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해외 항만 투자 적극 참여해야”

▲ 대표적인 일대일로 항만으로 꼽히는 그리스 피레우스항 전경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천명하고 이를 국가 시책으로 추진한지 올해로 5년째를 맞이했다. 그간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으로 인한 성과를 살펴보면 중국 국가정보센터가 발표한 「2018년 ‘일대일로’ 무역협력 빅데이터 보고」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중국과 ‘일대일로’ 연선국가 간 총 무역액은 1조4403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3.4% 증가했으며 중국 전체 무역액의 35.1%를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COSCO Shipping Ports(CSP), 초상국항만(China Merchants Port Holdings, CMPH) 등 중국 국영 해운항만기업들은 ‘일대일로’ 정책을 등에 업고 해외 주요 물류 거점을 경쟁적으로 확보해 나가는 등 선봉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양창호) 중국연구센터는 최근 발간한 ‘KMI 중국리포트’ <’일대일로‘를 통한 중국 해운·항만기업의 글로벌 경영 현황」을 통해 우리나라 역시 해외 물류거점 확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국영기업들에 비해 민간기업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항만물류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애로사항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항만공사나 혹은 코레일과 같은 물류관련 공기업이 있기 때문에 공기업과 민간기업 간 컨소시엄 형태로 글로벌 물류거점 확보의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위한 광범위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KMI는 정부의 물류기업 해외진출 관련 컨설팅 및 자금지원 확대, 업계 내 인수 합병 등 업계 경쟁력을 높이는데 있어 중재자 혹은 지원자 역할을 통해 해운·항만기업의 대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MI 중국연구센터가 최근 발간한 ‘KMI 중국리포트’를 통해 ‘일대일로’ 정책을 통한 중국 해운항만기업의 해외 물류거점 진출 현황과 우리나라의 향후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CSP, ‘일대일로’ 전략의 선봉장

2016년 2월, 중국 해운업계를 양분하고 있던 COSCO그룹과 China Shipping이 정식 통합되면서 탄생된 중국 COSCO Shipping Group(이하 COSCO쉬핑)은 글로벌 매머드선사의 탄생을 알렸고, COSCO쉬핑은 2018년 7월 홍콩계 정기선사 OOCL을 인수하면서 더욱 강력해졌다. 2019년 3월 기준, COSCO쉬핑은 전체 선박 1285척, 선복량 1억283만dwt로 세계 1위의 선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컨테이너선대만 봤을 때도 총 487척, 296만teu로 머스크라인, MSC에 이어 세계 3위를 자랑하고 있다.

비단 해운선대뿐만 아니라 COSCO쉬핑은 그룹 전체적으로 전 세계 56개 터미널에 투자하고 있다. 그룹 산하의 전문 터미널운영사 COSCO Shipping Ports(CSP)는 2018년 말 기준으로, 중국 본토를 포함한 세계 36개 항만에 총 48개 터미널(192개 컨테이너 선석)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8년 기준으로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1억1737만teu를 달성, 전 세계 GTO 중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해운·항만기업으로서 COSCO쉬핑은 일대일로 전략의 든든한 선봉장으로 꼽힌다. 현재 COSCO쉬핑은 OOCL을 포함하여 전 세계에 291개의 국제 정기선 항로를 운영 중이며, 그중 일대일로 연선국가에 연계되는 정기선 항로는 174개로 총 161만4000teu에 달하는 선복량을 투입하고 있다. 이중 매주 운영되는 정기항로는 143편에 달하며, 극동~동남아시아/남아시아 항로가 73편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COSCO쉬핑그룹은 해외 항만 터미널 개발에도 적극 참여하여 그룹사 전체로 보았을 때 현재까지 전 세계에 56개 터미널에 투자했고 그중 일대일로 연선국가에 위치한 터미널은 18개이다. 그중에서 터미널운영사인 CSP는 범중화권지역인 중국, 홍콩, 태국을 제외하고 UAE 아부다비, 스페인의 발렌시아와 빌바오, 페루 찬카이, 벨기에 제브뤼헤와 앤트워프, 네덜란드 로테르담, 터키 이스탄불, 이탈리아 바도, 싱가포르, 한국 부산 등에 위치한 14개 터미널을 운영하고나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 CSP가 보유한 터미널 외에도 COSCO쉬핑은 최근 매각하긴 했지만 기존 OOCL이 보유하고 있던 롱비치컨테이너터미널도 보유하고 있었다.

▲ CSP의 해외 항만 터미널 네트워크 (출처:KMI 중국리포트)

피레우스항, 中 해외 항만 투자 성공사례

그중에서 그리스 피레우스항은 대표적인 일대일로 항만으로 중국의 해외 항만 투자의 성공사례로 통한다. 2008년 당시 COSCO그룹 산하의 터미널운영사 COSCO Pacific은 그리스 최대 항만인 피레우스항 2~3번 부두에 대한 35년 경영권을 획득했고, 100% 출자한 Piraeus Container Terminal S.A를 설립, 2010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2010년 피레우스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68만5000teu에 불과했으나 2018년 491만teu까지 증가하며 세계 컨테이너 항만 물동량 순위에서 32위로 크게 상승했다. 현재 피레우스항은 지중해를 통한 유럽의 관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현지에서 직간접적으로 1만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2018년 COSCO쉬핑은 중국철도총공사와 협력해 자체 운영하는 ‘중국-유럽정기화물열차’서비스를 개시했으며, 중국 국내 출발의 대외무역 노선은 총 112개가 있다. 이 노선은 연해지역 뿐만 아니라, 청두 등 내륙지역에서도 출발하고 있으며, 주요 노선은 청두~유럽/아세안, 난찬~모스크바, 롄윈강~알마티 등이 있다.

그밖에 그리스 피레우스항을 허브로 삼아 유럽지역 항로 및 철도공사와 협력을 통해 ‘중국-유럽 육·해상 쾌속라인’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주 10여 편 유럽 내륙을 왕복하며 중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해운화물은 이로써 운송시간이 7~11일 정도 단축됐다. 2018년 ‘쾌속라인’의 화물운송량은 5만teu로 전년 대비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MPH, 中 항만 거점 확보의 양대 선봉

초상국그룹(China Merchants Group)은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의 거대 중앙국유기업으로 교통·물류, 금융, 도시·산업단지 개발을 3대 사업영역으로 하고 있다. 3대 사업영역이라고는 하나, 조선·해양플랜트 제조까지 망라하고 있으며 Brand Finance가 발표한 ‘2019년 세계은행 브랜드’에서 9위에 랭크된 초상은행(China Merchants Bank) 등 다른 사업 부문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어 흔히 초상국의 물류분야를 간과하기 쉽다.

하지만 초상국그룹은 1873년 중국 최초로 상선항로를 운영한 해운기업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2018년 말 기준으로 선박 총 394척, 4626만dwt의 세계 2위의 선대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2015년 12월 중국을 대표하는 종합 물류기업인 시노트랜스&CSC그룹을 인수합병하며 물류분야의 역량을 배가시켰다.

해운분야에서는 그룹 산하의 초상국에너지운송(China Merchants Energy Shipping)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벌크운송이 주력이나, 중국과 인트라아시아 연·근해운송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23위 규모의 컨테이너 선대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그룹산하의 터미널운영사 초상국항만(China Merchants Port Holdings, CMPH)은 세계 최대 GTO 중 하나이다.

CMPH는 현재 18개 국가 36개 항만에 컨테이너 터미널(220개 선석)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본토와 홍콩, 타이완을 묶는 대 중화권 지역을 제외하고 해외 15개국에 21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CMPH가 49%의 지분을 보유한 프랑스계 터미널 운영사 터미널링크(Terminal Link)의 13개 터미널을 포함한다.

2018년 CMPH가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총 1억973만teu로 CSP에 이어 GTO 중 2위를 차지했다. 그밖에 CMPH는 중국과 해외에 다수의 벌크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8년 벌크화물 물동량은 5억304만톤을 달성했다.

터미널링크 소속 터미널들과 2014년 인수한 세계 최대의 석탄운송 항만인 뉴캐슬항을 포함하면 초상국항만의 터미널 네트워크는 전 세계 6대주에 걸쳐 골고루 분포해있으며, 특히 일대일로 전략이 제창된 후 일대일로 연선국에 터미널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 CMPH의 해외 항만 터미널 네트워크 (출처:KMI 중국리포트)

CMPH, ‘셔커우 모델’ 해외 항만 전파

심천시 난산구에 위치한 셔커우(蛇口)공업구는 중국의 개혁개방 전만 하더라도 한산한 어촌에 불과했다. 하지만 중국의 개혁개방과 함께 심천이 가장 먼저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홍콩과 인접한 셔커우지역도 개발이 빠르게 진행됐다. 그 가운데 셔커우공업구 전체 개발을 담당했던 기업이 당시 홍콩의 초상국그룹이었다. 어항은 2018년 기준으로 전체 심천항 컨테이너 물동량(2574만teu)의 약 21%를 담당하는 현대화된 컨테이너항만으로 탈바꿈했고, 그 배후지에는 산업시설과 상업·주거시설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이렇게 항만을 필두로 하여 배후지에 산업단지, 그리고 상업주거지와 연계되는 ‘항만-산업단지-도심’으로 이어지는 공업구 개발방식은 이후 ‘셔커우 모델’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제 초상국그룹은 지난 40년동안 셔커우를 개발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해외 항만투자와 연계하여 항만을 중심으로 한 산업단지와 도심개발에까지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부티항이다. 아프리카 아덴만 서안에 위치한 지부티는 인구 약 100만명의 소국이지만 홍해 입구에 위치한 물류 요충지이다. 2013년 2월 CMPH는 지부티항만 및 자유무역관리국(Djibouti Ports and Free Zones Authority, DPFZA)과 계약을 체결하고, 지부티항만유한공사(PDSA, PORT DE DJIBOUTI S.A)의 지분 23.5%를 인수했다. 먼저 항만을 확보한 초상국그룹은 2016년 11월에 지부티 정부와 지부티국제자유무역구 투자 협의를 체결했다. 자유무역구의 총 계획면적은 48.2㎢이며, 1단계 프로젝트 면적은 6㎢로 총 4억달러가 투자되었고 DPFZA, 초상국그룹 외에도 중국 대련항그룹이 투자에 참여했다. 자유무역구 거설은 중국건축그룹항무건설(China State Construction Harbour Construction) 등 중국기업이 참여했으며, 자유무역구 운영도 초상국그룹이 주도하기로 했다.

수출가공구, 물류단지, 상업 부대시설 등이 들어서는 이 자유무역구는 지난 2018년 7월 5일 1단계 프로젝트가 완공되어 개장했으며, 이미 20여개의 아프리카 및 중국 기업들이 입주 계약을 마친 상태이다. 전체 자유무역구가 개발되면 총생산액은 4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지부티 국가 GDP의 2배 이상인 규모이다. 초상국그룹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구항의 기능을 신항으로 옮기고, 기존 구항에 상업, 사무시설 및 레져시설 등을 개발해 ‘항만-산업단지-도심’구도를 완성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외 항만투자사업 적극 참여해야”

이처럼 CSP나 CMPH 등 중국의 대표적 항만기업 외에도 실제로는 더욱 다양한 기업들이 일대일로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해외 항만과 물류거점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KMI는 이 같은 중국의 활발한 해외 항만 진출과 관련, 우리나라 역시 해외항만투자사업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MI 중국연구센터는 “앞서 언급한 중국의 기업들은 모두 국영기업으로서 수익 창출, 리스크의 책임 부부에서 민간기업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물류기업, 터미널운영사들에 비해 보다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항만공사 혹은 코레일과 같은 물류관련 공기업, 공기업과 민간기업간 컨소시엄 형태로 글로벌 물류거점 확보의 관점에서 글로벌화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위한 광범위한 지원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며, 뿐만 아니라 우리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등을 통해 다자간 투자개발사업의 형태로 해외항만투자 사업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KMI는 밝혔다.

즉, 지난해 설립된 해양진흥공사의 정책지원자금, 특별기금 및 공채발행 등의 재원을 통해 컨소시엄 형태의 해외항만투자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의 획기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

또한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 역시 강조했다. KMI는 “정부는 우리나라 물류기업의 해외진출 관련 컨설팅 및 자금지원 확대 등을 고려해야 하며 정부가 중재자 혹은 지원자가 되어 업계 내 인수합병 등을 촉진시켜 해운·항만 기업의 대형화를 추진하는 등 업계 경쟁력을 높일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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