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진흥공사 7월 5일 공식 출범>

지난 7월 5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공식 출범한 사건은 우리 해운역사상 이정표를 세울만한 대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금융기관이 진작 설립되었더라면 아마 우리 한국해운산업은 오늘날과 같이 쪼그라든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만시지탄의 아쉬움이 남지만, 우리 해운업계로서는 참으로 경사스러운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해운업계를 대표하는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한국선주협회가 한국해양진흥공사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공사 창립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일간 및 주간 신문에 공사 출범을 축하하는 광고를 게재한 것만 봐도 업계 입장에서 이번 사건이 얼마나 큰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해운 역사에 정부가 해운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공식적인 기관을 만든 적은 없었다. ‘계획조선 제도’라든가 ‘풀컨운항 장려금’ 등 해운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만든 적은 있어도 오랜 기간에 걸쳐 상시적으로 해운업계를 지원해 줄 수 있는 금융기관을 그것도 정부가 직접 창설한 예는 없었다. 우리가 해양진흥공사의 창립을 역사적인 사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앞으로 한국의 해운산업 자체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뿐만 아니라 한 차원 높은 발전을 구가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이유이다.

해양진흥공사의 창립은 위기에 빠진 한국해운산업을 재건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해양진흥공사의 출범만으로 무너져 내린 한국해운산업을 온전하게 재건시키는 일이 가능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나 분명 그 중심적인 역할을 해양진흥공사가 담당하게 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미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은 해운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겠다는 방침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으며, 새 정부는 국정과제에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을 명기하고 그와 동시에 정부 내에 공사 설립 TF팀을 설치하여 그동안 공사 설립 작업을 해왔다. 이제 조직정비와 그에 따른 모든 인선을 마치고 공식 출범식까지 개최했으므로 한국해운산업 재건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린 셈이다.

정부의 발표를 보면 해양진흥공사의 법정 자본금은 5조원, 출범 초기의 납입 자본금은 3조 1000억원이 예상이 되고 있고 공사 조직 정원은 101명인데 현재 81명이 확보됐다고 한다. 출범하기 이전부터 선사들을 대상으로 신조선박 발주 수요(56척)와 세일즈앤 리스백 수요(18척)를 조사하는 등 미리 공식 출범에 대비해 왔기 때문에 7월 5일 출범과 동시에 곧바로 업무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해운업계는 정부 당국의 이런 발 빠른 대응, 그리고 조직 구성과 인사 조치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호평을 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이번에야말로 한국의 해운산업이 부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조치들이 해양진흥공사를 통해서 이뤄지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출범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하면서, 노파심에서 몇 가지 주문을 하고자 한다. 우선은 초심을 잃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해양진흥공사가 출범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2년전 발생한 한진해운 사태를 포함하여 한국의 해운산업 전체가 무너져 내린 것을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재건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자칫 ‘해양’이라는 넓은 의미의 단어로 인해 해운-조선의 상생 내지는 조선산업의 재건에 방점이 찍혀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면 한다. 해운과 조선이 상생하는 방법도 있지만, 해운산업의 국제경쟁력 측면에서는 조선산업의 발전이 오히려 해운산업의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조산산업 발전에 방점이 찍혀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선박이 대형화, 고품질화 됨에 따라 고가 선박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우리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1억 달러에 가까운 선박을 10척만 건조하려고 해도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해운업계에 수 백 척의 고가선을 공급하려고 하면 해양진흥공사의 현재 법정 자본금 5조원으로는 상당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배가시키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새로 뽑힌 경영진들은 실제로 운영을 해가면서 자본금 확충 문제도 진지하게 검토해 주길 바란다.

해양진흥공사의 업무는 초기에는 선박이나 터미널 등에 대한 투자와 보증의 업무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양진흥공사는 해운거래에 대한 관리와 지원, 친환경선박으로의 대체 지원, 한국해운연합에 대한 지원 업무 등도 수행할 것이라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이중에 우리의 이목을 끄는 것은 ‘한국해운연합에 대한 지원’인데 구체적인 안이 명시되지 않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정부당국과 해운업계는 국적선사들끼리 연합을 하거나 합병을 할 때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를 명확히 하여 한국해운연합과 같은 ‘국적선사의 대단위화’를 유도할 필요성이 있다. 거듭 얘기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도 우리 해운업계의 새판 짜기는 필요하고 합종연횡의 결과에 대해서 정책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다. 이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인식을 새롭게 했으면 한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못해낸다면 모든 것은 허사가 될 것이다. 특히 이번에 초대 사장에 임명된 황호선 사장은 낙하산 인사 아니냐는 일부의 세평도 있었던 터이니 크나 큰 활약으로 “결코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증명해 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해운 전문가, 금융 전문가들을 잘 융합시켜 한국해운산업을 지원하는데 총력을 다 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그렇게 하려면 우선 해운산업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하며 해운업계의 얘기를 진지하게 경청해야 할 것이다. 해양진흥공사 임직원들은 남다른 각오로 해운산업 살리기에 매진해 줄 것을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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