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직격탄 한중카페리, 묵묵히 가교 역할"

사드사태 중국도 타격, 청도여객터미널 한산

끝이 없을 것 같던 한여름의 강렬한 햇살은 8월 끝자락의 저녁 하늘을 지나며 한결 부드러워 진다. 저녁노을이 비추는 인천항 갑문을 거대한 선박이 마법처럼 빠져나간다. 1년여만에 위동항운의 3만톤급 뉴골든브릿지5호를 타고 중국 청도로 향하는 참이다.

이번 여행은 중국 산동성을 대표하는 대도시라고 할 수 있는 청도와 연태를 위동항운과 한중훼리의 선박을 이용해 3박 4일 동안 둘러보는 다소 빡빡한 일정이다. 배에서 이틀을 지내야하니 실제 중국 체류시간은 하루 반나절이 되질 않는다. 대단히 짧은 일정이고 이동거리도 만만치 않지만 3년전 연태훼리(평택-연태) 취항식 때 잠시 들렀던 연태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주저 없이 배에 올랐다.

뉴골든브릿지5호 타고 청도항으로

사드사태로 중국 단체 여행객들이 많이 빠져나갔지만 그 자리를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과 소상공인들이 채우면서 인천항과 중국 산동성 청도항을 오가는 뉴골든브릿지5호 선내는 여전히 여행객들의 설레임으로 가득했다. 처음 배를 타고 중국 여행을 떠난다는 전남 정읍의 단체 여행객들은 서해의 붉은 낙조와 인천대교를 배경으로 연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그 시간 뉴골든브릿지5호 레스토랑에서는 꽤 근사한 저녁 식사가 차려졌다. 한국인 조리장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정갈한 음식들이 식욕을 자극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카페리선들은 대부분 중국인 조리장들이 승선중이어서 한국 승객들의 입맛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음식들을 내놓지만 뉴골든브릿지5호는 다르다.

레스토랑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카페는 낮에는 커피와 음료를 팔지만 저녁식사 후에는 중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청도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판매한다. 뉴골든브릿지5호에는 너무나 유명한 청도맥주 제1공장에서 생산한 맥주가 올려 진다. 청도맥주 제1공장 맥주는 산동성에서만 유통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정식 수입되는 청도맥주와는 맛이 완전히 다르다. 시원한 청도맥주와 치킨, 골뱅이 무침은 뉴골든브릿지5호가 자랑하는 최고의 조합이다.

저녁식사후 선상 불꽃놀이와 레스토랑에서 공연도 펼쳐지는데 사드사태로 여행객들이 급감하면서 공연프로그램은 부정기적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아쉬움이 남지만 청도 맥주 한잔에 아쉬움마져 사그러 든다.

청도 맥주 한잔에 흥이 올랐다면 노래방에서 노래 한곡을 뽑아도 좋다. 노래방에서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시킬 수 있으니 금상첨화. 더군다나 뉴골든브릿지5호는 영화관, 면세점, 편의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승객중 원하는 이들은 뉴골든브릿지5호를 운항하는 브릿지를 탐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선장 제복과 모자를 쓰고 사방을 둘러볼 수 있는 브릿지 체험은 꽤 특별한 경험이다. 이렇게 즐기다 보면 배타고 떠나는 여행이 지겹고 불편하다는 편견은 깨지기 마련이다. 푹신한 침대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 아침식사를 마치니 바로 청도항이다.

▲ 뉴골든브릿5호는 신청자에 한해 브릿지투어를 할 수 있다.

최신 시설 갖춘 청도국제여객터미널

산동성의 성도는 제남이지만 인구로 보나, 지명도로 보나, 산업규모로 보나, 산동성 제1의 도시는 단연 청도다. 뉴골든브릿지5호 갑판에서 청도항과 청도국제여객터미널을 바라보면 왜 청도가 산동성 제1의 도시인지 바로 실감할 수 있다.

2년전에 지어졌다는 청도국제여객터미널은 청도항 수변지역과 꽤 잘 어울렸다. 접안시설은 훌륭했고 대형 크루즈선이 기항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길이의 안벽과 관광객들이 편하게 승하선할 수 있도록 터미널과 선박을 연결하는 갱웨이 시설도 갖추고 있다.

뉴골든브릿지5호는 안타깝게도 갱웨이를 이용하지는 못하고 셔틀버스를 이용해 터미널까지 이동해야한다. 이동시간은 단1분. 부두와 터미널은 불과 10m도 안되는 짧은 거리이지만 보세구역인데다가 카페리의 특성상 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부득이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차라리 뉴골든브릿지5호에서 터미널까지 펜스를 쳐서 여객을 먼저 하선시킨후 화물 하역을 시작하면 보다 편리하게 여객들이 하선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짧은 생각을 해봤다.

청도항국제여객터미널 내부는 뉴골든브릿지5호에서 바라본 외관보다 훨씬 더 훌륭했다. 개장한지 3년밖에 안됐으니 깔끔한 것은 당연지사고 마치 어느 국제공항에 온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국제공항에서나 볼법한 각종 상가, 식당, 면세점 등 편의시설들이 들어서 있고 크루즈선이나 카페리선이 접안해 한꺼번에 하선하는 수천명의 관광객들이 빠르게 입국 수속을 할 수 있도록 20여개의 출입국 게이트와 세관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 뉴골든브릿지5호에 입점한 현대면세점

사드사태 여파, 청도여객터미널도 타격

시설 규모는 대단히 훌륭했지만 사드사태로 관광객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시설들은 영업을 중단한 채 비어 있었다. 사드사태 장기화로 우리뿐만 아니라 중국도 적지 않은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는 듯하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시작한지 올해로 25년째를 맞았고 양국 무역규모가 연간 2천억 달러를 넘는 아주 각별한 무역파트너가 됐다. 그러나 사드사태로 양국관계가 급랭하고 중국 여유국이 금한령을 내리는가 하면 중국 세관이 한국 공산품에 대해 까다로운 통관기준을 들이대면서 한중 민간 해운업계와 수출입화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다.

사드 사태의 최대 피해자중 하나가 바로 한중카페리선사다. 한중카페리선사는 한중정식수교 이전부터 양국의 관광객들과 상인, 화물을 동시에 실어 나르는, 문화와 경제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또한 한중해운회담에 따라 한중 합작으로 설립된 한중카페리선사들은 태생적인 특성상 양국 관계의 영향에 대단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사드사태가 본격화되고 양국관계가 얼어붙은 지난 6개월여 동안 카페리선사들은 그간의 업력을 바탕으로 나름 잘 대처해 왔지만 이 사태가 1~2년 장기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대단한 우려를 하고 있다.

중국의 엄청난 인구와 경쟁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던 크루즈산업도 사드사태에 따라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급성장하는 중국 크루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그동안 대형크루즈선과 신조 크루즈선을 대거 투입했던 세계 최대 크루즈선사인 코스타와 RCL은 중국에서 배를 빼기 시작했다.

금한령에 따라 중국 단체관광객의 한국여행이 금지되면서 그동안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중국-한국-일본을 연결하는 동북아 크루즈항로를 운항하는 것이 불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동북아 크루즈항로를 대상으로 중국인 모객이 어려워졌고 내년까지 이 사태가 개선된다는 확신이 없어 배를 빼기 시작한 것이다.

사드사태로 한중카페리 이용객들과 크루즈 관광객들이 줄어들면서 20여개에 달하는 청도국제여객터미널의 출입국 게이트는 단 2개만 열려 있었다. 덕택에 뉴골든브릿지5호를 타고 온 150여명 남짓의 승객들이 터미널을 빠져나가는데 거의 1시간 반이 소요됐다.

▲ 뉴골든브릿지5호 메인로비.

인구 1천만명의 대도시 청도, 교통체증

중국에서의 일정이 하루 반나절이고 이번 여행의 주목적지가 연태인데다 입국수속이 늦어진 탓에 청도를 둘러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곧바로 차량에 탑승했다. 목적지는 중국 4대 누각이라는 연태 봉래각이다. 청도에서 봉래각까지 거리는 230km, 빨리 이동해도 2시간 30분 이상 소요된다.

최근 청도와 연태를 연결하는 고속철도가 개설돼 양도시를 오가는 시간이 1시간 남짓으로 줄었다고 한다. 성격 급한 이들이라면 자동차 보다는 당연히 고속철도를 선택하겠지만 고속철을 이용하는 게 그렇게 녹녹치 못하다. 고속철 역사와 시내까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다가 외국인의 경우 중국 고속철도를 타기 위해서는 비행기 수준의 보안검색을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차량을 이용하는 게 낫다.

청도는 인구 1천만명에 달하는 거대도시다. 불행히도 기자가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청도항을 빠져나온 시간은 일요일 11시. 일요일 오전의 청도시내는 이미 엄청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청도에서 연태까지 통상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일요일 오전의 청도시내 교통체증을 뚫고 텅빈 고속도로까지 진입하는데 이미 1시간 이상을 써버렸다. 그리하여 연태까지 무려 3시간 반을 달려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 선내에서 판매하는 뉴골든브릿지5호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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