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스타 이석행 대표

지구 최남단 땅끝 마을 우수아이아에서

10월 15일 우수아이아 투어

우수아이아(Ushuaia)는 지구 최남단에 위치한 땅끝 마을이다. 인구 6~7만의 조그마한 어촌 도시인 우수아이아는 1883년 아르헨티나 군인들이 현지 원주민인 인디오들을 토벌하고 설립했다고 한다.

지구 남반부 남위 54도 45분에 위치한 가장 남쪽의 땅 끝 마을이지만 겨울에도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으며 도시 전체를 만년설로 뒤덮인 산들이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도시 한 가운데를 동서로 가르는 큰 길 양측에 토산품점, 식당, 잡화 상점 등이 들어서 있었다. 음식 값은 한국의 거의 두 배 가까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수입에만 의존하는 아르헨티나에서도 가장 오지이기 때문인 것 같다.

▲ Tiera del Puego 기차 여행
아침 식사를 하고 호텔을 나서 가장 먼저 간 곳이 기차역이었다. 기차역에서 Tierra del Fuego행 기차를 타고 기차 여행을 떠났다. 기차에 많은 승객들이 타고 중간 중간 구경할만한 포인트에 잠시 하차해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시간도 주는 편안한 여행이었다.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해협 건너 보이는 산 뒤편이 칠레라고 하니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다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점심은 '늙은 어부의 집'이란 곳에서 해결했다. 이곳은 정말 나이 드신 어부가 직접 잡은 킹크랩을 파는 곳인데 킹크랩을 푸짐하게 줘서 모처럼 포식을 했다.

▲ 늙은 어부의 집
지구 최남단 땅끝 마을이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인가, 아니면 칠레 푸에르토 윌리엄스( Puerto Williams)인가라는 논쟁이 양국가간에 벌어졌다. 푸에르토 윌리엄스가 위도상으로 더 남쪽에 있지만 사람 사는 마을이 형성돼 있지 있기 때문에 지구의 최남단 땅끝 마을은 우수아이아가 맞는 것 같다.

점심 먹고 오후에는 카타마란 선박을 타고 칠레와 아르헨티나 사이의 Beagle Canal을 항해하고 돌아왔다. 섬의 펭귄과 바다사자 그리고 사위를 둘러 싼 눈 덮인 산들이 만들어 내는 풍광에 절로 압도되는 것 같았다. 멋진 기억에 남는 유람선 여행이었다.
▲ Beagle해협 투어

10월 16일 칼라파테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칼라파테(Calafate)로 가기 위해 우수아이아 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륙 시간에 여유가 있어 공항 밖으로 나와 우수아이아 시내를 마주하고 섰다. 엄청나게 차가운 바람이 몸속을 파고드는데도 설산을 배경으로 한 우수아이아 시내의 풍광에 압도되어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연신 찍어 대고 동영상도 촬영했다. 참으로 환상적인 파노라마가 펼쳐진 기분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감동해 울컥했다. 나의 머리 속에 이 풍광을 영원히 프린트 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라파테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자마자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여느 때와 똑같이 호텔 카운트에 가서 가 볼만한 곳을 소개 받아 혼자서 시티투어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자연 생태계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생태공원이었다. 생태공원에는 아베크족 한 둘 말고 찾는 사람이 없었었는데 드넓은 늪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늪지에 이름 모를 새들과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들이 모여 다소 목가적인 분위기도 엿보였다.

▲ 칼라파테 역사박물관

그 다음 History Exhibition Hall이라는 곳을 찾았다. 먼저 남미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마태 차(Mate Tea)를 주었다. 처음으로 마태차를 마셔 보았는데 녹차 같다는 느낌만 받았다. 남미에서 버스를 타면 거의 대부분의 운전기사들이 마태차를 마시는 도구와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담아 와서 차도구에 마태 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계속 마시는 것을 보고 아주 신기했었다. 마태차는 빨대 같은 것을 꼽아서 마시는데 빨대 같은 것의 끝에 필터가 있어서 마태 잎이나 가루가 빨려 들어오지 않고 계속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신다.

마태차를 마시고 난 후 전시홀로 들어 가보니 과거 인디오들이 사용했던 생활 도구들과 생활상을 보여 주는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마지막에는 인디오의 생활상을 담은 비디오 영상물을 보여 주는데 갑작스레 눈물이 났다. 사실 그 인디오들은 우리와 같은 몽골인 피를 받은 종족으로 얼굴 생김새가 너무도 한국인과 똑 같았다. 스페인 군인들에 짓밟힌 그들의 슬픈 운명을 생각하면서 나 자신도 모르게 숙연해졌다. 역사 전시홀을 나온 후에도 한참 동안 인디오들의 슬픈 생활상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호텔로 돌아가 그 날 저녁은 양고기 식당에 들러 와인 한 잔과 함께 포식한 후 칼라파테에서의 첫 날 밤을 보냈다.

▲ 인디오족

10월 17일 모레노 빙하 호수

칼라파테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버스를 타고 로스 글라시아레스(Los Glaciares) 국립공원으로 이동했다.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의 대표적인 빙하인 페리토 모레노 빙하(Perito Moreno Glacier)는 엘 칼라파테(El Calafate)에서도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트래킹과 유람선을 타고 접근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로스 글라시아레스 공원에는 모레노 빙하 외에도 웁살라 빙하, 스페가찌니 빙하, 비에드마 빙하 등의 빙하들과 2개의 호수가 있어 대한민국 면적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 모레오 빙하 트래킹 4


모레노 빙하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일단 유람선을 약 10분 정도 타고 호수를 건너야 하는데 가는 도중 우측으로 바라 다 보이는 하얀 빛의 거대하고 웅장한 모레노 빙하에 압도당했다.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건너서 간 곳은 점심을 먹는 곳이었는 데 그 곳에서 준비해 간 점심을 먹고 빙하 위에서 낄 장갑을 지급 받은 후 모레노 빙하 트래킹을 시작하는 장소로 이동했다.

빙하 트래킹 시작점에 도착하니 빙하만을 전문적으로 트래킹하는 가이드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빙하 위에서의 트래킹에 대한 주의사항을 주고 아이젠을 한 사람, 한 사람씩 채워 주었다. 그렇게 한 후 조별로 전문 빙하 트래킹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빙하 위를 밟으면서 트래킹이 시작됐다. 어떻게 빙하 위를 트래킹 할 수 있는지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했었다. 빙하 틈 사이로 간혹 크래바스(Crevasse)가 보여 긴장이 되곤 했지만 빙하 위의 트래킹은 짜릿함 그 자체였다.

▲ 모레노 빙하 트래킹 후 위스키 한 잔

빙하 위에서 바라보는 여기저기의 모습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상이한 형상의 얼음 계곡을 빙하 위에서 찍고 나중에는 다소 평평한 곳에 모여 트래킹 가이드들이 준비한 위스키를 한 잔씩 돌려 마시는 세리머니(?)도 했다. 빙하 트래킹을 약 두 시간 정도 했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었다.

빙하 트래킹이 끝난 후 실제로 빙하에서 엄청난 크기의 얼음 덩어리가 굉음을 울리며 빙하에서 무너지면서 떨어져 나가는 놀라운 장면을 전망대에서 볼 수 있었다.

▲ 1모레오 빙하 트래킹 7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