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 서동희 대표변호사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항공적하보험 약관의 해석에 관한 귀중한 판결이 내려졌기에 소개하려 한다. 이 사건에서 우리나라 제약회사 A가 스위스 회사 B로부터 제약품 화물을 수입하면서 항공운송으로 우리나라로 운송시켰는데 화물이 손상됐고 그러한 상황에서 A가 적하보험을 인수한 보험회사 I와 항공운송을 수행한 포워딩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I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선례적 가치의 측면에서 하나의 쟁점에만 국한해 논의하려 한다. 즉 I는 무엇보다도 출발지인 독일에서 자신에게 알려 준 당초의 운송경로와 다르게 화물이 운송(내륙운송 포함)됐고 그에 대해 사전에 A가 자신들에게 통지를 하고, 승인을 받는 절차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는 것이었다. 관련 약관은 Institute Air Cargo Clauses (All Risks) (15/6/65)이었고, 보험자 I가 지적한 조항은 Clause 1 (Transit Clause)1)과 Clause 3 (Change of Transit Clause)2)이었다.

출발지에서 운송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당초 포워딩 회사가 A에게 제공한 House Air Waybill상 출발공항은 독일 Hanover였고 목적 공항은 인천공항이었으며 A는 이에 기해 적하보험에 가입했으므로 I가 발행해 준 적하보험증권에도 동일하게 기재돼 있었다. 그런데 포워딩 회사(계약 항공운송인)가 항공사(실제 항공운송인)에게 운송 의뢰했는데 어떠한 영문인지 모르겠으나 두 회사 사이에 항공운송은 출발공항이 뒤셀도르프로 변경되는 것으로, 그리고 베이징 공항에서 환적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그러한 내용대로 Master Air Waybill이 발행됐다. 이러한 운송로 변경 내용은 하루가 지난후 포워딩 회사가 A에게 알려 주었으며, A는 이러한 변경 사실을 보험자인 I에게 통보해 주지 않았다.

이 사건의 화물은 2015년 6월 30일 독일 Gronau라는 곳에서 포워딩 회사의 트럭에 의해 인수됐고 그 후 포워딩 회사는 이 화물을 하노버까지 내륙운송한 후 그곳에서 항공사에게 인도해 주었다. 항공사는 트럭으로 그곳에서 뒤셀도르프까지 내륙운송을 했고 그곳 공항에서 잠시 보관한 뒤 항공기에 적재해 베이징 공항으로 항공운송을 했으며 베이징 공항에서 환적한 뒤 새로운 항공기편으로 인천공항까지 항공운송했다.

보험자 I는 출발지에서 운송로가 완전히 변경됐고, 그러한 변경 내용을 A가 자신들에게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held covered 조항에 의해 구조될 수 있는 경우도 아니므로 보험은 이미 종료했고, 자신들은 보험금 지급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보험자의 이러한 주장에서 근거로서 가장 유력하게 주장한 내용은 Institute Air Cargo Clauses (All Risks) (15/6/65)의 관련 조항이 해상적하보험약관 ICC와 동일하며 보험자 주장대로 해상적하보험약관을 해석하는 것은 이미 확립돼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A는 항공운송과 해상운송은 판이하게 다르므로 해상적하보험약관 ICC에 관한 판례나 해석이 항공적하약관의 해석에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A는 운송로 변경이 자신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포워딩 회사가 재량껏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포워딩 회사가 발행한 House Air Waybill은 IATA 서식으로서 이면 약관 제9조에 "Carrier may use alternative carriers, aircraft or modes of transport without notice but with due regard to the interests of the shipper. Carrier is authorized by the shipper to select the routing and all intermediate stopping places that it deems appropriate or to change or deviate from the routing shown on the face hereof." 규정이 있어서 포워딩 회사는 이 조항에 기해 자유로이 운송로를 변경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①항공화물운송은 신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위험이 본질적으로 변경되지 않는 이상 운송인에게 운송 경로 등을 변경할 수 있는 자유재량권이 보장돼야 하는 점 ②이 사건 약관 제1조도 운송계약에 의거 항공 운송인에게 부여된 자유재량권의 행사로 위험이 변경되더라도 이 사건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계속된다고 규정하는 점 ③이 사건 항공화물 운송장의 이면약관 제9조에 따르면 운송인은 송하인으로부터 운송구간을 선택할 권한을 위임받는 점"등을 들면서 "포워딩 회사 내지 항공사가 출발지를 하노버 공항에서 뒤셀도르프 공항으로 변경한 것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위험을 본질적으로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이 사건 약관 제3조 및 유의사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 보험회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8.31. 선고 2017가합543381 판결). 이 판결에 대해 보험자는 항소를 포기했고, 이로써 이 판결은 확정됐다.

이 사건의 의미는 크다고 본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쟁점에 대해 내려진 판례가 없는 것으로 보이며, 학자들이나 실무가들의 해석도 거의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판결이 이 쟁점에 대해 분명한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이 문제로 화주들과 보험자들 사이에 더 이상의 불필요한 분쟁은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건에서 문제된 약관은 1965년 로이즈에서 제정한 것으로서 항공적하보험약관에 대해 1982년 약관과 2009년 약관이 제정되면서 불분명한 부분은 완전히 명확하게 하는 조항으로 변경됐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업계에서 구 약관을 선호하는 경향이어서 Institute Air Cargo Clauses (All Risks) (15/6/65)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이 사건 판결은 크게 기여하리라 본다.


1) This insurance attaches from the time the subject-matter insured leaves the warehouse, premises or place of storage at the place named in the policy for the commencement of the transit, continues during the ordinary course of transit and terminates either on delivery

2) Held covered at a premium to be arranged in case of change of transit or of any omission or error in the description of the subject-matter insured or of the trans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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