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Peter Tirschwell) IHS Markit 전무

▲ 피터 터치웰 전무
컨테이너선사로부터 선복을 대량 매입한 업체가 시장에 공개적으로 선복을 재판매하는 상황이 성행하면서 컨테이너 운임이 출렁이고 있다. 공개적인 선복 재판매는 선사와 화주간 직접 계약관계를 위협한다는 측면에서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규모 물량을 책임지는 무선박운송인(NVOCC)의 틈새시장을 노린 코로더(co-loader)들은 선사로부터 직접 선복을 대량 구매할 수 있다. 코로더들은 NVOCC처럼 대형화주(BCO)에게 개별적으로 선복을 재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아시아에 있는 수백여개의 포워더들에게 선복을 재판매하고 있다. 포워더들은 해운업계 전체를 대상으로 매일 이메일을 통해 코로더들의 요율을 공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딩의 성장 기반은 공급과잉(overcapacity)과 더불어 수익보다 시장 점유율에 주로 신경쓰는 선사들 사이에 만연한 요율 경쟁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코로더들의 요율은 드류리(Drewry), 프레이토스(Freightos), 상해항운거래소가 제공하는 주간운임지수나 특정 항만간 실제 요율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물론 대형화주와 선사간 계약운임은 대개 물량확정과 함께 이루어지는 연평균 요율이며 계약조건에 따라 현물운임(spot rate)이 낮아지면 하향 조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운임 변동성은 해상운송의 안정적인 서비스를 추구하는 대형화주들에게 여전히 골칫거리다. 최근 일부 대형화주들은 운임 변동성이 선사들과의 관계를 위태롭게 만든다고 공개적으로 토로하기도 했다.

코로더(마스터 로더 혹은 중립적 NVOCC)들은 최근 몇 년 사이 환태평양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선사들은 공개적으로 선복이 재판매될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코로더들에게 선복을 대량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지역 포워더들은 주로 CNF 방식으로 아시아에서 관리하는 화물시장의 선복을 서구 구매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CNF는 운임포함가격(cost and freight)을 일컫는 말로 판매자가 구매자가 있는 곳까지의 운임을 책임진다.

IHS Markit에 따르면 미국행 연간 약 1500만teu의 화물중 10~15% 정도가 CNF나 선지급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고 운임은 아시아의 현지 포워더들이 담당한다. 중립적 NVOCC가 대개 도매업자일 뿐 고객과의 직접적인 관계 형성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도 포워더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다. 고객 정보를 노출하지 않고도 거래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상반기 현재 영업중인 북미행(eastbound) 대형NVOCC로는 아너레인해운(Honour Lane Shipping), OEC, 시마스터(Seamaster) 등이 있었다. IHS Markit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상반기 동안 각각 10만teu 이상의 물량을 처리했다.

운임의 공개 마케팅은 가격 책정의 투명성을 가져오기 때문에 긍정적인 신호로 읽히지만 해운시장에 운임 하향 조정을 위한 압박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새롭게 공개되는 운임이 특히 기존 운임보다 낮을 경우 이는 해운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쳐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와 크게 상관없는 완전 제품 시장에서는 이러한 가격 압박이 구매자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해상 운임의 경우 낮은 요율은 서비스 품질을 저해하고 이는 공급망 운영을 위해 해상운송에 의존하는 대형 화주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최근 Gemini Shippers Group의 켄 오브라이언(Ken O'Brien) COO는 “NVOCC와 선사들이 특정 시점에 직물환율을 계약 요율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책정할 경우 공급망 관리자들은 선사와 장기 계약 체결 결정을 옹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딩업체의 요율 마케팅은 대형화주와 안정성을 기반으로 계약을 체결하려는 선사뿐만 아니라 대형화주에 요율을 판매하는 다른 NVOCC에도 영향을 미친다.

에이펙스(Apex)의 커트 맥엘로이(Kurt McElroy) 부사장은 “에이펙스나 비슷한 상황에 놓인 포워더‧NVOCC가 불만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북미의 최종 고객과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드 시장에서 요율 변동을 유발하거나 너무 낮은 요율을 제공해 차질을 빚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객과 동의한 요율이 기밀이듯 선사와 맺은 계약상의 요율 역시 기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코로더로부터 물량을 얻으려는 선사는 시장에서 요율의 투명성을 통제하지 못한다. 포워더가 비즈니스 창출을 위해 다른 포워더, BCO에 요율을 재판매하기 때문이다. 활황기가 지난 시기에도 선사들이 최저 요율을 유지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코로딩시장에 뛰어든 뉴욕의 신생기업인 코로드엑스(CoLoadX)는 대개 다른 중개업체들에 물량을 재판매하지 않는 기존의 NVOCC에 코로드 시장을 열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서 코로드엑스의 역할은 익명으로 거래를 성사시키면서도 거래의 합법성을 유지하여 포워딩 업체가 자신의 고객을 기존의 NVOCC에게 빼앗긴다는 우려를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Kuehne+Nagel, Panalpina, Expeditors 등처럼 고객과의 직접 거래를 선호하지만 핵심사업의 하나로 다양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업체들이 여기에 속한다.

코로드엑스의 파우아드 샤리프(Fauad Shariff) CEO는 “우리는 대형 및 중소형 NVOCC가 다른 NVOCC나 포워더에게 최상의 서비스와 가격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포워딩 업체를 위해 화주나 화물인수인 등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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