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해양교육 교사 연구모임 조직 앞장
해양교육 통해 해운물류 인재 양성 이끈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해양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접하곤 한다. 그러나 이를 다시 질문으로 바꿔 우리나라에서 해양이 왜 중요한 지를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정규 교육이 단순히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위한 천편일률적인 도구로 전락해버린 작금의 현실에서 해양의 중요성과 그 가치에 대한 인식확대, 우수한 인재들의 해양산업으로의 진출을 유도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2019 올해의 인물 해봉 배순태 특별상에 선정된 한국해양교육연구회 신춘희 회장이다.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은 한국해양교육연구회는 초·중·고 해양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뜻있는 교사들의 자발적 연구조직이다. 전국적으로 약 600여명에 가까운 교사들이 회원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총 12개 지역에 지회를 두고 해양교육 연구 활성화를 위한 각종 세미나 및 워크숍뿐만 아니라 해양관련 교재 및 프로그램 개발, 해양교육 및 관련 용역사업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한국해양교육연구회가 오늘날처럼 자리를 잡고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춘희 회장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춘희 회장은 10년 전 한국해양교육연구회의 출범부터 시작해 2015년 사단법인화 추진 및 인가, 이어 현재 제3대 회장에 이르기까지 초·중·고 해양교육의 산파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억지로 떠맡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초·중·고 해양교육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헌신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신춘희 회장을 만나 그가 몸담고 있는 한국해양교육연구회에 대해,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해양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해양 인재 양성 필요성, 연구회 설립 배경

“해양이 중요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는 있지만 막상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해양과 관련된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해양교육연구회는 이 같은 문제인식에 뜻을 같이 한 전·현직 교사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실제로 상당수 교사들의 경우 일선 교육에서 해양교육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신춘희 회장은 한국해양교육연구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대답했다. 일반인들은 차치하고라도 어찌 보면 업계 종사자들이나, 하다못해 이와 관련된 정부 기관들조차 자칫 간과하고 넘기기 쉬운 부분에 대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선 교사들이 먼저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다는 점이 상당이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기자의 이 같은 표정에 신춘희 회장은 한국해양교육연구회를 설립하게 된 배경에 대해 얘기해주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8년 당시 서울시교육청의 과학교육 담당 장학관을 맡고 있던 신춘희 회장에게 당시 해양문화재단 측으로부터 해양과 관련된 책을 만드는데 교사 집필진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그러는 와중에 앞으로 해양관련 분야에 인재가 많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해양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 문제라는 실상을 알게 됐다는 것. 이를 계기로 해양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초·중등학교에서부터 해양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마침 당시 16개 시도에서 과학교육을 담당하는 장학관들의 모임에서 회장직을 맡고 있었던 신춘희 회장은 해양교육의 필요성과 연구회 조직을 제안 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한국해양교육연구회의 시작이었다.

자발적 연구조직답게 한국해양교육연구회가 순수하게 전·현직 교원들로 이루어진 회원들의 회비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도 매우 놀라웠다. 신춘희 회장을 비롯해 연구회 회원들은 단지 해양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여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들의 시간과 정성과 노력을 쪼개어 연구회운영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영리를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아닌 만큼 수익사업은 하지 않고 있으며, 때문에 여느 법인이라면 흔히 있을법한 전담 인력 한명 없이 신춘희 회장이 몇 명 안 되는 임원과 함께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신춘희 회장은 그나마 2016년 정년퇴임 이후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겸양의 자세를 견지했다.

사단법인화, 전문 해양교육연구회로 발돋움

해양입국을 위한 인재 양성의 사회적 요구와 해양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교육관계자의 인식 확대, 초·중등 교육관련 교원·전문직·기타 해양관련 기관 관계자와의 네트워크를 통한 전문성 신장이라는 당초 설립 취지에 걸맞게 한국해양교육연구회는 그간 해양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폭넓게 전개해왔다.

일선에 근무하는 해양 교육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해양산업시설 현장 견학을 비롯해 국내외 해양교육사례 발표 등을 중심으로 한 각종 세미나 및 워크숍 개최는 물론, 「직업으로 꿈꾸는 바다」, 「초등 교과 관련 해양교육 동영상 개발 지원」, 해운·항만·조선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 끼친 긍정적 효과를 만화로 구성하여 학생들에게 해양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게끔 한 「신비한 어드벤처」 등 각종 해양 관련 교재 및 콘텐츠 개발에도 참여했다. 또한 해수부, 해양환경관리공단 등 정부 기관에서 발주한 각종 해양환경 및 교육 관련 용역사업까지도 수주해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또한 한국해양교육연구회는 초·중·고등학교 해양교육 뿐만 아니라 사회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매년 해수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해양교육 대중강좌 ‘수요일엔 바다 톡톡’도 신춘희 회장이 처음 아이디어를 내 시작됐다고 한다. 여기에는 한국해양교육연구원 교사 회원들이 직접 참여하여 도입강연 등을 맡아 이끌고 있다.

이와 함께 2016년부터 3년간 해양관경공단의 공모사업으로 「해양쓰레기 정화활동을 통한 실천 중심의 해양환경교육 구현」이라는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 학생들에게 해양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오염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유도함으로써 인류의 공존을 위해 해양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보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크게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해양교육연구회가 외연의 활동반경을 보다 넓힐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는 바로 2015년 사단법인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연구회의 사단법인 인가는 신춘희 회장의 가장 큰 업적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해양교육 관련 각종 위탁사업이나 연구용역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연구회 이름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단법인 설립이 필수였고 신춘희 회장을 중심으로 연구회 회원들이 1년간 동분서주로 고생한 끝에 해수부로부터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사단법인 인가 이후 한국해양교육연구회가 수행했던 여러 연구용역 중에 가장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연구 결과로 평가받는 것이 바로 2016년 수행했던 [초·중등학교에서의 해양교육 로드맵 수립 연구] 이다. 초·중등학교에서 해양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현재 교육과정 전반의 재검토 및 정규 교육과정에서 내재되어 있는 해양교육의 문제점, 학부모, 학생, 교사들의 해양에 대한 의식 수준 정도에 대한 설문조사, 해외 주요국 해양교육 관련 사례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초·중등학교에서의 해양교육의 전반에 걸친 로드맵을 제시한 방대한 연구 결과물이다.

로드맵에서는 초·중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해양교육의 정의, 성격과 비전, 학교 급별 교육목표, 해양교육을 통해 길러내야 할 인간상 등 교육과정기준의 총론을 개발하고, 각론으로 해양교육 범주를 해양과학, 해양영토, 해양산업, 해양문화, 해양진로의 5가지 대영역으로 설정하고 각 영역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으로 해양과학, 환경, 역사, 영토, 국제법, 자원, 산업, 문화, 레저스포츠, 안전, 진로 등의 소영역에서 다루어야 할 구체적인 학습요소를 제시하여 초·중등학교에서의 해양교육의 기초를 세웠다. 또한 한국인이라면 갖추어야 할 해양적 소양이 무엇인지를 정하고 이를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해양 내용으로 5개의 원리와 25개의 개념을 수립하여 제시했다. 이는 해수부가 2017년 4월 발표했던 ‘해양교육 5개년 종합 로드맵(’17~’21)의 근간이 됐다.

신춘희 회장은 초·중등학교에서의 해양교육이 로드맵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일본이나 중국, 대만과 같이 해양교육의 법제화가 필히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에 연구회는 2016년 국회 의원회관에서 「21세기 선진해양강국으로 가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라는 주제로 국회 토론회 개최를 주관했고 이후 해양수산부, KMI등 해양관련 기관에서 해양교육의 법제화에 대한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짐으로써 올해 드디어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춘희 회장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AMEA 컨퍼런스 성공 개최 총력

신춘희 회장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한국해양교육연구회의 더 큰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현재는 연구회가 초·중등학교 교원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대학 교수 및 NGO, 해양 관련 해설사, 교육강사, 아쿠아리움 지도사 등 구성원의 영역을 넓히고 학교 교육 뿐만 아니라 사회교육을 위한 해양교육 담당자들의 전문성 신장 및 프로그램 개발 등 지속적인 연구 활동과 해외 해양교육 관련 단체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교류를 통해 해양교육의 위상을 높이고 질적 향상의 꾀하는데 연구회가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청사진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신춘희 회장은 미국의 NEMA(National Marine Educators Association : 전국해양교육자협회)나 아시아의 AMEA(Asia Marine Educators Association : 아시아해양교육자협회), IPMEN(International Pacific Marine Educators Network : 국제태평양해양교육자네트워크) EMSEA(European Marine Science Educators Association : 유럽해양과학교육자협회)등 틈나는 대로 자비를 들여 해외에서 개최되는 해양교육 관련 행사에 참여해오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해양교육과 관련된 이 같은 연구회가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고, 해외의 해양교육 선진 사례를 국내에 소개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특히 AMEA의 경우 격년마다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는데 지난 8월 중국 청도에서 개최됐던 컨퍼런스에서 이러한 신춘희 회장의 노력이 인정돼 2021년 AMEA 국제 컨퍼런스의 차기 개최지로 한국이 결정되기도 했다.

신춘희 회장은 “현재 건설 중인 울진 국립해양과학교육관이 내년 5월 개관 예정인데 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 해양교육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컨퍼런스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해양교육 관계자들에게 국립해양과학교육관을 함께 소개한다면 이를 통해 국내 해양교육에 대한 관심 고조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우리 한국 해양교육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신춘희 회장은 “세계 각 나라에서 실시하는 해양교육의 보편적 지향점은 인류와 해양의 상호작용을 이해함으로써 지구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해양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보존을 위한 인류 모두의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리도 정규 교육과정 내에 해양과 관련된 주제들이 많이 들어가게 됨으로써 해양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관심과 흥미를 유도하여 해양 분야 인재 육성은 물론, 인류와 해양의 끝없는 공존에 기여할 수 있는 국민의 해양적 소양을 함양시키는 것이 해양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신춘희 회장은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범정부적인 관심과 정책적 의지가 필수라고 신춘희 회장은 덧붙였다. 해양교육이 활성화되고 공교육에서 체계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해수부뿐만 아니라 교육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가 함께 연계해 정책을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해양교육의 중요성을 국가적 의제로 채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뿐만 아니라 업계 차원에서도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했다. 신춘희 회장은 “작금의 해운업계가 어렵기는 하지만 해양교육에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해운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니만큼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한국해양교육연구회가 그 중간다리 역할을 훌륭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해양교육연구회 신춘희 회장 약력>

△1953년 출생 △1976년 고려대학교 생물학과 졸업 △1988년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생물교육 전공 △중등교사 및 무학여자고등학교 교감 △서울시 중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 과학, 영재, 환경교육 담당 장학사 △서울특별시교육청 과학영재교육과 교육연구관 △대청중학교 및 강현중학교 교장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 △해양르네상스 위원 △한국해양교육연구회 제3대 회장 △AMEA(Asia Marie Education Association) 이사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