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스타 이석행 대표

페루의 숨겨진 비경, Pastoruri와 Laguna 69

9월 27일-라미사 구시가지 관광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고 무조건 민박집을 나섰다. 전날 구입한 교통카드로 전용 버스를 타고 구시가지 중심 정류장에 내렸다. 남미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아르마스 광장을 갖고 있고 그 주변에 대성당과 국회의사당 또는 대통령궁이 있다고 한다. 리마시 구시가지에도 아르마스 광장 주변에 대성당, 샌프란시스코 교회, 산또 도밍고교회, 대통령궁이 있었다.

대성당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내부도 구경하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박물관도 구경했다. 그리고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산또 도밍고교회도 입장료 10 Sol을 내고 들어가 구경하고 Bell Tower에 올라가 리마시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행운도 얻었다.

아르마스 광장 주변에는 어떤 행사를 진행하면서 흥겹게 춤도 추고 반주에 맞추어 노래도 부르고 있었고 바로 옆 대통령궁에서는 점심 무렵 근위병 교대식이 있었다. 그리고 산 마르틴 광장과 갖가지 육고기, 생선, 치즈, 채소 등을 파는 전통 시장도 방문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Barranco Park에 들러 저녁 야경을 구경했다. 남미에서는 치안 때문에 밤 길 조심해야 한다고 해서 큰 도로를 따라 빠른 걸음으로 움직여 숙소로 돌아 왔다.

▲ 리마 전통시장
▲ 리마시 아르마스 대성당
▲ 페루 대통령 궁


9월 28일-야간버스타고 Huaraz으로

아침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고 Barranco지역의 해변가를 돌아 보려고 Google 지도로 민박집에서 해변가로 가는 길을 검색했다. 해변가로 가는 길은 담벼락에 온갖 모습의 벽화가 그려져 있었고 수공예품들 내놓고 파는 상인들도 많았다. 다행히 제대로 해변까지 찾아갔고 해안을 따라 상당한 거리를 트래킹한 후 숙소로 돌아왔다.

▲ Barranco지역 벽화
▲ Barranco 해변

쉬고 있는데 포비네 민박집 이대호 사장이 Huaraz의 Pastoruri와 Laguna 69, 두 곳을 추천하면서 다녀올 것을 적극 권했다. 미리 숙소에 도착한 두 젊은 친구들도 흔쾌히 이 권고를 받아들여 가기로 마음먹고 이대호 사장의 안내로 환전과 함께 야간 우등 고속버스 티켓팅을 하러 갔다.

그 날 밤 8시간 거리의 Huaraz행 버스를 탔다. Huaraz행 버스는 항공기의 Prestige Class 정도로 거의 누워서 수면을 취하면서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간식 제공과 함께 화장실까지 갖춘 멋진 버스였다.

버스를 타고 보니 바로 옆 자리에 이태리에서 온 젊은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아가씨에게 Huaraz에서 1박할 예정인데 혹시 숙소를 정했느냐고 물었다. 이태리 아가씨가 호텔을 정했다고 해서 우리도 그 호텔을 예약키로 하고 잠깐 눈을 붙였는데 일어나 보니 다음 날 새벽이었다. 우리 버스는 벌써 Huaraz 터미널에 도착해 있었다.

부랴부랴 일어나 하차하니 여행 상품을 파는 개인 Agent들이 벌떼처럼 몰려 호객 행위를 했다. 그러나 우리 일행은 숙소 정하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에 이태리 아가씨를 따라 그 아가씨가 정한 호텔로 향했다. 다행히 그 호텔에 3명이 한꺼번에 묵을 수 있는 방이 있어서 짐을 풀고 Pastoruri 빙하호수와 Laguna 69 여행 예약을 하려 호텔을 나섰다.

우연히 America라는 호텔과 여행 대리점 사업을 하는 사장을 만나 그 분의 안내를 받아 두 여행지를 1인당 각각 35 sol씩 주고 예약을 했다. Huaraz 터미널에서 여행사나 개인 Agent들이 부르는 가격이 각 여행지에 대해 50 sol을 부른 것을 감안하면 30% 저렴하게 예약을 한 셈이었다.

9월 29일-대자연의 위대함 Pastoruri 빙하

운 좋게 Huaraz에서 바로 숙소를 잡고 여행지 예약을 너무도 쉽게 끝낸 9월 29일, 아침을 대충 먹고 America Hotel 앞에서 Pastoruri행 버스를 탔다. 여기저기 호텔을 돌며 Pastoruri 가는 여행객들을 픽업해 함께 가는 형태였다. Huaraz를 벗어나 외곽으로 빠져 비포장도로를 약 3시간 정도 달려 Pastoruri 빙하호수 진입로에 도착했다. 눈발이 날리니 좀 을씨년스러웠다. 아무튼 벌써 고산 지역이라 걷기가 불편해 한쪽에 Pastoruri까지 가는데 마부가 끄는 말을 타고 가는 손님들도 있었다.

Pastoruri 빙하는 해발 5450미터의 높이에 8 입방 킬로미터 면적의 빙하 지역으로 페루의 산악 지역인 Cordillera Blanca(White Range라는 뜻)에 위치해 있으며 더 이상 빙하가 생성되지 않은 채 매년 계속 빙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Cordillera Blanca 지역은 6천 미터 이상의 여러 봉우리와 722개의 빙하가 서북쪽으로 Andes 산맥이 품고 있다. 갑작스레 5천 미터 이상의 고산 지역에 내리다 보니 다소 약간 머리가 띵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걷기에 불편한 정도는 아니어서 한걸음 한걸음 Pastoruri 빙하 호수를 향해 나아갔다.

약 한 시간 정도 올라가 보니 큰 호수가 나타나고 생전 처음 보는 빙하가 내 눈 앞에 펼쳐졌다.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기했다. 대자연의 위대함이 느껴지면서 가슴이 벅참을 느꼈다. 현재는 빙하가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안전상 사람들이 접근 못하도록 로프를 쳐 놓아서 아주 가까이 접근은 못했지만 퍽 인상적이었다.

빙하 호수 주변에서 얼마 정도 머물다가 하산을 시작했는데 나의 걸음걸이가 약간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는 것 같고 말 할 때도 약간 어눌해 지는 것이 고산증상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Huaraz로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여전히 Pastoruri 빙하 호수를 보았던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Huaraz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자마자 피곤함과 다음 날 새벽에 떠나야 하는 Laguna 69 여행 때문에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 Postoruri 가는 길
▲ Pastoruri 빙하 호수

9월 30일-만년설에 둘러싸인 Laguna 69

새벽 일찍 일어나 다시 America Hotel 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Laguna 69행 버스에 올랐다. 버스틀 타고 약 3시간 거리의 목적지로 향했다. Laguna 69는 도착지 버스 하차 지점에서 시작해 약 3시간 넘게 트래킹을 해서 가야 하는 곳으로 페루 Ancash 지역에 위치해 있다.

페루 Huascaran National Park에는 400개가 넘는 호수가 있다고 한다. Laguna 69는 특별한 이름이 아니라 Huascaran National Park의 69번째 호수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Laguna 69가 고산 지역에 위치해 있었고 약 3시간 가까이 트래킹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트래킹에 임해야 한다. 함께 간 일행 중 젊은 친구 한 명이 트래킹 도중 포기하고 버스로 돌아가 아쉬움을 남겼다. 그 젊은 친구는 골초여서 고산지역에서의 호흡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Laguna 69 호수는 코발트 빛깔의 색을 띄고 있었는데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만년설의 산들이 너무 환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남미의 이러한 비경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고 다소 더운 날씨만 되어도 그 호수에 뛰어 들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 Laguna69 호수로 가는 길
▲ Laguna69 호수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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