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스조인 전병진 사장

설립 10년 박스조인, 자본·인력 확충 추진
컨테이너 연구소 설립해 표준화 작업 시작

반평생을 컨테이너 전문가로 살아온 박스조인㈜의 전병진 사장은 올해초 국내 순수기술로 접이식 컨테이너를 개발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에서 수억원을 들여 개발했다는 접이식 컨테이너가 물류 현장에 전혀 맞지 않을 뿐더러 2021년까지 상용화해 연간 최대 6조원의 물류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밋빛 비전이 너무나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해외에 알려진다면 비웃음을 살 일이다. 컨테이너는 30톤짜리 컨테이너 7개를 쌓아 놔도 문제가 없을 정도의 강도와 터미널장비의 하역작업이나 운송 중 화물의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안전성과 수밀성이 유지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평균 수명 20여년간 발생하는 보수비용을 최소화하고 수리용이성으로 가동율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접이식 컨테이너는 구조적으로 가장 취약한 사이드 판넬을 반으로 접는 방식이여서 CSC 안전검사와 국제선급 검사를 통과하기 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본다. 컨테이너를 운영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관리와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는데다가 경제성 또한 매우 낮다. 일반 드라이 컨테이너의 수리비용 중 사이드 판넬 손상비용이 70~80% 정도를 차지한다는 사실만 알았더라도 사이드 판넬을 반으로 접겠다는 생각은 감히 못했을 텐데… 전형적인 탁상공론의 산물이다.”

전병진 사장은 2021년까지 상용화해 전세계적으로 6조원, 국내에서 3천억원의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비전에 대해서도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ISO 규정 승인과 미국선급(ABS)· ·프랑스선급(BV) 등 국제선급 인증까지 마무리돼 국제운송용 화물컨테이너로 승인된 네덜란드 Holland Container Innovations(HCI)가 개발한 접이식 컨테이너 4FOLD 컨테이너 조차 현재 유통되고 있는 컨테이너가 100개 남짓에 불과하다.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접이식 컨테이너를 이용하는 선사들과 물류업체들이 이를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테스트가 필요하고 사용자측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제한된 서비스 구간 때문에 시장 보급은 대단히 더딜 수밖에 없다. 아직 국제운송용 화물컨테이너로서 공인조차 받지 못한 국내 접이식 컨테이너가 무슨 수로 4년만에 상용화 절차를 마치고 수억에서 수조원의 수익을 낸단 말인가?”

미국 컨테이너 임대회사인 CTI에서 시작해 한진해운 장비총괄 상무를 거쳐 국제 컨테이너 표준화 단체인 BIC(Bureau International des Containers) 및 COA(Container Owners Association) 한국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컨테이너 전문가인 전병진 사장은 이처럼 물류현장과 동 떨어져 활용도가 떨어지는 장비를 만들거나 이미 개발이 완료돼 해외에서 유통되고 있는 특수 컨테이너를 개발한다며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병진 사장은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는 컨테이너를 개발하는 데 수억원의 정부재정을 투자하는 것보다 국내 해운물류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컨테이너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컨테이너 전문가들이 참여해 국내 물류흐름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컨테이너는 해운물류산업에서 대단히 중요한 장비다. 국적선사들이 이용하는 일반 드라이 컨테이너가 150만teu 이상이고 코일·석탄·시멘트·탱크 컨테이너 등 내수용 특수컨테이너 소요량도 약 10만대 정도에 달한다. 이처럼 국내에 컨테이너 수요가 상당하지만 이들 컨테이너의 상당부분을 외국 대형 리스회사들이 공급하면서 국부가 유출되고 있고, 컨테이너 제작비용 부담으로 물류운송체계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도 세계 5대 해운국에 걸맞는 대형 컨테이너 리스회사를 만들어 해운물류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컨테이너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에는 Triton이나 Textainer와 같은 대형 컨테이너 리스 회사가 전무하다. 대형 리스회사가 없다보니 국적선사들이나 물류회사들은 대부분 해외 리스회사의 컨테이너를 임대하거나 리스회사의 자본을 이용해 컨테이너를 확보하고 있다. 그렇게 확보한 컨테이너가 150만teu정도다. 노후 컨테이너 대체량을 5% 정도만 잡아도 매년 8만teu 이상의 컨테이너 신조 수요가 발생하고 코일이나 석탄, 시멘트 등 특수 컨테이너에 대한 수요도 상당하다.

“국내 컨테이너 신규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에 컨테이너 리스부문의 사업성은 충분하다. 대형 국적 컨테이너 리스회사가 탄생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 개선과 금융지원이 필요하며 해운물류업계도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전병진 사장은 지난 2007년 컨테이너 박스 개발 및 임대사업을 위해 설립했던 개인회사인 박스조인을 대형 컨테이너 리스회사로 변신시키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투자유치를 통해 박스조인의 자본을 키워 컨테이너 전문 인력들을 모으고 마진이 좋은 특수 컨테이너 시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박스조인은 규모는 작지만 이미 특수 컨테이너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을 해왔다. 전병진 사장이 특허를 갖고 있는 슬라이딩 오픈탑 컨테이너 약 1천대와 코일 컨테이너 350대, 카본블랙 벌크 컨테이너 56대, 사이드오픈 하이큐빅컨테이너 30대 등 약 1400여대의 특수컨테이너를 제작해 임대한 실적을 갖고 있다.

“자본과 인력을 확충해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특수컨테이너와 제주도 미니 컨테이너 임대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현재 비즈니스 파트너를 맺고 있는 네덜란드 HCI의 4FOLD 컨테이너, 핀란드 Langh의 코일 컨테이너, 최근 새로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를 맺은 호주 SCF의 특수컨테이너, 뉴질랜드 A-Ward의 벌크 핸들링 장비, 네덜란드 ORBCOMM의 장비추적장치 등을 국내에 보급하는 작업을 본격화하려고 한다.”

특수컨테이너 사업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면 이후부터 드라이 컨테이너 리스 사업에 집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병진 사장이 생각하는 컨테이너 리스 사업은 단순히 컨테이너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컨테이너 관리 인력을 보유하지 못한 중소선사나 물류기업들에게 컨테이너 수급과 관리, 수리 등 인벤토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전병진 사장은 또 한국컨테이너산업발전연구소를 만들어 새로운 특수 컨테이너를 개발하는 한편 한국 컨테이너 표준화와 국내 컨테이너운송체계 개선의 구심점 역할을 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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