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목포해양대학교 교수

<fleet : 함대, 선대(船隊)>

고대 영어에서는 fleot, fleote, floeta 등으로 사용됐는데 고대 플랑드르어의 flet, 중세 네덜란드어의 vliet, 중세 고지 게르만어의 vliez, 고대 노르만어의 fljort 등의 낱말에 상응했다.

현대어 fleet는 집합명사로서 그 자체가 복수의 의미를 뜻하는데 독일어 Flotte, 네덜란드어 Vloot, 프랑스어 flotte, 스페인어 flota, 포르투갈어의 frota 등으로 전화됐다.

독일 저지대 지방에서 ‘우유나 육즙 위에 떠다니는 지방’을 flott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서유럽권의 여러 나라 사람들이 물에 떠있는 ‘배’를 칭하는 낱말을 여기에서 연상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앵글로색슨어에서 fleet는 집합명사가 아니라 배 한 척을 의미했다. 11세기 대서사시 『베어울프(Beowulf)』에서는 flota란 형태로 ‘배 한 척’을 뜻했다.

fleet 계열의 낱말 가운데 역사에 화려하게 등장한 낱말이 스페인어의 flota이다. Fayle에 따르면 16세기 스페인은 해마다 신대륙으로의 항해를 두 차례 선단을 조직해 운영했는데 한 선단은 flota of New Spain, 다른 한 선단은 flota of Spanish Main(=flota of Tierra Firme)였다.

flota of New Spain은 봄이나 이른 여름에 멕시코의 항구인 상 후앙 데 울루아(San Juan d'Ullua, 후에 Vera Cruz)에서 출항해 항해하던 중 일부 배는 선단에서 떨어져서 대 안틸레스제도로 향했다.

flota of Tierra Firme는 8월이나 그보다 늦게 콜롬비아의 카르타헤나(Cartagena)와 파나마 지협으로 출항했다. 이 선단은 페루의 보물을 수송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했다. 왜냐하면 스페인인들은 케이프 혼을 돌아가거나 마젤란 해협을 관통하는 악천후 항로로 항해하는 것을 꺼려했고 오히려 중간에서 화물을 환적하는 쪽을 선호했다.

“칠레산 금은 발디비아(Valdivia)에서 선적됐고, 무진장하게 매장돼 있을 것 같은 포토시(Potosi) 은의 출화항은 카야오(Callao)였다. 에쿠아도르에서는 과야키(Guayaqui)와 그밖의 남아메리카의 여러 항구에서 선적된 보물은 파나마로 운송된 뒤 이곳에서부터 노새의 등에 옮겨 실은 뒤 대서양 해안의 농브레 데 디오스(Nombre de Dios)까지 이송했다. 두 선단은 통상적으로 아메리카에서 겨울을 난 뒤 귀항 길에 아바나에서 합류해 선단을 이룬 뒤 3월 중순 즈음에 아바나를 출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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