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前선장, 고려대 법대 교수)

▲ 김인현 교수
김창준 변호사(위원장)와 김영모 교수(부위원장)가 이끄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이하 선조위)가 임무를 마치고 사고 원인에 대한 결과를 지난 8월 6일 발표했다.

미수습자의 유해를 찾아낸 점, 세월호를 직립시켰다는 점 등 선조위는 소정의 임무를 완성했다. 세월호의 사고의 원인을 하나로 확정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점이다. 항해의 관점에서 보아 선조위의 가장 큰 공적은 세월호가 전복 시작시 더 큰 각도로 기울어진 것을 밝힌 점이다. 사고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8시 49분 급선회 시작 뒤 1분 이내에 세월호가 왼쪽으로 45도 이상 기울여진 것을 선조위가 차량의 블랙박스를 통해 밝혀냈다. 검찰 및 해양안전심판원은 세월호가 초기에 30도 기울어진 것으로 보았는데, 이것이 45도에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고 당시 세월호는 초기 조사에서 판단했던 것 보다 복원성(復原性)이 더 나빴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원성이 더 나빴다는 것은 어떤 연유이던 외력이 세월호의 옆 방향에서 가해졌을 때 세월호가 제자리로 직립된 상태로 돌아오는 힘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는 의미이다. 복원성이 아주 나쁜 상태였기 때문에 그 결과 세월호는 외력이 가해지자 1분내에 45도까지 기울어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선박이 복원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선박의 중심으로부터 위와 아래에 균형있게 무게가 실려야한다. 선박의 중심보다 아래에 무게를 두면 복원성은 더 좋아진다. 선박은 통상 무게를 중심보다 아래에 두기 위해 물(발라스트)을 싣게 된다. 복원성이 나빴다는 말은 중심보다 위쪽에 무게가 더 많았다는 말이니 결국 화물을 선박의 윗부분에 많이 실었다는 의미이다.

규정된 흘수(선박이 물에 잠긴 깊이)를 유지하면서 더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해서는, 전체 선박의 무게는 같아야하므로, 더 실은 화물량만큼 선박아래에 싣게 되는 물(발라스트)을 빼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복원성은 아주 나빠지게 된다. 마치 오뚜기의 원리와 같다. 무게를 아래에 갖고 있는 오뚜기가 옆 방향으로 힘을 받아도 곧 바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과 같다.

선박에 대해 상식이 있고 정상 항해교육을 받았다면 이것은 선박이 전복될 위험을 스스로 초래하는 일이니 아무도 시도할 수도 없고 시도해서도 아니 되는 금기사항이다. 이런 행위를 하는 자는 형사 처벌은 물론이고 상법상으로도 큰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위험한 바다를 항해하기 위하여는 감항성을 갖추어야하고,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복원성과 부력을 갖추는 것이라는 것은 항해사에게는 상식중의 상식이고 우리의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1993년에 발생한 서해훼리호도 감항성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점에서 유사한 사고이다. 세월호와 달리 서해훼리호의 경우는 과승(過乘)이 문제가 되었다. 선박에 정해진 정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승선하면 선박은 물속으로 더 잠기게 되어 선박이 바다에 떠 있을 수 있는 힘인 부력(浮力)이 부족해 침몰하게 된다. 이런 바다의 상식중의 상식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해훼리호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세월호 사고는 선박이 경사되었을 때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인 복원성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인 반면, 서해훼리호의 경우 선박이 물에 떠 있을 수 있는 부력이 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승선해 침몰한 사고이다. 실로 모두 어처구니가 없는 사고이다. 감항성(堪航性)이 없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세월호와 서해훼리호 사고 모두 연안 해운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복원성이나 부력의 의미를 연안해운의 선원들이나 경영진들이 완전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두 사고는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감항성, 복원성, 부력은 선박적화(船舶積貨)라는 과목을 한학기동안 배우고 실습을 통해 완전히 숙지해야 할 사항이다.

연안해운에 종사하는 선원들은 안타깝게도 정식 항해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연안해운의 선박도 해기사면허제도의 적용을 받기는 하지만, 부원들이 사관으로 승급해 해기사가 될 때에는 장기간의 학교 교육 없이도 몇일간의 교육만으로도 면허취득 및 승선이 가능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선박적화 과목에 대한 체계적인 학교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현장에서 건성으로 배워서 그 의미가 무언지 완전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위 사고들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상적인 해양고등학교 교육 혹은 4년제 대학의 항해교육을 받지 못한 선원들이 저임금의 연안 해운에 내몰리고 경영진은 제때에 이들에 대한 교육을 시키지 못한 현실이 개선되어야 한다.

서해훼리호 이후 11년이 지나 세월호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왜 이런 문제점이 연안해운에서 개선되지 못했었는지,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다음 4년이 지난 오늘에는 어떤지, 그 현상을 확인하고 미비한 점이 있다면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하는 시점이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은 다양한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항해의 관점에서 사고의 주원인은 복원성 부족이다. 복원성이 충분했다면 아무리 외력이 가해져도 선박은 제자리인 중립에 돌아온다. 북태평양을 항해하면서 저기압을 만나본 선장이나 선원들은 35도까지 선박이 경사되어도 곧장 제자리에 돌아왔던 경험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사고초기에 조사기관이나 항해전문가들 사이에서 공유되던 내용-즉 복원성이 나빴던 것이 선박이 전복된 주원인이다-이 이번 선조위 조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검찰과 해심의 조사에서는 세월호의 경사를 발생시킨 외력이란 선원들의 조타잘못이라고 보았다면, 선조위에서는 솔레노이드 밸브의 고착으로 인해 외력이 발생했다고 본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모두 복원성이 좋았다면 세월호는 전복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항해의 관점에서 여전히 사고의 주원인은 복원성 부족이라고 보게 된다.

외력설에서 추정하는 외력으로서의 잠수함과의 충돌이나 여객구조에 대한 외부국가기관 자체의 구조실패의 문제는 선박항해관련자들이 예방하고 개선시킬 수 있는 사항들이 아니다. 이들은 모두 선박 항해 외적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잠수함은 수면하에서 항해해 선박의 항해사들은 그 존재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잠수함이 충돌을 피해야할 의무가 있고 이 점에서 선박은 완전히 수동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특조위 2기가 발족되어서 사고의 원인을 더 찾아 완벽을 기하는 것과 항해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충분히 별개로 처리할 수 있다고 본다.

사고의 예방조치는 한시가 급하다. 동종의 원인으로 인한 사고, 유사한 원인으로 인한 사고들이 발생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항해의 관점에서 세월호 사고에서 얻은 교훈은 모든 선박이 복원성을 갖추도록 제도화하고 선원들이나 경영진에게 복원성 확보에 대한 교육을 시켜야한다는 점이다.

복원성 및 부력이 빈틈없이 갖추어져야 할 선박은 태평양을 건너야 할 원양상선은 물론이고, 가까운 바다를 항해하는 연안 화물선, 연안 여객선, 차도선도 포함된다. 최근 사용이 많아지는 해양레저기구도 마찬가지이다. 바다는 육지와 달리 예측불허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감항성이 지켜지도록 정부당국, 항해교육기관, 선주, 선원들, 항해 전문가들은 가일층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복원성, 부력 등을 갖추는 감항성 확보는 안전항해의 철칙으로서 어느 누구도 훼손시킬 수 없는 것임이 해운관련 자 모두에게 널리 알려져 상식중의 상식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