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 윤민현 박사
1. 통합과 M&A

2015~2017년 사이에 전개된 정기선 해운업계의 통합은 정기선 해운분야에 컨테이너화가 도입된 이래 최대 규모로 상위 20대 선사 가운데 9개 선사가 흡수 합병됐거나 진행 중에 있다. 물론 최근 시장에 급격한 기복이 있었지만 이러한 시장의 재편이 전혀 예상치 못했다거나 정기선 해운시장의 장기적 흐름으로부터 크게 벗어난 것도 아니다.

1983년 오클랜드에 모인 해운경제학자들은 당시 40개사에 이르는 원양 컨테이너선사들이 점진적으로 10개사 정도로 소수 대형화될 것이며 주요 해운국가의 경우 1국 1사 정도가 생존할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처럼 실제 시장은 예측대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의 통합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 같은 통합 행보는 30년 전부터 장기적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며 이러한 흐름은 2025년까지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장기적 행보가 꾸준하면서도 서서히 이루어지기 보다는 최근의 예상과 달리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 하다.

여기서 말하는 ‘통합’이란 대형선박회사간에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 역내 혹은 틈새시장에서 활동하는 소형 선사를 포함해 대형 얼라이언스간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흐름으로 볼 때 수년 후 통합이 완성될 즈음에 정기선 시장은 안정기에 진입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통합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대형 간선선박회사(main shipping line)의 소유구조(ownership structure)다. 정부가 대주주이거나 가족 경영이 주도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 쉽게 해운산업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려운 시기에도 자금을 동원할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글로벌 대형해운회사 중 최초로 파산한 한진해운의 경우가 바로 누적된 적자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인 오너는 소속 해운회사가 외부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기를 고집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례라는 것이 해외의 시각이다.

2. 글로벌 M&A 역사

최근의 사례에서 보듯이 M&A는 사업의 확장과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주목적으로 하고 대체적으로 시장이 상승기에 진입하기 직전이나 장기 침체기에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 이루어진 주요 M&A의 흐름을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기준으로 보면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1) 제1단계
2005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제1차 M&A는 시장이 호황기로 접어들면서 매수자측에서는 호황기에 대비해 시너지 효과와 선대강화 차원에서 매도자측에서는 호황기를 앞두고 유리한 가격조건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작용한 것이다. 2005년에 이루어진 머스크라인과 P&O Nedlloyd의 합병, 하파그로이드가 캐나다 CP Ships를 매입한 것이 몸집 불리기 차원이라면 CMA CGM의 독일 근해선사 OPDR 인수, 함부르크수드의 CCNI(칠레) 인수는 시너지 효과를 겨냥한 M&A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예에서 보듯이 제1단계 M&A의 특징은 호황기에 글로벌 헤비급의 주도하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선사를 흡수하는 형태였다.

(2) 제2단계
1단계 M&A가 생산적 M&A였다면 2단계 M&A는 시장의 침체와 재정난이 초래한 생존을 위한 전략적 M&A였다. 2단계는 하파그로이드와 칠레 CSAV간 1차 합병으로 시작돼 이후 중동의 다국적 선사인 UASC가 추가 합병됐고 CMA CGM의 싱가포르 NOL 인수(24억 달러), COSCO와 CSCL의 합병 등 2차 M&A는 상위 20대 선사그룹 내부에서 이루진 M&A였다.

(3) 제3단계
1~2단계와 달리 3단계 M&A는 과거 합병의 시도가 있었지만 무산됐던 선박회사들이 특정 사태를 계기로 촉진된 것들이다. 함부르크수드는 같은 독일 선사인 하파그로이드와 3차례에 걸쳐 합병시도가 있었지만 합병회사의 경영권을 두고 양측간 의견 차이로 무산됐다. 결국 불황의 장기화로 진로를 고민하던 함부르크수드 오너인 Oetker 가문이 해운산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머스크라인에 매각했다(40억 달러).

2016년 10월에는 3사간 합병이 대안이라고 긍정적 입장을 표했던 전문경영진들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던 일본 컨테이너 3사의 합병이 결정됐고 진로를 고민하던 OOCL이 COSCO로 매각된 것도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영향이 결정적 변수가 됐다는 것이 다수의 시각이다.

(4) M&A 대상 선사
이제 관심은 4단계 M&A가 이어질 것인가다. 현재 3대 얼라이언스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7개 정도 초대형선사(ultra large)를 제외하면 Yang Ming, Zim, 현대상선, PIL 등이 일반 대형선사(large operator)의 범주에 속한다.

4단계 M&A를 앞두고 지난 2년 동안 이루어진 M&A의 일부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일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거액의 자금이 소요됐던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은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2016년까지 대부분의 주요선사들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사실을 감안할 때 현재 시장의 여건상 추가 M&A를 주도하거나 대상이 될 만한 선사는 별로 많지 않아 보인다.

2016년 5대 사업부문을 물류수송그룹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부문을 처분해 약 140억 달러 상당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머스크라인의 경우 여력은 충분하지만 자금력과는 별개로 당분간 M&A 계획이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2위인 MSC는 전통적으로 M&A 보다도 선대 확장을 선호하는 회사다.

3위인 CMA CGM은 NOL을 인수하면서 거액의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에 아직은 추가 여력이 없다. 하파그로이드도 역시 합병을 마무리하며 증자를 추진 중에 있고 일본의 ONE은 4월 출범을 앞두고 국내외 조직을 정비중에 있으며 대만의 에버그린 역시 M&A 보다는 대량 발주를 통해 선대보강을 추진 중에 있다.

결국 M&A에 필요한 자금을 동원할 능력이 있는 선사는 COSCO뿐이다. 그러나 그동안 CSCL의 합병, OOCL의 인수뿐 아니라 항만과 터미널 부문의 해외진출 등 주력선사들 중 가장 활발하게 해사산업 전 방위에 걸쳐 확장정책을 추진해왔고 최근에는 31척의 대형선단을 보유한 탱커회사 Gener8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인수 예정인 극초대형컨테이너선 10여척의 인수를 연기하는 등 컨테이너 해운 분야에서는 더 이상의 M&A 보다는 이미 발주해둔 선박의 인수만으로 필요한 선복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이며 최근 아프리카 항로 전문선사인 싱가포르의 PIL 매입설이 있었지만 양측 모두 서두르는 인상은 아닌 것 같다.

3대 얼라이언스에 참여하고 있는 선사중 M&A 가능성이 있는 선사로는 Ocean Alliance의 막내 파트너인 Yang Ming을 들 수 있다. Yang Ming의 경우 1873년 청조에서 설립한 중국 최초의 국영해운사로 국민당 정부가 패전하면서 가지고 나온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회사로 1996년 2월 민영화됐으나 여전히 대만 정부가 대주주로 돼 있어 국외로 매각될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항로, 시장과 고객층이 겹치기 때문에 얼라이언스 선사들의 입장에서 볼 때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상사적 측면보다는 국적선사를 보강하려는 국가 전략적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에버그린과의 합병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 더구나 2016년초 에버그린의 창업자 Dr.Chang(장영발 회장)이 작고한 이후 현 최대주주이자 장남(Chang Kuo-hua)은 혈연과 무관한 Anchor Chang에게 에버그린의 경영을 맡겨두고 밖에서 에버그린의 진로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형제 중 한사람으로 오랫동안 에버그린 경영에 참여했던 Bronson Hsieh는 작년 에버그린을 떠나 현재 Yang Ming의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대만 양대 회사의 최고 경영자 모두 故장영발 회장의 아들들이다. 따라서 대만 정부의 결심 여하에 따라 생각보다 쉽게 결론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이라 할 수 있다.

Zim라인의 경우는 수년전부터 매각 의사를 공개해왔던 회사지만 매수자의 입장에서 볼 때 시너지 효과 부재 내지는 보유선대의 구성이 크기와 선질면에서 그렇게 매력적이지 못한 것도 원매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중 하나다. 더구나 조선산업의 장기침체로 신조선가가 여전히 바닥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중고선박 M&A를 통해 확보할 실익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최근 숨 가쁘게 진행된 M&A를 통해서 재편은 거의 마무리됐고 이 과정을 통해 M&A의 필수 요건인 시너지효과나 선복보강 효과가 있는 대상은 이미 거래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이 상승기 초입에 들어와 있는 지금이 M&A의 적기임에는 틀림없지만 객관적으로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인정받고 있는 PIL을 제외하면 현재 남아있는 Outsider들 중 M&A의 타겟이 될 만한 후보선사는 별로 없는 것 같다.

(5) 장래 시나리오와 전망
이상을 토대로 2025년의 시장과 그때의 통합을 상정해보면 그때에도 얼라이언스 형태는 여전히 운영중 일 것으로 예상되며 전쟁 등 이변이 없는 한 근본적으로 크게 다음 세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는 2017년에 시작된 3대 얼라이언스가 2025년에도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는 경우다. 향후 재편되는 과정에서 어떤 사유로 3대 얼라이언스 중 하나가 흩어져 2개의 수퍼 얼라이언스로 재편될 수도 있지만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양대 얼라이언스에 의해 시장이 통제(control)되는 체제를 경쟁당국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두 번째는 흡수 합병을 통해서 한 선사가 나머지 선사들보다 상대적으로 거대한 규모로 대형화된 경우다. 이 경우 대형화된 선사는 자신의 규모를 바탕으로 얼라이언스 체제보다 독자노선을 택할 경우를 상정한 것이지만 이 경우도 나머지 선사들이 대폭 축소된 미니 얼라이언스 체제에 남기보다는 양대 얼라이언스로 이동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3대 그룹체제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얼라이언스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상 현얼라이언스 체제가 시장의 순기능에 의해 와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2008년 유럽항로에서 해운동맹이 붕괴된 직후 나타났던 시장의 혼란기를 통해 경험했듯이 무(無)얼라이언스 체제하의 시장구도는 해운회사들의 비용을 증대시킬 뿐 아니라 과당경쟁은 물론 운항측면의 유연성도 사라지기 때문에 선사나 하주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만 그런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유는 얼라이언스 체제에 대한 하주단체들의 압력으로 과거 EC가 해운동맹을 해체시켰던 것처럼 경쟁당국이 얼라이언스 체제 자체를 불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상의 세가지 시나리오 중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3대 얼라이언스 체제가 존속되는 첫 번째 시나리오다. 해운서비스의 상품화 현상이 점차 동서항로에서 전방위 항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향후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2017년 4월 출범한 3대 얼라이언스 체제를 기반으로 2018~2020년 사이에 3대 얼라이언스 선사들의 주도하에 시장의 구조적인 불균형을 점진적으로 바로 잡아가며 얼라이언스의 지리적 영역을 확대하는 경우다. 그러나 어느 단계에서 얼라이언스 회원사들 가운데 어느 한 선사가 매각되면서 얼라이언스 체제에 또 다른 변화를 유발케 하는 상황(trigger point)이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특정 선사가 매각되는 경우 시기적으로 혹은 매각가격 측면에서 최적기라고 판단하거나 자사의 파산을 면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매각을 택하는 경우가 될 수 있다. 매각이 서로 다른 얼라이언스 소속 선사간에 이루어 질 경우 얼라이언스의 재편으로 이어지면서 2016년에 진전됐던 것처럼 재편의 과정에서 또 다른 합병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미 상품화된 글로벌 원양항로가 3대 얼라이언스로 묶어진 6~8개 대형선사들에 의해 지배되는 구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3. 독과점화

현재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시장의 사정을 잠시 선대와 발주동향 그리고 활동 중인 해운회사의 수(數)로 살펴보자.

(1) 글로벌 선단
2017년 12월말 현재 취항중인 선박은 총 5117척에 2060만teu, 발주된 선박은 430척에 308만teu로 기존선 대비 발주량 비율은 약 15%다(Lloyds List Intelligence).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존선 대비 발주량 비(比)가 두 자리 수자 이상인 영역이 3000teu급 이하와 1만teu급 이상으로 이는 장래 글로벌 선대가 양극화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환언하면 발주량비가 1~3%대에 그친 3천~9999teu급은 사실상 시장의 수요가 급감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건조년도 등을 감안할 때 동급 현역 선박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만 6천teu급 이상이다. 현역 81척에 152만teu 대비 발주량은 62척에 129만teu로 그 비율이 85%에 이른다. 최근 발주 동향은 향후 글로벌 선단의 재편이 3천 teu급 이하와 1만teu급 이상으로 양극화되면서 간선항로(trunk line)와 근거리 중심의 역내항로에서 각각 어떤 선형이 주력마(workhorse)가 될지를 보여주고 있다. 3천teu급 이하의 발주 비율이 13%인데 비해 1만teu급 이상의 발주 비율이 그 6.5배인 85%에 달한다는 사실은 곧 간선항로의 대형화가 역내항로보다 훨씬 급격하게 진전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3천~9999teu급 선박의 발주가 급락한 배경에는 간선항로의 급격한 대형화가 초래할 후유증, 즉 간선항로에 현재 취항중인 대형선들이 대거 차하위항로로의 전배(cascading)가 불가피 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동시에 현재 취항중인 3천~9999teu급의 선령에 비추어 볼 때 동급 선대는 점진적으로 시장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2) 글로벌 오퍼레이터
2018년 초, 전세계 정기선회사는 379개, 그 중 선복량 50만teu(점유유 2.4% 상당) 이상을 보유한 선사는 10개사 불과하며(ONE은 아직 미합병, 기타는 완료 전제) 중단거리에 취항하는 소형 선사들의 수(數)가 절대적이다. 이는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통합의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의미할 수 있지만 문제는 대형 선사들의 시각에서 볼 때 통합했을 시 상대가 갖고 있는 시너지 효과 혹은 선대보강 효과를 초래할 수 있는 선질(quality)을 갖고 있는 선사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3) 과점화
정기선 해운시장이 규모의 실익(scale advantage)과 자동화를 통해 점차 상품화돼가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집중화 현상은 계속될 것이고 집중화는 곧 수익률 개선을 위한 선행 조건이 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합의 진척사항을 보건데 ‘대형 글로벌 선사’의 정의에 따라 다르겠지만 2018년 현재 10~11개 선사 정도가 시장에 남아있을 것으로 전제한다면 향후 수년안에 3~5개 선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 대상이 누구일지는 쉽게 예단하기 어렵지만 앞에서 언급한 지배구조측면에서 볼 때 정부가 지원하는 선사 혹은 외부 자본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회사의 생존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글로벌 대형선사간 통합에 다른 선복량 비중을 살펴보면 1996년 당시 글로벌 선복량의 48%를 점하고 있었던 상위 10대 선사의 점유율이 2006년에는 64%, 2016년말에는 83%로 증가했으며 2017년 발주 규모와 예정된 통합을 반영할 경우 2018년말에는 9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시장의 과점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점화에 이르는 이유는 대형화를 통한 단위원가의 인하라고 할 수 있다. 해운원가의 절대적 비중을 점하고 있는 선가의 경우 2만teu급과 1만 4천teu급을 비교하면 2만teu급 원가가 단위당(teu) 500달러 정도 더 저렴하며(Alphaliner) teu당 500달러가 저렴하다는 것은 현 운임시장에서는 엄청난 경쟁력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항로를 기준으로 3대 얼라이언스의 1만 8천teu급 이상의 선단 규모를 비교해보면(건조 중 선박 포함 2020년 기준) 2M(머스크라인, MSC)이 62척, Ocean Alliance(CMA CGM, COSCO, 에버그린, OOCL) 51척, THE Alliance(ONE, 하파그로이드, 양밍)가 12척으로 THE Alliance 선대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현재 THE Alliance의 주역인 ONE은 3사 모두 누적적자 탈출에 급급하고 있고 하파그로이드 역시 자금조달을 위해 증자를 추진 중에 있어 당분간 1만 8천급을 발주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소석율을 무시하면 동서항로에서 원가 경쟁력면에서 열세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경쟁법으로 인해 시장의 집중현상이 무한정 진전될 수는 없기 때문에 시장이 3대 얼라이언스 소속 6~7개사로 집약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며 그 시기는 통합의 장기적 흐름에 맞춰 2025년 경이될 것으로 예상된다.

4. 경쟁법과 시장의 집중화

(1) 집중도 규제
해운시장이 지나치게 분산되는 것도 문제지만 소수 대형선사 혹은 그룹에 의해 시장이 과점 혹은 독점화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시장의 과도한 분산은 시장의 순기능으로 자율 조정되지만 해운자본의 독과점화는 정책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국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과점화를 규제하는 기준으로 허핀달 허쉬만 지수(herfindahl-hirschman index ; HHI)를 적용해 집중도를 산출하는 경우가 많다.

2013년 머스크라인, MSC, CMA CGM으로 구성된 P3 얼라이언스에 대해 중국 상무부가 비토한 근거로 HHI 지수를 들었다(이점에 대해서는 사실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에 의하면 해운산업의 경우 HHI가 2500 이상이면 고도 집중으로, 1500~2500 사이이면 적정수준의 집중으로 간주하고 있다. 1996년 당시 해운산업의 HHI는 고도로 분산된(highly fragmented) 수준인 330 이었으며 2006년에는 660, 2016년말 현재는 당시 예정돼있는 합병을 포함해 1000까지 상승했다. 이는 해운업계가 장기간에 걸쳐 꾸준하게 통합이 진행됐다는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을 뿐 아니라 시장이 여전히 분산된 상태에 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

2017년 10월 1일 현재 현역 선단을 기준으로 7대 선사와 그 자회사의 선복량이 글로벌 선복의 90%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장이 소수선사에 의해 과점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HHI로 보면 시장은 여전히 경쟁적(competitive marketplace)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법이 규정하고 있는 규제 문턱(threshold)에 아직 도달하지 않은 분산된 상태를 의미한다. 환언하면 시장은 아직 추가 M&A를 할 만한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이루어진 M&A가 마무리 되더라도 HHI 지수에 의하면 개별 선사단위로는 과점화를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할지 모르나 개별 얼라이언스 혹은 3대 얼라이언스를 넓은 의미에서 한 그룹으로 볼 경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한 그룹’의 의미는 비록 3개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고 얼라이언스라 하더라도 경쟁법상 회원 상호간 내부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이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경쟁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암묵적으로 조율된 행위(concerted effort)를 취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2) 최악의 시나리오
2017년말 한 세미나(OECD International Transport Forum)에서 OECD는 현 시장의 재편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경에는 주요 항로를 3개 컨테이너 선사가 지배할 것이며 그 중 최대 규모는 중국선사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들 3대 선사들이 대형 터미널을 매수하고 현재 대형선박들이 기항하는 Main port의 절반 정도에만 기항할 것이며 그때까지 주요선사들에 의한 디지털화가 정착되면서 신규 시장 참여자를 봉쇄하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비슷한 시기에 맥킨지(Mckinsey) 보고서 역시 3~4개사가 생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상위선사그룹은 유럽계 4개사 외에 아시아권에서 중국선사, ONE, 에버그린 정도가 포진하고 있다. 전망대로라면 COSCO를 제외하고 2~3개사가 생존할 것이라는 것이다. 재편된 3대 얼라이언스의 지배구도를 비교해보면 특성이 명확해졌다. 즉 강력한 가족경영으로 구성된 유럽형 얼라이언스(2M), State-controlled 중화권 주도의 얼라이언스(Ocean), 주주 지원으로 전문경영인이 주도하는 얼라이언스(THE Alliance)다.

COSCO의 생존을 가정하면 향후 시장은 가족경영체제와 전문경영인 체제간의 각축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5. 과점화의 시사점

(1) 지배구도와 경쟁
최근 20여년간 유럽선사들이 유지해왔던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의 Top5 체제가 중국의 부상으로 무너지고 있다. 3대 얼라이언스중 Ocean Alliance의 주축이 유럽선사에서 COSCO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배구도 측면에서 지난 50년간 정기선 시장의 역사를 살펴보면 시장점유율, 경영실적, 시장의 변화에 대한 신속한 적응력과 의사결정, 경쟁전략 등 상사적 측면에서는 가족 경영이 더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시장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가족경영체제가 전문경영체제보다 더 철저했고 실적면에서도 한수 위였다.

국영기업의 경우 경직돼있다거나 상사적 감각이 부족할 것이라는 세간의 선입견과 달리 중국해운산업의 최근 활동을 보면 어느 기업 못지않은 유연성과 상사적 감각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 유럽해운계의 평가다. 실제로 최근 중국해운은 서구의 어느 선진해운기업 못지않게 사전에 잘 가다듬어진 기획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 경영을 펼쳐가며 해운과 항만 등 전분야에 걸쳐 글로벌 시장을 압박하며 확대해 나가고 있다.

(2) 네트워크와 코스트 관리
3대 얼라이언스는 2017년 4월에 발족한 이래 M&A와 합병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다음 순서는 재편된 얼라이언스 단위로 최우선적으로 선단과 물류망을 연결하는 Global Network의 설계다. Network에는 운항정책, 가격정책, 경쟁전략 등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회사와 하주간의 상거래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가격(운임)과 질(운송 서비스)이다. 해운시장이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선사의 약점을 최대한 활용한 하주들의 운임 압박이 지속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소수 대형화를 통한 시장의 재편으로 수급균형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지만 3대 얼라이언스가 시장의 공급을 90% 이상 점하고 있기 때문에 얼라이언스간 공조 여하에 따라 시장운임이 과거와 같이 하주의 일방적인 주도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더 이상 어려워졌고 시장의 운임 통제권은 하주의 손에서 선사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복수의 선사들간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선사가 일방적으로 운임을 주도하는 것도 경쟁법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사와 하주간 힘의 균형이 점진적으로 정상화되면서 선사의 해운원가와 하주의 부담능력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일정 주기를 그리며 소폭의 등락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운임시장이 안정될 경우 선사 측에서 주력할 부문은 당연히 물류비용과 운송연계망의 개선을 통한 비용절감이며 비용의 규모와 실천 가능성 면에서 당연히 최우선 대상은 항만과 터미널의 화물 조작비용(handling cost), 그리고 모선과 지선, 해송과 육송을 연결하는 이른바 네트워크 비용이다.

화물이 출발지에서 최종 도착지에 이르는(point to point) 전체 흐름을 계획하고 그 비용과 효율을 최적화하는 작업을 네트워킹이라고 칭한다. 기본적으로 얼라이언스 입장에서 설계하는 네트워크는 모선의 회전율 제고, 이종(異種)의 운송 모드(mode)간 원활하고 신속한 연계, 최소 비용 등 여러 가지 필수 요소들이 반영되겠지만 가이드라인의 핵심에는 다음 원칙이 반영 될 것으로 예상된다.

① 모선의 접안대기를 최소화하는 Berth window의 확보
② 모선이 기항하는 항구(main port)의 수(數)를 최소화하되
③ Main port와 최종 목적지를 연결하는 지선망의 연계를 최적화 한다.
④ T/S 물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적항과 양하항을 연결(port pairing) 한다.
⑤ T/S가 불가피한 물량에 대해서는 그 비용을 최소화하도록 관리한다.

이상의 핵심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영역 안에서 이루어지는 제반 흐름과 절차가 얼라이언스 주도하에 이루어지도록 하거나 최소한 상대의 일방적인 통제하에 처리되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것들도 필요하다.

① 역내항로와 터미널에 대해 적정 수준의 통제력을 확보할 것
② 자회사를 통한 보조항로 진출을 확대할 것
③ 제3자에 의한 역내항로 혹은 지선항로의 과점을 불허할 것
④ 보조항로와 터미널에서의 파트너십(partnership)의 확대
⑤ Hub and spoke의 폭을 광대역(wider scope)으로 확대 운영할 것
⑥ 불가피할 경우 터미널의 공급과잉을 최대한 활용할 것 등이 필요하다.

6. 한국해운의 과제

(1) 경쟁 구도
최근의 구도를 개별선사 단위로 선복량이 100만teu를 초과하는 7대 선사와 50만teu 이하의 소형선사로 구분하고 편의상 전자를 Elite그룹 혹은 Premier league, 후자를 Minor league 혹은 Niche carrier라고 칭한다.

규모가 크면 클수록 리스크도 그만큼 크기 마련이다. 더구나 Elite그룹 대부분은 이미 장래 수요 증가를 반영한 선대를 확보 혹은 발주해둔 상태다. 발주 규모는 과거와 같은 8%대 성장은 아니더라도 4~5% 수준의 수요증가를 바탕으로 한 확장계획이지만 만일 시장이 예상대로 2~3%대 저성장시대로 진입이 앞당겨진다면 Elite그룹사들에게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당연히 장래의 리스크에 대한 대책이 없을 수 없다. Elite그룹들의 공통된 인식은 시장이 반전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보고 상승 무드로 이끌기 위한 주도적 역할을 할 것과 발주중인 대형선들이 시장에 나오기 이전까지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가격전쟁과 점유율 전쟁을 통한 체력전을 주도할 것이며 그 진척도에 따라 필요시에는 선사와 선복을 동시에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암묵적인 공통인식이 자리잡고 있으며 현지배구도상 그 대상은 Minor league 선사와 취약한 재무구조 선사일 가능성이 높다. 신규 참여후보자에게는 극복하기 힘든 또 다른 장벽이 될 수 있다.

(2) 실추된 위상
2016년 한진해운 파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외견상 나타난 한국해운계의 반응은 관망자 내지 방관자적 자세에 가까웠다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한진해운 사태의 원인과 책임론을 두고 한 동안 논의들이 계속됐고 부산에서는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주변산업의 일감이 축소된데 대한 반작용이 있었지만 막상 향후 한국해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강 건너 불이었거나 개별회사가 크게 우려할 사안은 아니라는 인식이 보편화돼 있었고 시간이 가면서 점차 잊혀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그런가? 2018년초 현대상선의 선복은 34만 7천teu로 전년 45만 6천teu에서 24%가 감소해(Alphaliner) 글로벌 선복 2060만teu 기준으로 점유율 1.7%로 국내 타선사 선복을 합하더라도 한국의 전체 점유율은 3%에 미달한다. 30여년전인 1995년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에서 점하는 한국의 점유율은 9.7%(한진해운/DSR 6.81%+현대상선 2.66%)였다.

한진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5년 당시만 해도 유럽항로와 미동서안 간선항로에는 한국이 지배하는 선단 150여척이 취항하며 글로벌 해운사들과 경쟁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미서안에 취항하는 소수의 선박이 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사 직전 상태인 한국의 원양항로를 재건해야 한다고 하지만 구체적 실천 방안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3) 선결과제
한진사태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글로벌 하주들은 선사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운임과 서비스를 꼽았으나 한진사태를 통해 선사의 재정적 안정도(Financial stability)를 선택기준의 상위 항목으로 할 만큼 한국해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경자세를 고수했던 해외 주요 선주들은 한국선사와의 용선료 재협상과정에서 곤혹스러운 상황과 함께 거액의 손실을 감수했고 결국 한국해운을 Counter-Party risk의 대상으로 지목했다. 얼라이언스 소속 회사의 파산으로 야기된 글로벌 물류 체인상 혼란에 대해서는 개별선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얼라이언스 전소속사들의 공동 책임으로 하겠다는 규제당국(FMC)의 정책전환으로 인해 한국해운은 얼라이언스의 기피 대상이 됐다.

같은 이유로 항만하역회사, 연료공급업자, 기타 협력업체들 역시 한국해운의 잦은 법정관리와 파산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한국해운에 대한 신용거래를 기피하는 불신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한국의 국력이나 조선능력에 비추어 볼 때 초대형선 10여척 정도는 2년안에 띄울 수 있겠지만 한국해운이 글로벌 캐리어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한진사태가 야기한 ‘빚’을 청산해야 한다. 시장의 공급과잉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3대 얼라이언스 소속사들의 정서가 한국해운계가 시장에 남긴 빚에도 불구하고 재기를 시도하는 한국해운에 얼마나 우호적일지는 의문이지만 앞서 열거한 이유들로 인해 한국해운의 위상회복을 위한 대전제이자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기 이전에 반드시 선결해야 할 과제이자 또 다른 장벽이다.

(4) 기획된 혼선인가
글로벌 시장으로 복귀하기 위한 장기 전략과 그 구심점이 어디인지를 두고 모두가 궁금해 하고 있는 와중에 한 국적선사가 2만 2천teu급 10여척을 발주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뒤 이어 해당선사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해명을 하고 보니 혼란스럽다. 상식적으로 최소한 투입할 항로와 투입 예정시기 정도는 정해져야 발표될 수 있는 사안이다.

모두가 주지하듯이 2만 2천teu급이라면 배선항로는 아시아-유럽항로뿐이다. 3대 간선항로 중 가장 실적이 저조한 유럽항로의 경우 초대형 얼라이언스도 Peak season에 소석율 95%를 넘지 못할 만큼 항로사정이 좋지 않은데 과연 얼라이언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손익분기점을 초과하는 소석율을 독자적으로(혹은 일부 slot swapping을 포함하더라도) 달성할 수 있을지를 두고 모두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발표가 사실이라면 얼라이언스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것이 컨테이너 해운시장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나름의 비책(祕策)이 없고서야 15억 달러 전후가 소요 될 그런 담대한(?) 구상을 밝히지는 않겠지만 첩첩산중이라 할 만큼 넘어야 할 산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무언가 추진되고는 있는데 공개할 수 없는 극비사항인지 아니면 흔히 말하는 가짜뉴스(fake news)인지 알 수 없지만 해외에서까지 설왕설래하고 있는 만큼 한국해운의 대외신뢰도 보호차원에서도 누군가 나서서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진정성과 실천 가능성이 없는 루머는 오히려 한국해운에 대한 이미지 실추를 초래할 뿐이다. 혹시 전시성이나 정치 공학적 차원의 고려가 아니었기를 바랄뿐이다.

7. 한국해운의 재건

한국해운이 2016년 이전 상태로 글로벌 항로에 복귀하기 위한 선결과제의 제1호는 국제시장에서의 신뢰도 회복이며 그 주역은 한국해운업계 자신이다. 성공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이는 시간을 요하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서두른다고 해서, 정부가 나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비록 성공을 점칠 수 없고 그 길이 험하더라도 시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신뢰회복을 위한 향한 업계의 노력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이어야 하며 자의든 타의든 정부 스스로가 글로벌 경쟁시장에 나서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이자 위험한 발상이다.

글로벌 경쟁 환경과 국내 해운업계의 사정이 여의치 않다 보니 재건을 향한 길도 험난할 뿐 아니라 그에 수반되는 리스크의 크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재건에 대한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문자 그대로 막중한 부담과 함께 유형무형의 장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시도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하에서 책임경영과 함께 리스크 관리 주체를 분명히 하지 않고 엄청난 재정을 투입하다 보면 시간과 돈도 문제지만 재건을 향한 마지막 기회마저 놓칠지 모른다.

정부든 개인이든 대주주 혹은 오너들은 산하에 속해있는 해운회사의 경영이 자신의 독자적인 지배하에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만큼 누구도 M&A의 대상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특히 통합의 경우는 양측의 시장에 대한 상황인식이나 장래를 보는 시각이 대동소이하지 않는 한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을 우리는 2015~2016년 사이 국내 양대선사 사이에 전개됐던 저간의 사정을 통해서 확인했으며 결국 선택과 집중의 시기를 놓친 체 승자는 해외 글로벌 경쟁선사들이고 패자는 한국 양대선사가 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자의든 타의든 M&A가 이루어지는 것은 그 길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 보기 때문이다. 이는 Elite그룹만의 문제가 아니고 Minor league, 역내선사, 지선선사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M&A와 통합은 간선항로선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역내 항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시장의 과점화가 도를 더해가는 상황하에서 Intra-Asia 항로도 머지않아 2~3개의 Big Boy가 경쟁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양대 선사가 범했던 과거의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Minor league간 합병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모두를 살리려다 보면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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