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발행인 인사말>

겸손한 자세로 업계와 함께 호흡하겠습니다

▲ 이철원 발행인

어느새 3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서울 신설동의 작은 오피스텔에서 창간 준비 작업을 하고, 중구 서소문동의 작은 빌딩에서 ‘해사프레스’라는 이름으로 첫 정통 해사매체를 발행하기 시작한 것이 벌써 30년 전의 얘기가 됐습니다. 30년의 세월을 되돌아보니 영광과 환희 보다는 후회와 반성의 마음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어려웠던 창간 초창기의 그 시절에 많은 힘을 보태주셨던 고마운 분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프라자호텔에서 창간 기념 리셉션을 했을 때, 케이크를 함께 잘라주셨던 박현규 이사장님, 당시의 박효원 부사장님, 박세용 사장님께서는 이후에도 계속하여 응원을 해주시고, 지도편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이 분들뿐만이 아니고, 당시 해운업계의 원로분들은 대부분 ‘해사프레스’와 ‘한국해운신문’의 열렬한 후원자들이셨습니다. 특히 이맹기 회장님, 조상욱 회장님, 김윤석 회장님, 배순태 회장님께서는 항상 지대한 관심을 가지시고 격려와 후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이 분들 외에도 저희들에게 도움을 주신 분들을 다 열거하려고 하면 아마도 지면이 모자랄 것입니다.

이 분들 중에서도 특별히 이맹기 회장님께서는 아주 많은 걱정을 해주셨고, 우리 신문의 발전을 진정으로 기뻐해 주셨기 때문에 그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창간 10주년 특집호를 보시고 직접 전화를 걸어오셔서는 “6개월도 못 버티고 그만 둘 줄 알았는데, 10년을 했다니 축하 하네.” 하고 격려해 주시던 그 음성이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합니다. 1990년대의 해사언론을 둘러싼 환경은 그야말로 황무지나 다름없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창간 30주년을 맞은 오늘 이 순간, 우리는 자랑스럽고 가슴 벅차기보다는, 숙연한 마음으로 과거를 돌아보고 초창기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그래서 한국해운신문이 기업의 슬로건처럼 내세우고 있는 “꼭 필요한 정보를 보다 더 빨리”, “해운사랑 정신을 이어갑니다”라는 정신을 지켜가고 싶은 것입니다.

지난 30년, 우리는 꼭 반성해 봐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가장 크게 반성하고 뉘우치는 것은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전개된 글로벌 경제 위기를 예측하지 못하고 우리 해운업계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돌이켜 보면, 2007년말 시점에 이미 해운업계에서는 이상 징후가 감지되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간과하고 말았습니다. 그 이전에 ‘조양상선’ 파산이 있었고, 용선체인의 맨 끝에 있던 ‘대신해운’이 망하는 사건도 있었는데 후속 취재를 하지 않았던 것이 잘못입니다.

다음으로는 ‘해운사랑’을 외치고 ‘국적선사 사랑’을 앞세우다 보니 해운전체 클러스터의 균형적인 발전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컨테이너 정기선에 대한 비중을 늘리지 못했고, 해운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조선업종에 대한 보도의 비중도 낮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해운분야에서 균형감각을 갖는 것은 물론, 연관된 산업이나 업종에 대해서도 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물론 한국해운신문이 ‘해운사랑’의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해운업계 최고의 신문답게 해운업계 전체의 결속에 나름대로 이바지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특히 해운업계의 축제가 되어버린 ‘바다의 날 마라톤’ 대회를 주최하고, 연말에 ‘올해의 인물’ 시상식을 개최함으로써 바다사랑 정신을 일반에게까지 확대하고, 해운업계의 결속에 이바지 하고 있는 점은 스스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년 2~3회의 특집 좌담회를 개최하고 전문지로서는 독보적으로 사설을 계속하여 게재해 온 것과 매주 해운신문의 명칼럼리스트들이 자신들의 칼럼을 게재하여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우리 신문의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30년간의 해운업계를 한국해운신문의 입장에서 되돌아보면 질곡의 한 세대였습니다. 1990년 우리 신문이 창간된 이후 10년간은 해운불황을 완전히 탈출하지 못한 저성장 시기였습니다. 부진했던 시황은 2004년 하반기 이후 대호황기로 전환이 되었지만, 우리들은 호황이라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지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어서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후 시황은 급전직하 최악의 해운불황이 시작되었고, 그런 상황이 이어져 현재까지 11년 이상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창간 30주년을 맞은 지금도 우리 한국해운은 여전히 바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기 불황에, 미중간 무역분쟁, 한일간의 경제 외교 갈등 등의 외부요인에, 한진해운 파산 후유증, 세월호 사건 후유증 등으로 어려움에 내몰린 우리 해운업계는 다시 코로나19 사태를 만나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이런 위기상황에서도 한국해운신문은 굳건히 해운물류분야와 관련업계 관계자 여러분들 옆을 지킬 것입니다. 철저한 반성을 통해 한국해운이 다시 넘어지고 다치는 일이 없도록 살피는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해낼 것입니다. 힘들고 지친 해운업계에 힘을 불러일으키고 용기를 북돋우는 청량제 역할도 해내겠습니다.

한국해운신문은 앞으로 더욱 낮은 곳으로 내려가 산업계의 현장을 생생히 보도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절대로 전문언론으로서 권위나 권리를 내세우지 않고 항상 겸손한 자세로 업계와 호흡하는 그런 매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창간 30주년을 맞이하여 해운업계  및 해운관련업계 종사자 여러분과 한국해운신문 애독자 및 광고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저희는 계속하여 봉사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3월 9일

발행인 이 철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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