耕海 김종길(010-5341-8465, jkihm@hanmail.net)

▲ 耕海 김종길

손편지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손편지를 받았다.

뉴저지에서 보낸 편지가 북미대륙과 태평양을 건너왔다. 참으로 반가웠다. 반갑지 않은 편지가 있을까만… 그래도 다르다. 편지에 그의 체취가 스며있어 그를 느낀다. 한마디 한마디가 정겹고 감동적이다.

컴퓨터 스크린에다 자판을 두들겨 쓴 메일은 클릭 한번으로 순식간에 수만리를 가고 온다. 이러한 인터넷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시대에 걸맞지 않게 손으로 편지지에 마음을 또박또박 그려 봉투에 주소를 기입해 우체국에서 우표를 붙여 보낸 손편지에는 정성이 깃들어있다. 사람냄새가 풍긴다.

44년 전, 젊은 날에 그는 나와 함께 북유럽 노르웨이해운아카데미에서 해운을 공부했다. 귀국하고서는 서로 바쁘고 가는 방향이 달라 만날 기회가 없었다. 때론 각자 한국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그러다가 그가 미국으로 간 후에는 소식이 깜깜했다.

그의 근황이 항상 궁금했다. 우연하게도 후배로부터 그의 주소를 받았다. 즉시 나의 소책자를 한 권 동봉해 우체국으로 가서 편지를 부쳤다. 회답이 은근히 기다려졌다. 꼭 한 달 만에 답장을 받았다.

육친으로부터 받은 편지인양 가슴이 찡했다. 문장도 어쩌면 그렇게도 유려한지! 사후에 장기는 기증하고 유골가루는 대서양에 뿌려달라고 부탁했단다. 조국에 대한 그리움에서일까, 아니면 나그네의 서러움이 아닐까하여 내 마음이 서글퍼진다.

그의 손편지를 읽고 또 읽으며 그 옛날 북구北歐나라를 회상했다.

『존경하는 耕海 선배님

보내주신 귀한 수상록과 서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백야의 나라에서 맺었던 인연의 끈을 긴 세월동안 놓지 않고 이어주신 선배님의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에 가슴 뭉클한 감회에 젖습니다.

현직에 계실 때 국가와 해운발전을 위하여 크게 공헌하시다가 은퇴하신 후 더욱 알찬 말년을 채워 가시는 선배님의 삶이 저녁노을보다 더욱 아름답고 빛남을 보게 됩니다.

어쩌다 한번 씩 선배님의 소식을 접할 때가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수상록을 직접 대하니 지나간 선배님의 모습들이 눈에 잡히듯 떠오릅니다.

사후 시신기증 또한 저의 가슴에 와 닿습니다. 저도 가족들에게 심장이 멎기 전에 내 장기를 기증하고 묘를 쓰지 말고 화장해서 그 가루를 집에서 가까운 대서양에 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계복씨는 저와 범양에서 오랫동안 같이 일하였고 지금도 소식을 주고받는 몇 안 되는 옛날 사우입니다. 동경사무소에서 2년간 같이 일하였고 본사 영업부에서도 어수선한 시기에 함께 힘든 기간을 보냈습니다.

마상곤 회장은 저의 고등학교(대구계성) 2년 선배로서, 저의 첫 직장 성창해운의 직장선배로서 아직까지 서로 소식을 주고받는 귀한 관계입니다. 수상록에 게재된 그분의 축하 글을 보니 더욱 반갑습니다.

금년이나 내년에 고국에 한번 들리려고 생각했습니다만 현재로는 그것도 불확실합니다. 고국을 방문하게 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선배님은 길지 않을 남은 세월에 한번 뵙고 싶은 몇 안 되는 분 중 한분이십니다.

모쪼록 내외분께서 건강하시며 자녀들의 가정에도 주님의 큰 은혜와 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2019년 2월 18일

안영근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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