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목포해양대학교 교수

<admiral : 제독>

admiral은 해군의 장성을 통칭하는 제독(또는 함대사령관)을 뜻하며 과거에는 제독(또는 함대사령관)이 승선한 선박, 즉 기함(flagship of the admiral)을 의미하기도 했다.

The Shorter Oxford English Dictionary on Historical Principles(이하 SOED)에 따르면 이 낱말은 아랍어 amir 또는 emir(술탄 휘하의 고위직)가 지중해를 경유해 영어에 정착된 것이다.

사와 센페이 교수도 admiral이 아랍어 amir-al(command of)에서 유래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어원 분석에 따르면, 중세 지중해를 장악했던 아랍인들이 시칠리아와 스페인 등을 통치했을 때 대부분의 장관직을 amir-al…로 통칭했는데, 이것이 영어를 포함해 전유럽어권에 퍼지게 되었다.

중세 유럽인들이 당초 관심을 가졌던 직책은 amir-al-bahr(commander of the sea)였다. 이 직책은 아랍인들의 직책상 지중해 함대를 지휘하고, 해상을 관할하는 장관으로서 ‘해양 장관’ 내지는 ‘해군 사령관’ 정도로 옮길 수 있었다. 유럽인 중 이 말을 처음으로 도입했던 시칠리아와 제노바인들은 전 함대 중 일부 함대, 즉 전대(戰隊, squadron)의 지휘자를 칭할 때 이 용어를 사용했다.

그런데 아랍어 amir-al-bahr의 전체 의미를 몰랐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bahr(바다)란 단어를 탈락시킨 채 그저 amir-al로 약칭해 버렸다. 결국 admiral은 본래 command of the sea라는 뜻이었던 아랍어 중 command of만 차용해 탄생한 우스꽝스러운 말인 셈이다.

여기에서 더 재미있는 것은 당초 아랍어에서 없었던 ‘d’가 amir-al이 영어에 도입되면서 첨가되었다는 점이다. 잉글랜드에서 본래 아랍어에 포함되지 않았던 d를 첨가하게 된 것은 당시 직명 등에서 라틴어를 사용했던 탓에 유럽 대륙에서 유입된 amiral이라는 낱말의 어원을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오해한 탓이었다.

라틴어 admirabilis(경탄할만한)와 형태적으로 비슷한 탓에 amir-al에 d를 덧붙여 admiral로 쓰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 유럽어권에서 ‘제독’을 뜻하는 단어로 이탈리아어는 ammiraglio, 프랑스어는 amiral,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는 almirante, 네덜란드어는 admiraal, 독일어는 admiral, 러시아어는 admiral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보면 ‘제독’이라는 단어가 아랍인을 통해 지중해에서 라틴어권에 도입된 뒤 영어에 수용되고 이것이 북유럽권으로 확산됐음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라틴어권에서는 아랍인들과의 직접 교류를 통해 아랍어 amir-al을 도입했고, 북서유럽어권에서는 잉글랜드인들이 범한 잘못을 그대로 수용해 admiral을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admiral에는 commodore(준장), rear admiral(소장), vice admiral(중장), admiral(대장) 등 네 계급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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