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양창호 원장

▲ 양창호 KMI 원장
어려울 때 선제적 통합으로 대형화해야
해운빅데이터 분석 2~3년후 효과 기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발표되고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설립되는 등 한국 해운산업을 재건시키기 위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국적선사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배를 짓게 하고 화물을 창출 능력을 키워주는 게 핵심인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선화주 상생 협력이다.

해양진흥공사를 시드머니로 화주들의 자금을 해운업계로 끌어들여 배를 짓고 그들의 화물을 운송하는 선화주 상생체계만 구축할 수 있다만 한국해운재건이 요원한 일은 아닐 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화주들을 선사와 매칭시킬 것인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양창호 원장은 13일 개최된 해운전문지기자단 간담회에서 “선사와 협력하는 게 장기적으로 돈이 된다는 걸 화주에게 보여줘야 해결될 문제다. 선사와 협력하면 돈이 된다는 걸 가장 잘 아는 게 바로 일본 화주다. 우리 연구원과 해양진흥공사, 해운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화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양창호 원장은 또한 최근 정부와 해양진흥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근해정기선사간 통합·협력이 어렵지만 꼭 필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양 원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선제적으로 선사간 통합과 협력을 통한 대형화가 필요하며 급격한 구조조정보다는 자율적으로 추진할 때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양창호 원장과 해운전문기자단이 나눈 일문일답.

-연구 인력을 대폭 확대했다고 들었다.
=기간제 비정규직 연구 인력을 대거 정규직화했다. 지난해 10월 경제·인문사회연구회로부터 승인을 받아 외부인이 참여하는 인사위원회를 구성, 12차례 회의를 통해 비정규직 102명을 정규직화했다. 이중 75명이 연구 인력이다.

취임이후 해양수산분야의 유일한 국책정책연구기관으로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기간제 연구 인력을 정규직화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우수한 정규직 연구 인력을 대폭 확대한 것을 계기로 정책연구기관으로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정부의 해운재건계획이 겉 돈다는 지적이 있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은 국정과제로서 해운업계에는 가장 중요한 정책이다. 7월에 한국해양진흥공사를 발족시키면서 첫발을 잘 디뎠다고 생각한다. 해양진흥공사 설립은 해양수산부가 주무 부처가 돼 선사들을 위한 금융지원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앞으로 공사의 시드머니가 상업은행, 국책은행은 물론 화주, 조선 등 외부의 자금들을 해운업계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정부와 공사, 연구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야 한다.

특히 한국해운을 재건시키려면 화주로부터 투자와 물동량을 끌어내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게 이익이 안되면 화주가 절대로 해운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더니 좋은 운임으로 좋은 서비스를 받으니 이익이라는 점을 밝혀내고 이것을 가지고 화주들을 설득시켜 나가야 한다. 선사와 협력하면 돈이 된다는 걸 가장 잘 아는 게 일본 화주다. 앞으로 우리 연구원과 해양진흥공사, 해운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이런 연구를 해야 한다.

조선과의 상생 협력도 필요한데 화주와 마찬가지로 해운업계와의 협력이 이익이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가령 조선소가 수주해 건조하다가 계약이 취소된 선박들을 건조해 톤이지 뱅크를 통해 국적선사에 용선해주면 수익을 낼 수 있다. 진흥공사의 시드머니를 통해 이것을 충분히 추진할 수 있다.

-정부와 해양진흥공사가 근해선사들의 통합을 강요하고 있는데 통합이 능사는 아니지 않나?
=물론 통합이 능사는 아니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선사간 협력이나 통합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진해운 파산전인 2015년 정부가 개입해서라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통합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그러나 민간 영역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통합은 무산됐고 한진해운은 결국 파산했다.

반면 일본과 중국은 원양정기선을 과감히 통합시켰고 결국 살아남았다.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면 그때 정부가 양사의 통합에 나섰어야한다는데 이견이 없는 거 같다. 어려울 때 일수록 선사간 협력과 통합을 통한 대형화는 반드시 필요하며 급격한 구조조정보다는 자율적인 협력과 통합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금융권의 시각에서 현재 근해정기선 시장이 굉장히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는 것 같다. 금융논리상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고 계속해서 적자가 나는 회사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곤란한 일일 것이다. 통합을 하든 무엇인가 살 방도를 찾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새로운 자금 수혈은 어렵다는 얘기다. 올해 해외 원양정기선사들도 대부분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우리가 먼저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자는 게 정부와 금융권의 생각이다.

-해운 빅데이터 연구센터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우려에 대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해운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시황을 전망하고 선사들의 의사결정으로 연결시키는 연구는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시도되지 못했다. 이제 부산대학교와 협력해 분석툴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고 해운선사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들을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 효과가 나타나려면 내년 상반기는 돼야 하고 앞으로 2~3년이면 꽤 좋은 분석툴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연구를 통해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용선료를 단기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앞으로 파나막스, 수프라막스, 핸디사이즈로 확대하고 나아가 컨테이너선, 유조선까지 분석 예측 모델을 만들고 선박 자동식별 시스템(AIS) 실시간 정보, 물동량 정보 등을 연결해서 완성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원장님 취임후 너무 정책연구에 집중하는 것 아닌가?
=정부와 산업계, 국민들이 요구하고 궁금해 하는 것을 연구하는 게 정책연구다. 제가 취임하고 보니 KMI가 국책연구기관임에도 정책연구보다 외부 수탁연구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KMI는 국내 유일의 해양수산분야 국책연구기관으로서 현안과제, 국내외 정책동향 등을 면밀히 분석해 산업계와 국민들께 제공할 의무가 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정책연구의 비중을 높였는데 앞으로 더 확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통일을 대비한 해운물류분야 연구는 진행하고 있나?
=지난 9월 통일 대비 해운물류분야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학계, 산업계, 기관, 단체 등으로부터 해운물류분야에서 어떠한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하면 좋은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접수된 80건중 20건에 대한 주제발표를 했다.

지금 해운물류분야에서 가장 시급하고 우선순위를 두어야할 남북협력과제는 항만이다. 철도, 도로, 살림 등도 중요하지만 가장 실질적인 남북협력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항만이다. 전통적으로 개혁 개방은 늘 항만에서 시작됐다. 북한 항만개발을 진행하면 해운과 물류사업이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앞으로 남북 항만 협력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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