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스타 이석행 대표

▲ 라파즈 달의 계곡
라파즈 달의 계곡, 환상의 세계에 빠져

10월 7일 볼리비아 라파즈

페루 쿠스코 일정을 마무리하고 볼리비아 라파즈(La Paz)행 비행기를 탔다. 라파즈는 볼리비아 서쪽에 위치하고 있고 볼리비아에서 3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해발 3640m에 위치한 볼리비아의 행정수도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이기도 하다.

라파즈 공항에 내리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버스가 우리 일행을 태우고 간 곳은 시내에서 10km 떨어진 달의 계곡(Valle de la Luna)이었다. 푹푹 찌는 한여름 날씨에 달의 계곡 트래킹 코스를 걷다 보니 넓은 면적의 계곡 때문인지 정말 달나라에 온 착각이 들었다. 암석이 아닌 진흙 덩어리의 뾰쪽한 기둥이 어떻게 그렇게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지 믿기지가 않았다.

우리 일행이 달의 계곡에 도착했을 때 마침 계곡 위쪽에서 누군가가 팬플룻으로 멋진 라틴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달의 계곡의 기묘한 풍광과 팬플룻 연주가 조화를 이루면서 마치 환상의 세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라파즈 달의 계곡은 칠레 산페드로(San Pedro) 달의 계곡보다 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것 같다.

▲ 엘 알토행 케이블카

달의 계곡을 나와 볼리비아에서 2번째로 큰 도시인 엘 알토(El Alto)로 가기 위해 케이블카를 탔다. 볼리비아 도시들은 고산 지역이 많아 케이블카가 가장 효율적인 대중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색깔의 케이블카가 있는데 대중 교통수단이라 그런지 요금이 저렴했다.

우리는 해발 4150m 꼭대기에 위치한 엘 알토 정상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내려와 라파즈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라파즈 구석구석을 둘러보니 생활의 어려운 흔적들을 곳곳에서 볼 수가 있었다. 과거 볼리비아는 태평양 연안을 낀 항구를 갖고 있는 나라였지만 페루, 칠레와의 전쟁으로 땅을 뺏앗겨 지금은 완전히 내륙에 갇힌 나라가 되어 버렸다. 라파즈는 고도가 높고 건조한 도시여서인지 도시 전체가 황토 빛을 띄고 있었다.

▲ 엘 알토 레스토랑 발코니에서 바라 본 시내

우유니행 비행기에서의 해프닝

라파즈 시내 관광후 우유니(Uyuni)로 이동하기 위해 라파즈 공항으로 향했다. 우리 일행이 예약한 비행기는 19:30이었다. 그런데 비행기가 통상 늦게 출발한다고 해서 일행 중 고산병에 시달리는 젊은 여성분이 공항에 있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로 했다.

가이드는 우리 일행에게 먼저 출국 수속을 하고 들어가 있다가 시간이 되면 먼저 비행기 탑승하라하고 환자분을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그런데 웬걸 그날따라 19:00에 Last Call을 외치면서 빨리 탑승하라고 항공사 직원이 재촉했다.

필자도 어쩔 수 없이 탑승했는데 마침 자리가 비행기 앞자리였다. 그런데 필자가 탑승하자마자 탑승구를 닫고 이륙을 위해 활주로(Runway)로 이동하려고 했다. 가이드와 환자분이 아직 탑승하지 못했기에 필자는 여승무원에게 “우리 여행 가이드와 환자가 병원에 들렀다 곧 오니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승무원은 “파일럿(Pilot)의 Order라서 어쩔 수 없다”며 곤란해 했다. 그 상황에 이르러 나도 모르게 일어나 파일럿이 있는 캐빈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파일럿이 놀라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순간 필자는 거침없이 "병원에 들렀던 환자와 가이드가 게이트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보안 요원에게 요청해 탑승시켜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파일럿은 머리를 가로저으며 안된다고 했다. 그때 우리 일행중 한분이 필자에게 다가와 "연락이 왔는데 가이드가 환자를 데리고 아직 병원있다"고 전해줬다.

필자는 그 얘기를 듣고 맥이 풀려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러자 우리 일행중 나이 지긋하신 한 분이 다시 파일럿에게 “우리 가이드가 돈을 모두 갖고 있어서 우리만 갈 수 없다”며 재차 항의하자 파일럿도 어쩌지 못하고 보안요원에게 빨리 게이트에서 두명을 모시고 오라고 지시했다.

이때 건너편 옆자리에 앉아있던 흑인 여성이 필자에게 시계를 보이며 "지금 출발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필자가 아예 대꾸를 하지 않자 흑인 여성이 승무원에게 왜 이륙장으로 이동하지 않냐며 따졌다. 흑인여성의 항의에 승무원은 “아직 이륙시간이 안됐다. 시간이 되면 출발할 테니 자리로 돌아가라”며 진정시켰다. 흑인 여성도 “알겠다”는 표정을 짓고 자기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런데 이때 뒷자석 승객들이 욕을 심하게 하면서 웅성거렸다는 얘기를 나중에 일행들에게 들었다.

그 비행기 승객들은 외국인은 단 3명이었고 나머지는 놀랍게도 장기 추석 연휴기간을 이용해 우유니 소금사막을 보기 위해 여행 가는 한국 사람들이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에 19:30 이륙시간전 공항 보안요원들의 호송을 받고 가이드와 환자분이 얼굴이 하얗게 된 채 무사히 탑승해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가이드는 "항상 늦게 출발하던 비행기가 오늘은 왜 일찍 출발하는 거지?"라며 혼잣말처럼 되뇌였다. 다행히 비행기는 제시각에 이륙할 수 있었다.

비행기가 우유니 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데 맨 앞쪽 한국인 여성의 배낭에 ‘직장인도 우유니에 왔다’라고 쓴 깃발이 꼽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깃발을 꺼내 들고 우리 일행들에게 흔들며 "재미있지 않냐?"고 소리쳤는데 모두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혼자 뻘쭘해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가이드와 환자분이 탑승하지 못해 우리들이 항의한 것에 대해 뒷자석에서 욕하고 비난했던 이들중 한명이 바로 그녀였다고 한다. 비행기 뒷좌석에서 그런 욕설과 비난이 벌어진 사실을 그때 필자가 인지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이륙시간이 안됐는데도 비행기가 제시간에 이륙하지 못할 것 같다는 염려로 한국인 승객들이 욕설과 비난을 한 것에 대해 과연 용서 받을 수 있는 행동인가?

재미있는 것은 우리 일행중 젊은 친구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인해 보니 그 깃발을 배낭에 꼽고 왔던 아가씨가 우리나라 S그룹 계열사에 다니는 사람이었다. 공교롭게 고산병에 시달렸던 우리 일행 여성분도 같은 S그룹 계열사에 다니고 있었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었다.

우유니공항에 도착해 그날 저녁 우리가 묵게 된 호텔은 우유니 소금사막 한 가운데 있는 Cristal Samana Hotel이었다. 이 호텔의 모든 구조물이 전부 소금으로 만들어진 것이 너무도 신기했다. 식당도, 식당 안의 식탁도 모두 소금으로 만들어져 있다. 호텔 소금 식탁에서 안장 아름다운 촛불을 하나씩 켜 놓고 격조 높은 저녁 식사를 했다.

▲ 우유니 소금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Cristal Samana Hotel
▲ Cristal Samana Hotel의 소금으로 만들어진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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