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 서동희 변호사

4000톤급 제주시 선적의 기선 썬라이즈호(이 사건 선박)에 예선용역을 제공한 예선업자들이 약 1억 6600만원 정도의 미지급 예선료를 지급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원에 선박임의경매 개시 신청했다.

예선업자들은 미지급 예선료가 상법 제777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예선료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방법원은 이 신청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이 사건 선박에 대해 경매개시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선주인 지에스쉽핑㈜은 이 사건 선박은 자신이 조양마린에게 정기용선계약에 의해 용선해 준 것이고 정기용선자에 대한 예선료 채권은 상법 제777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예선료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이의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동 법원은 정기용선자에게 상법 제850조 제2항(선체용선자에 관한 규정임)이 유추적용된다는 이유로, 정기용선자에 대한 예선료 채권이 선박우선특권을 가지게 된다며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선주가 항고했는데 항고심을 담당한 인천지방법원은 2017년 10월 17일자 2015라838 결정으로 정기용선자에 대한 예선료 채권은 상법 제777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예선료에 해당되지 않고, 정기용선자에게 상법 제850조 제2항(선체용선자에 관한 규정임)을 유추적용해 이 경우 예선료 채권에게 선박우선특권을 부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동 결정에 의해 제1심 결정은 취소되고, 경매개시결정 역시 취소되는 결정이 내려졌으나 예선업자들이 재항고했고 이에 대해 대법원이 예선업자들의 주장이 타당하다면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해당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하는 판결을 최근에 내렸다(대법원 2019년 7월 24일자 2017마1442 결정).

대법원의 판단 근거는 아래와 같다. 장황한 내용이지만 그대로 게재하겠다. "선체용선의 선박우선특권 관계를 규정한 상법 제850조 제2항이 정기용선의 경우에도 유추적용되는지에 관해, 가. 1) 선박우선특권에 대해서는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민법의 저당권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므로(상법 제777조 제2항), 선박우선특권을 가진 채권자는 그 채권을 발생시킨 선박에 대한 경매를 청구해 채권의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 선체용선에서 제3자에 대한 법률관계에 관해 상법 제850조 제1항은 "선체용선자가 상행위나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선박을 항해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에 관한 사항에는 제3자에 대해 선박소유자와 동일한 권리의무가 있다"라고 규정하고, 제850조 제2항은 "제1항의 경우에 선박의 이용에 관해 생긴 우선특권은 선박소유자에 대해도 그 효력이 있다. 다만 우선특권자가 그 이용의 계약에 반함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선체용선자의 경우에도 선박의 이용에 관해 생긴 우선특권을 가지는 채권자는 선박소유자에 대한 효력을 주장해 해당 선박에 대해 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

2) 정기용선의 경우 제3자에 대한 법률관계에 관해 상법은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선체용선에 관한 상법 제850조 제2항의 규정이 정기용선에 유추적용되어 정기용선된 선박의 이용에 관해 생긴 우선특권을 가지는 채권자는 선박소유자의 선박에 대해 경매청구를 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정기용선계약은 선체용선계약과 유사하게 용선자가 선박의 자유사용권을 취득하고 그에 선원의 노무공급계약적인 요소가 수반되는 특수한 계약관계로서 정기용선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화물의 선적, 보관 및 양하 등에 관련된 상사적인 사항의 대외적인 책임관계에 선체용선에 관한 상법 제850조 제1항이 유추적용되어 선박소유자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1992. 2. 25. 선고 91다14215 판결, 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1다65977 판결 참조).

나) 선체용선에서 선박의 이용에 관한 사항에 대해는 선체용선자만이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고 선박소유자와 제3자 사이에는 원칙적으로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나, 상법은 선박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850조 제2항을 두어 선박우선특권은 선박소유자에 대해도 효력이 발생하고 그러한 채권은 선박을 담보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같은 선박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은 선체용선과 정기용선이 다르지 않다. 특히 상법 제777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예선료 채권을 보면, 채무자가 선박소유자 또는 선체용선자인지, 정기용선자인지를 구별하지 않고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예선업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선의 사용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 제1항),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위반해 예선의 사용 요청을 거절한 때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동법 제55조 제4호). 이처럼 예선업자는 대상 선박을 이용하는 자가 누구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예선계약의 체결이 사실상 강제될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예선계약 체결 당시 예선료 채무를 부담하는 자가 선박소유자인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도 곤란하다.

다) 상법 제777조 제1항에서는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는 채권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므로, 정기용선자에 대한 그와 같은 채권에 관해 선박우선특권을 인정하더라도 선박소유자나 선박저당권자에게 예상치 못한 손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이상에서 보는 것처럼 대법원이 정기용선자에 대한 예선료 채권이 상법 제777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예선료"에 해당된다고 본 주된 근거는 무엇보다도 "정기용선계약은 선체용선계약과 유사하게 용선자가 선박의 자유사용권을 취득하고 그에 선원의 노무공급계약적인 요소가 수반되는 특수한 계약관계로서 정기용선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화물의 선적, 보관 및 양하 등에 관련된 상사적인 사항의 대외적인 책임관계에 선체용선에 관한 상법 제850조 제1항이 유추적용되어 선박소유자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법리에 의거하고 있다.

이 법리는 대법원이 소위 폴사 도스호 사건에서 처음 정립했고, 그 이후 변경 없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필자는 업계에 계시는 분들에게 이번에 내려진 대법원 판결은 일단 그대로 이해하고 실무에서 잘 활용하라고 말하고 싶다. 대법원 판결의 논리나 결론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해 여러 가지의 다른 생각이 있기는 하나, 그러한 것들은 academic한 것들이므로, 다음 기회에 적절한 자리에서 피력했으면 한다.

이번에 내려진 대법원 결정은 러시아 선적의 선박에 대한 경매에서 정기용선자에게 제공된 예선료를 포함한 항비는 선박우선특권 및 저당권에 관한 1993년 국제협약에 가입한 러시아 법상 선박우선특권이 부여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 2014.10.2.자 2013마1518결정과 대비된다. 2014년 결정은 영향력이 매우 커서 이번 썬라이즈호 기선 경매사건에 관해 인천지방법원이 내린 항고심 판결도 그대로 받아 들일 정도였다. 그러나 2014년 결정은 러시아 법에 관한 해석이었고, 이번에 내린 결정은 우리나라 상법에 대한 해석 문제이므로 완전히 동일한 차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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