 각종 행사가 있을 때 마다 예외없이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문자 그데로 일회성 행사용 코멘트로 끝날 뿐 진정한 실상과 한국해운의 미래에 대한 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면 무섭도록 냉정하고 침착한 한국해운계의 반응을 보고 과연 해운인들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없지는 않겠지만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며 말을 아끼는 것인지 아니면 나와는 무관한 강 건너 불이라고 생각하는지,..

11. 결언
핀란드화(Finlandization)란 약소국이 옆에 붙어있는 강대국의 힘에 눌려 자주성을 잃는 것을 뜻한다. 한국해운의 지배구도 최 상위에 국책은행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국의 해운산업이 정책금융에 의해 자주성을 상실하고 그에 종속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시중은행이든 정책금융이든 금융의 역할은 배후 지원으로 제한돼야 하며 해운산업이 정책금융에 의해 핀란드화 되는 것은 업계는 물론 정책부서에서도 경계해야 한다. 적자생존의 체력전이 몰아치고 있는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의 와중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해야 할 한국의 해운산업에 무주공산(無主空山)형 경영은 부적합하다. 강력한 가족경영 체제의 해운기업이 장수하는 이유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한국해운의 IMF 사태다. 기우인지 모르나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한국해운이 오도돼서는 안된다. 재건의 목표가 무엇인가? 일전 어느 해외언론지에 ‘한진해운.. 삼가 명복을 빈다(Hanjin Shipping : Rest In Peace)'는 제목의 글을 본적이 있다. 67년 한진해운의 항적은 이제 사라져 가지만 한진해운 사태를 교훈삼아 한국해운이 정상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해운의 재건과 생존을 위해서는 첫째도 경쟁력 둘째도 경쟁력이다. 당연히 국적선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며 눈앞의 현안은 유럽항로와 태평양 항로라고 하는 실지(失地)를 되 찾아오는 것이다.

시각에 따라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 정책부서의 무기력에 대해 원망 할 수도 있고 원론적 측면에서 비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해운산업이라고 해서 명경지수와 같은 청정환경만을 기대할 수 없으며 최근의 난맥에서 보듯이 눈에 보이지 않은 어떤 말 못할 사연 혹은 강원도 어느 눈속에 뭍혀져 있는 못 다한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해운업계 스스로는 자성할 부분이 없다고 장담 할 수 있을지 자문자답해 볼 필요도 있다. 정책부서를 탓하고 있을 만큼 한국해운의 상황이 여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이는 위기에 처한 한국해운의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서있는 한국해운의 재건과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책부서의 견고한 위상과 굳건한 의지가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정책부서도 부처이기주의와 관료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만용(蠻勇)에 가까운 혁신적인 처방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 한국해운의 저력이 그랬던 것처럼 정책부서의 확고한 정책의지를 바탕으로 업계가 합심해 이 난관을 해쳐나가는 것이다.

201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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