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 고부가가치 화물 창출 신기원 열어

▲ 화주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있는 사무공간인 하나로지원센터가 위치한 피에이치코리아 관리동.
세계 최대 반도체 설비회사와 물류창고 계약
“고부가가치 화물 창출로 1년내 턴어라운드”

최근 세계적인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설비 회사인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 ; AMAT)가 문 연지 채 1년도 안된 평택항 자유무역지역의 한 창고업체와 물류계약을 체결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해 8월 문을 연 ㈜피에이치코리아. 네덜란드 ASML과 더불어 세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설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AMAT라는 거대기업은 왜 평택항의 신생 창고업체인 피에이치코리아를 선택했을까?

평택항 자유무역지역에 위치한 피에이치코리아를 직접 찾아 시설을 둘러보고 피에이치코리아 강병록 사장의 설명을 듣고 난후 기자는 AMAT가 왜 피에이치코리아를 선택하게 됐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평택항 창고업자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고가화물,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새로운 컨셉으로 출범한 피에이치코리아는 출범 1년도 안돼 AMAT와의 계약 체결을 성사시키면서 성공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피에이치코리아를 찾아 그동안 그들의 사업 성과와 향후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전문>

2016년 뒤늦게 자유무역지역 입성

㈜피에이치코리아가 위치한 평택항 자유무역지역은 세계 유명 고가 브랜드 자동차로 가득 차있었다. 8년째 부동의 한국 제1의 자동차 수출입항만으로 성장한 평택항이기에 평택항 주변 야적장은 온통 자동차로 넘쳐 난다.

특히 지난 2011년 운영을 개시한 평택항 자유무역지역 1단계는 현재 입주해 가동 중인 15개 기업중 절반이 넘는 8개사가 수입자동차 PDI(Pre-Delivery Inspection)센터다. 포르쉐, 케딜락, 재규어, 크라이슬러, 랜드로버 등 고가의 수입자동차 뿐만 아니라 트럭, 버스 등 상용차까지 평택항 자유무역지역에는 세계 유명브랜드의 자동차 PDI센터들이 성업 중이다. 피에이치코리아가 입주하고 있는 9B 블록 주변도 볼보, 마세라티, MAN 등의 PDI센터가 들어서 있었다.

온통 자동차로 넘쳐나는 평택항 자유무역지역에서 피에이치코리아는 후발주자로서 기존 업체들과는 전혀 다른 컨셉으로, 하지만 자유무역지역이라는 본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사업 아이템을 제시함으로써 사업자로 지정됐다.

피에이치코리아는 대아그룹의 하역 및 터미널 운영 자회사인 대아항운㈜과 여객선사인 ㈜대아고속해운이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로 2016년 실시된 평택항 자유무역지역 1단계 잔여부지 임대사업자 공모에서 최종사업자로 선정되며 평택항 자유무역지역에 입성했다.

고가화물유치, 조립‧가공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사업계획을 제출한 피에이치코리아는 9만 2450㎡(2만 8천평)의 부지에 1년여에 걸쳐 6600㎡ 규모의 초대형‧최첨단 창고를 완공하고 2017년 7월 평택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물류창고업 등록허가를 취득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다.

AMAT 물류창고지정, 고부가가치 전략 시동

피에이치코리아가 지난해 8월 개장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때만해도 ‘고가화물유치, 고부가가치 창출? 말이 쉽지 평택항에서 그게 가능하겠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피에이치코리아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은 이달 초 피에이치코리아가 AMAT로부터 물류창고 업체로 지정받으면서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다. AMAT는 올해 초부터 30여명의 검사 인력을 파견해 2개월 동안 피에이치코리아의 창고시설을 면밀히 평가했고 4월에 피에이치코리아를 물류창고로 지정했다.

피에이치코리아가 AMAT 물류창고로 지정됨에 따라 앞으로 피에이치코리아는 AMAT가 한중일에서 진행하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설비 교체 및 신설작업에 투입될 설비 등을 생산 및 보관‧운송하는 물류창고로서 기능하게 된다.

피에이치코리아 강병록 사장은 AMAT 물류창고로 지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우리창고는 2천평 규모로 차량 도킹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충격에 민감한 반도체 설비 등을 안전하게 장치할 수 있다. 또한 카메라 50여대가 창고 내외에 설치돼 있어 보안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고 스프링쿨러 시설도 완비돼 화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진설계까지 반영된 안전한 창고다. 더구나 평택항에서 근접해 있어 국내 반도체 공장은 물론 일본과 중국으로의 수출입도 자유로운 최적의 입지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의 90% 이상이 생산되는 동북아지역의 중간지점에 피에이치코리아가 위치하고 있다는 지리적인 이점과 고가 장비를 장치할 수 있는 최적의 창고 시스템을 갖춘 것이 피에이치코리아가 AMAT이라는 세계적인 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주요인이라는 설명이다.

▲ 최첨단 시설을 갖춘 피에치코리아의 2천평 규모 창고.

평택항 자유무역지역 최초 사용소비신고 허가

강병록 사장은 AMAT가 피에이치코리아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로 피에이치코리아가 평택항 자유무역지역 입주기업으로 최초로 평택세관으로부터 지난해 8월 사용소비신고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피에이치코리아는 자유무역지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세관에서 사용소비신고 허가를 받아 해외에서 들여온 반도체 관련 장비들을 관세 유보상태에서 간단한 신고 절차만으로 국내 제2, 제3의 공장에서 가공을 거친 후 재반입해 보관하다가 재수출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설비 조립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AMAT가 주요 핵심 장비를 피에이치코리아로 반입시킨 후 한국 부품과 기술력을 결합시켜 완제품을 만들어 중국과 일본으로 재수출하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자유무역지역으로서 관세 유보상태에서 간단한 신고만으로 가공, 조립이 가능한 시용소비신고 허가까지 받은 피에이치코리아는 AMAT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물류창고였던 것이다.

강병록 사장은 “이번에 일본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중국과 국내에 연속해서 AMAT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평택항 자유무역지역에서 사용소비신고를 허가받은 곳은 피에이치코리아가 유일한데 앞으로 AMAT과 같은 프로젝트들을 더 많이 유치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에이치코리아가 현재 주력 사업모델로 추진중인 AMAT 프로젝트는 수입 화물에 조립, 포장 등을 거쳐 재수출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올리자는 자유무역지역의 본래 사업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사업 모델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강병록 사장은 특히 “피에이치코리아의 주주사인 대아그룹이 평택-중국 영성을 연결하는 카페리항로인 대룡해운을 보유하고 있고 부산-일본간 카페리와 로로화물선을 운항하고 있는 팬스타라인과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향후 AMAT에 조립, 가공, 보관 서비스는 물론 물론 한중일 해상, 육상 운송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주요 타겟 화물은 LCL 카고

피에이치코리아는 단일품목으로서 반도체 설비가 차지하는 매출비중이 크기는 하지만 반도체 설비 뿐만 아니라 피에이치코리아만이 가진 강점을 활용해 컨테이너 LCL 카고, 상용차 및 특장차 물류, 고가 벌크화물 등 사업포트폴리오를 다변화 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피에이치코리아가 향후 주요 타켓 화물로 꼽고 있는 것은 바로 LCL 카고다. 피에이치코리아는 현재 평택항 주변에 위치한 LCL 물류창고 중 가장 넓고, 가장 최첨단의 설비를 갖춘 물류창고로 평가받고 있다. 차량 도크시설을 갖춘 피에이치코리아의 2천평 규모의 최첨단 창고는 LCL 카고를 처리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향후 평택항 내항 국제여객부두와 2단계 항만배후단지 개발이 완료돼 주변 연결도로가 정비되면 접근성이 더욱 개선돼 최적의 LCL 창고로 기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병록 사장은 “현재 평택항 자유무역지역에서 LCL 카고를 처리할 수 있는 곳은 우리와 MS로지스틱밖에 없다. 현재 우리가 처리하는 컨테이너 물량이 월 약 350개 정도에 그치고 있으나 있으나 소형화주, LCL화주, 포워더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고 화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추고 있어 점차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피에이치코리아는 소형화주들이 LCL이나 풀컨테이너를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무료 화주지원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무동내 화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사무공간인 하나로지원센터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회의실, 체력단련실, 식당, 샤워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화주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피에이치코리아가 유치에 성공한 만 트럭과 버스

수입 상용차 전문 PDI 센터 유치

피에이치코리아가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타겟 화물이 자동차다. 이미 MAN의 상용차 유치에 성공한 피에이치코리아는 앞으로 스카니아, 볼보, 벤츠 등 다양한 해외 상용차 브랜드를 유치하고 더 나아가 수입 상용차 및 특장차 전문 PDI센터로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강병록 사장은 “현재 평택항 자유무역지역 입주기업 절반정도가 수입차 PDI센터다. 승용차 PDI센터는 거의 들어섰고 MAN이나 볼보 등의 상용차 PDI센터도 들어섰다. 그러나 아직 스카니아를 비롯한 다양한 중소 상용차 브랜드들은 PDI센터가 없다. 피에이치코리아는 2만 8천평에 달하는 넓은 야드를 보유하고 있고 추가로 창고를 만들 수 있는 부지도 충분하기 때문에 중소 상용차 브랜드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피에이치코리아가 타겟 화물로 검토 중인 화물이 알루미늄이나 철강 등 클린 벌크 카고다. 피에이치코리아는 반도체 설비, LCL 카고 등 고가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2천평 규모의 첨단 실내창고 뿐만 아니라 2만 8천평 규모의 야드, 1천평 규모의 텐트 창고 등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벌크 카고를 처리할 수 있다.

피에이치코리아는 반도체 설비나 자동차 등을 처리하고 있어 곡물, 석재 등 분진이 발생할 수 있는 더티벌크카고 대신 알루미늄이나 철강 등 클린벌크카고를 주요 타켓으로 설정하고 영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강병록 사장은 “더티벌크카고는 지금 당장이라도 얼마든지 유치할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클린벌크카고를 유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화주들을 접촉하고 있다. 우리는 자유무역지역으로서 일반 보세창고와 달리 화물체화 기간이 6개월로 제한되지 않는다는 큰 강점을 갖고 있다. 화물체화제한이 없다는 점과 넓은 야적장, 텐트 창고 등을 활용해 고가의 클린벌크카고들을 유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에이치코리아는 비록 출범한지 9개월차에 불과하지만 반도체 설비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올라섰고 상용차 야적, 컨테이너 화물 등이 일정 성과를 보이고 있어 빠르면 올해 2분기중으로 블랙이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피에이치코리아 강병록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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