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스자코니, IHS마킷 JOC 편집국장

▲ 마크 스자코니 국장

서서히 타고 있을 뿐 긴급 화재 경보를 울릴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컨테이너선 시장에 가해지는 새로운 압박이 점차 심각해지는 형국이다. 바로 끝이 보이지 않는 국제 무역 침체다.

지난 4월 2일 세계무역기구(WTO)는 2019년 국제무역 교역량이 전년 대비 2.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8년의 3%보다 낮은 수치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제조업 약세와 더불어 보호무역주의 확산도 약해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물론 컨테이너 물동량 성장률은 무역액 증가율보다 1~2% 포인트 앞서지만, 문제는 두 수치 모두 둔화 추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IHS Markit의 ‘2019 해운 및 조선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컨테이너 무역은 올해 5.4%, 중기적으로는 4~5.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보고서의 저자인 달리보 고긱(Dalibor Gogic) 수석연구원은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2000년대 초와 비교했을 때 성장률 범위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세계화가 글로벌 소싱 시스템에 영향을 미쳤는지 모르지만, 예전처럼 수요에 단순히 의존하는 상황이 돌아왔음을 이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출신 미래학자이자 작가인 아즈지에지 바카스(Adjiedj Bakas)는 이와 같은 세계화의 정체를 한마디로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tion)’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무역의 지역화가 일어나고 있는데다가 국제 경기 침체까지 맞물려 있는 상황이다. IMF는 2019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3%로 전망, 2016년 이후 제일 심각한 침체일 것으로 내다봤다. 3월 글로벌 생산은 2월과 마찬가지로 정체 현상을 보였고 J.P. 모건 글로벌 제조 지수는 2016년 중반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WTO는 2020년 국제무역이 3%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단 ‘무역 긴장 완화’를 전제로 했을 경우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휴전에 돌입한다고 해도, 최근 고개를 드는 낙관주의마저도 전 세계에 확산된 보호주의 흐름이 쉽게 혹은 빨리 항로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무역액 감소가 다자간에서 양자간으로 옮겨가는 무역협정 및 국제 무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컨테이너 운송에 미칠 영향은 아직 나타나지도 않았을 뿐더러 충분히 논의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의식적이든 아니든, 해운업에서는 소폭에서 중폭 수준의 성장을 보이는 새로운 지형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머스크(Maersk)와 CMA CGM이 물류 통합 서비스 업체로 거듭나는가 하면 컨테이너선들 역시 한뜻으로 최첨단 기술 및 지상 물류 작업을 통해 존재감을 강화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 바로 이를 증명한다. 향후 화물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도는 가운데 선사들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더 큰 몫을 바라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무역 시대에서 전 세계 물동량 성장률은 둔화할 수 있지만, 지역 무역 성장률, 특히 아시아 지역 내 무역 성장률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불길한 징조를 느끼고, 지역 내 서비스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을 파악한 주요 글로벌 선사들은 지역 선사들을 인수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머스크는 함부르크 수드(Hamburg Sud)와 씨랜드(Sealand)를 인수했으며, CMA CGM은 컨테이너십(Containerships)을 인수한 바 있다.

DB 솅커(DB Schenker)와 같은 포워더는 공급망에 점차 손을 뻗는 선사들의 노력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DB 솅커 미국 지사 CEO 제프리 배리(Jeffery Barrie)는 "포워더는 유연성, 신뢰성 및 기술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제고하려는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사들과 마찬가지로 공급망의 다른 자산 공급업체도 부가가치를 더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선사들이 제공하는 것에 잠재적인 부가가치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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