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무 부회장 "원리금 상환 일괄 유예해야"
"P-CBO 완화, 금융기관 중대과실까지 면책"

▲ 김영무 부회장

“한진해운이 왜 파산했나? 선제적 지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2008년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위기다. 한진해운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정부의 선제적인 지원조치가 절실하다.”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선제적 지원없이 자구노력만 강요당한 끝에 파산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한진해운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코로나19사태로 위기에 빠진 해운업계를 구하려면 정부의 선제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무 상근부회장은 “정부가 2월과 3월 두차례에 걸쳐 해운산업 지원 대책을 발표했지만 지원범위가 매우 제한적이고 해운산업 전반의 위기극복을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코로나19사태로 올해 국적외항선사의 매출은 최소 10% 이상 감소하고 2조원 이상의 영업 손실이 예상된다. 최소 2조원 이상의 유동성 지원 대책이 선제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가 발표한 해운산업 지원 대책은 해양진흥공사를 통한 9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 부산항만공사의 운항인센티브 50억원, P-CBO 등이다. P-CBO는 아직 해운업계에 얼마나 할당될지 결정되지 않았으나 선주협회는 일단 수요조사를 통해 46개 선사, 8047억원 규모의 P-CBO 지원을 금융위원회 측에 요청한 상태다.

김영무 부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해상물동량이 급감하고 운임까지 하락하면서 국적선사들의 위기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선사들은 2조원 이상의 유동성이 새로 공급되기를 원하고 있다. 이것이 정말 어렵다면 올해 국적선사들의 상환해야하는 선박금융 원리금 상환을 일시 유예하는 조치라도 시급하게 추진해 달라”고 촉구했다.

선주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적외항선사들이 상환해야하는 선박금융 원금 1조 8185억원, 이자 8379억원 등 총 2조 6564억원이다. 김 부회장은 “정부가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코로나 사태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대해 업종을 불문하고 대출 원리금을 6개월간 유예해주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외항선사들은 대부분 선박 때문에 중견기업으로 분류돼 있어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선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해운산업 전체에 대해 선박금융 원리금 상환 유예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무 부회장은 또한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지원하게 되는 P-CBO 발행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해운업과 항공업, 운수업 등에 대해 신보의 P-CBO를 통해 1조 680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신보의 P-CBO는 신용등급, 부채비율, 이자보상비율 등 발행조건이 까다로워 외항선사들이 편입되는데 제한이 있기 때문에 해운업의 특수성을 고려, 발행 조건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영무 부회장은 “해운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자본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타산업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P-CBO 뿐만 아니라 해운업에 대한 신용평가시에도 이와 같은 특수성을 반영해줄 것을 수차례 요구해왔다. P-CBO 발행 조건중 부채비율을 산정할 때 최소한 장기운송계약에 투입중인 선박에 대한 선박금융은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부회장은 이어서 “정부가 코로나 사태에 따른 피해기업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위해 대출과정에서 고의나 중대과실이 없으면 면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중대과실까지 면책하지 않으면 사후에 담당자들이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보다 신속한 지원을 위해서는 중과실까지 면책해야한다. 해운업계에 대한 원리금 상환 유예의 경우도 심사 자체를 하지 말고 일괄 유예해야한다. 선박금융은 신용대출이 아니라 담보물건이 확실하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원리금 상환을 일괄 유예를 결정해줘야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부회장은 국적선사들의 이자율을 감면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선주협회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외항선사들의 이자율은 머스크라인이 6.7%, CMA CGM 5.4%, COSCO 4.4%, 에버그린 2.3%, NYK 3.1%, MOL 1.5%, K라인 1.9% 등이지만 HMM은 8%에 달한다.

김부회장은 “국적원양선사는 유럽선사 보다 2~3%, 아시아계 원양선사들보다 3~4% 이상 높은 이자율을 갖고 있다. 출발부터 불리하기 때문에 국적선사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에 차제에 국적원양선사의 이자율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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