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 서동희 변호사
필자는 해사법률(193)에서 "특별조사보고서를 법원이 증거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지"라는 제목으로 이미 글을 쓴 적이 있다. 그곳에서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해난심판법") 제18조의 3 제3항1)에 규정된 조사보고서("특별조사보고서")가 민사소송에서 양 선박의 과실비율을 판단하는데 증거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쟁점을 내포한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부가 판결을 내렸기에 다시 소개하고자 한다. 이 판결은 이 쟁점 외에도 선박충돌과 관련되는 여러 쟁점들에 대해 판단을 내린 흔치 않은 판결로서 해사법률에서 그 판결에서 검토된 여러 가지 쟁점을 연속으로 설명을 드리려고 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부는 해사전담재판부로서 이 사건은 2013년 7월 10일 울산 부근 해역에서 발생된 그리스 선박 Panamax Blessing호(총톤수 3만 8606톤의 산적화물선(bulk carrier))와 중국 선박 Harmony Rise호(총톤수 1998톤의 일반화물선)2)의 충돌사고에 관한 것이다.3)

2015년 4월 30일 소송이 제기된 이래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부가 2년 5개월동안 상세한 심리를 한 끝에 이번에 판결을 선고했으므로 이 판결의 의의는 적지 않은 것이다. 특별조사보고서를 법원이 증거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 제18조의 3 제6항은 '특별조사부의 해양사고 조사는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된 사법절차, 심판청구를 위한 조사 절차 및 행정처분절차 또는 행정쟁송절차와 분리해 독립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특별조사부의 조사관에 대해는 제18조 및 제18조의2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해양사고조사가 사법절차와 독립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을 뿐 그 조사 결과가 재판절차에서 증거로 쓰일 수 없다고 규정하지는 않고 있으므로, 위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 제18조의 3 제6항을 근거로 위 갑 제5, 36호증을 민사재판에서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보기 어렵고,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민사소송법 하에서 피고 주장의 위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위 각 증거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필자는 해사법률(193)에서 이러한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예견했었고, 현행법 아래에서 법원의 위와 같은 판단에 오류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특별조사보고서가 민·형사소송에서 증거자료로 제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에 대한 확신은 변함이 없다. 따라서 해난심판법 제18조의 3 제6항이 "특별조사보고서는 민·형사소송에서 증거자료로 제출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내용으로 법 개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 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우리나라가 가입하고 있는 IMO에서 2008년 5월 16일자 RESOLUTION MSC 255(84)로 결의한 "Casualty-Related Matters, Code of the International Standards and Recommended Practices for a Safety Investigation into a Marine Casualty or Marine Incident(Casualty Investigation Code)"는 그 25.4조에서 체약국은 징계, 형사 처벌 그리고 민사 책임으로 연결될 수 있는 해상사고 관련된 절차에 증거로 제출될 수 없게 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4), 우리나라는 체약국으로서 신속히 현행 규정을 개정해 명백히 증거로서 제출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 특별조사보고서 표지에 "이 보고서는 해양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민·형사상 책임, 처벌 또는 비난 등을 하기 위한 의도로 작성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본 보고서를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 제18조의3제6항에 따라 민·형사상 재판 등의 증거자료로 활용하지 않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은 바로 Casualty Investigation Code의 25.4를 의식한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로, 이러한 주의문구는 앞서 해사법률 193에서 설명 드린 바와 같이, 미국의 NTSB(국가교통안전위원회)의 조사보고서에 대한 미국법의 입장에 상응하는 것인 바, NTSB의 조사보고서는 법 규정에 의해 민사절차나 형사절차에서 미국법상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게 되어 있다. 따라서 증거로서 제출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졸저 실무해상법·해상보험법 106 내지 109면). 그 취지는 외부의 압력으로터 자유롭고 정확한 사고조사가 보장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와 같은 민사소송에서의 "증거능력"이란 제도가 없어도, 개별법에서 증거 제출을 금지하게 하면 영미법에서의 증거능력 자체가 인정되지 않게 하는 것과 실제 운용상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본다.

셋째, 법원이 사안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을 하는데 특별조사보고서도 여러 가지 증거들 중의 하나의 증거로 사용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이번에 내려진 판결도 바로 이러한 생각이 깔려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결과라고 본다. 즉, 다른 여러 방법으로 사고에 대한 사실인정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특별조사보고서도 증거로 사용하게 된다면, 둘째의 근거에서 본 바와 같이, 조사관들의 사고 조사가 공평무사하게 이루어지기가 매우 어려워 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야 말로 소탐대실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밝혀 두어야 할 것은 이 사건에서 특별조사보고서는 2인의 조사관이 작성했는데, 충돌사고의 주된 원인이 Panamax Blessing호에게 있고, Harmony Rise호에게도 일인이 있다고 판단했는데, 법원은 Panamax Blessing호 대 Harmony Rise호의 과실비율을 30:70으로 그와 정반대로 판단했다. 이러한 실질적인 결과는 많은 내용을 웅변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본다.5)


1)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해난심판법") 제18조의 3 제1항은 "중앙수석조사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해양사고로서 심판청구를 위한 조사와는 별도로 해양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특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특별조사부를 구성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면서 그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1. 사람이 사망한 해양사고, 2. 선박 또는 그 밖의 시설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는 등 피해가 매우 큰 해양사고, 3. 기름 등의 유출로 심각한 해양오염을 일으킨 해양사고, 4.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서 규정한 해양사고 외에 해양사고 조사에 국제협력이 필요한 해양사고 및 준해양사고"를 규정하고 있다.

2) Panamax Blessing호의 실제선적은 Cyprus, Harmony Rise호의 실제선적은 Panama였다.

3) 이 사건이 우리나라 영해에서 발생된 해난사고이기는 하지만 외국 선박 간 충돌이어서 우리나라에서 해난심판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4)원문: Where it is permitted by the national laws of the State preparing the marine safety investigation report, the draft and final report should be prevented from being admissible in evidence in proceedings related to the marine casualty or marine incident that may lead to disciplinary measures, criminal conviction or the determination of civil liability.

5) 필자가 Panamax Blessing호쪽을 대리하였으므로 이에 대하여 의견을 말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특별조사보고서의 위 결론은 실제 사고의 내용과 극심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어서, 어떻게 그러한 내용이 나올 수 있을지 의아할 정도이었다. 물론 법원의 70:30 판단이 충분히 옳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 사건을 정확히 판단한다면 최소 80:20 혹은 90:10, 경우에 따라서 100:0으로 판단하여도 큰 무리가 없는 사건이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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