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일조국제훼리 정규하 사장

TCR이용 중앙아시아ㆍ폴란드 철송서비스 개시
환경규제ㆍ항로개방, 정부ㆍ업계 공동대응해야

정규하 사장
정규하 사장

“급변하는 시장에서 수동적인 대응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변화를 한단계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아서 꾸준히 시도해야만 살 방도를 찾을 수 있다. 한중카페리시장도 환경규제와 항로개방이라는 엄청난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이 변화를 극복해낼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지 않으면 안된다.”

지난해 9월부터 평택항과 중국 일조항을 연결하는 카페리항로를 운영하고 있는 일조국제훼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규하 사장은 취임직후부터 급변하는 한중카페리시장을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고민해 왔다고 한다.

일조국제훼리 대표를 맡기 전까지 동방그룹의 심양동방방직유한공사 총경리를 역임해 중국 사정에 밝았던 정규하 사장이 지난 9개월여간에 걸친 고민 끝에 새로운 돌파구로 찾아낸 것이 바로 중국 철도다.

“일조에 개설된 중국 철도망을 이용하면 베트남, 중앙아시아는 물론 TSR 연계로 유럽까지 물류 루트를 확장할 수 있다. 중국 철도가 우리의 새로운 먹거리라고 판단하고 지난해부터 화주, 포워딩 회사와 공동으로 평택에서 일조까지 우리 배를 이용하고 다시 중국 철도와 연계해 중앙아시아, 유럽, 베트남 등을 연결하는 새로운 물류 루트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일조국제훼리는 이미 지난해말 평택-일조-TCR을 이용해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올해 6월부터는 평택-일조-TCR-TSR-폴란드를 연결하는 새로운 서비스도 개시했다.

중국 철도를 이용해 일조와 베트남을 연결하는 서비스도 이미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대형 화주들과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연내 정식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있다. 우즈베키스탄과 폴란드 서비스의 경우 기존 운항열차를 이용하면 되지만 베트남 서비스는 전용열차를 배차해야하기 때문에 5~10량 이상의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규하 사장은 삼성, LG 등 대형 화주 물량을 어느정도 확보했기 때문에 영업 확대로 집하물량을 조금 더 확보하면 연내로 정식으로 라인 개설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국 철도와 연계한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는 대단히 높다. 가령 한국에서 폴란드로 선박을 이용해 물건을 보내려면 거의 60일, 베트남까지는 14일정도 소요되지만 우리 배와 중국 철도를 이용하면 폴란드는 22일, 베트남은 4일이면 충분하다. 운임은 조금 비싸지만 빠른 운송시간과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화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정규하 사장이 여객이 아닌 화물쪽에서 이와 같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15년 4월에 교체 투입한 2만 5천톤급 Ro-Ro 카페리선 르자오 오리엔트호 덕분이다. 2011년 평택-일조항로 재취항 당시 일조국제훼리는 2만 4946톤급 Ro-Ro 카페리선 일조동방호를 투입했었다. 그러나 일조동방호는 노후화된다데가 연료 소모량이 너무 많아 2015년 그리스에서 르자오 오리엔트호를 매입해 교체투입했다.

르자오 오리엔트호는 당시 한중카페리항로 투입선박중 선령이 가장 낮은 8년에 불과했고 기존 선박에 비해 연료효율성이 30% 이상 높아 운항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어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일조국제훼리가 턴어라운드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르자오 오리엔트호는 기존 선박에 비해 화물 캐퍼가 130teu 늘어난 360teu까지 적재할 수 있고 램프와 화물적재공간이 넓어 다양화 화물 선적이 가능해 안정적으로 화물을 처리할 수 있었다.

2011년 재취항이후 한중 주주간 갈등으로 한차례 운항이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던 일조국제훼리는 주주간 갈등을 봉합하고 새선박 교체 투입이후 결항없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5년여만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해 사드사태로 한중카페리항로가 직격탄을 맞았음에도 여전히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여객보다는 화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덕택에 사드사태의 영향을 그나마 덜 받을 수 있었다. 여객의 경우 사드사태 직전 일반 관광객 대 상인의 비율이 4대 6정도까지 올라갔다가 사드사태로 다시 상인 100%로 회귀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동안 한중카페리 발전에 상인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상인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어떻게 하면 일반 관광객 비율을 높여갈 것인가가 우리가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다.”

정규하 사장은 사드사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올해까지 흑자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급증하는 연료유가와 점점 강화되는 환경규제, 재논의되기 시작한 한중항로 전면 개방문제는 대처하기 쉽지 않은 문제들이라고 지적했다.

요즘 정규하 사장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벙커유가다. 정 사장 취임 당시 톤당 350달러대였던 벙커유가는 현재 470달러로 무려 34%나 올랐다. 연료유 상승에 따른 운항비용 상승은 유가할증료(BAF)를 통해 화주들이 일부 부담해야 하지만 선사간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BAF 부과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 사장은 벙커유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회를 중심으로 선사들이 BAF가 정상적으로 부과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지 않으면 결국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재논의되기 시작한 한중항로 전면 개방문제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선사들의 평균 소석률이 40%가 안되는 데다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항로가 개방돼 버리면 자본력에서 밀리는 한국선사들이 한중항로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 사장은 항로개방 문제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우리업계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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