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물류 자회사 만든다는 데…>

이제는 해운업에 대한 자존심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까지 이르고 말았다. 해운물류업은 아무나 해도 성공할 수 있는, 그런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 업종으로 생각하는 무식의 소치에 정말 화까지 치밀어 오른다는 것이 요즈음 우리 해운인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국민기업이라는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해운인들은 “또 포스코냐”며 포스코의 끈질긴 해운물류업 진출 의지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포스코의 해운물류업 진출 의지와 그에 따른 행동은 참으로 그 역사가 길기도 하다. 자신들이 대주주로 참여하여 1990년에 설립했던 ‘거양해운’에서부터만 따져보아도 30년이 넘는 세월이다. 거양해운을 설립할 때부터 ‘인더스트리얼 캐리어’ 논쟁에 불을 붙이더니, 결국은 창립 5년만에 대주주 역할에서 발을 뺐고, 그로 인해 거양해운은 서서히 망하고 말았다. 스스로 대량화주가 자기의 화물을 자기가 수송하는 것이 실익이 별로 없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 되었다.

하지만 포스코는 ‘거양해운’이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이후에는 직접 해운회사를 설립하거나 기존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그야말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출을 제한하는 해운법 제24조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법 개정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고 계열사인 포스코대우(舊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해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시도함으로써 해운업 진출을 노리기도 했었다.

물론 이럴 때마다 해운업계는 일치단결하여 “대량화물화주의 해운업 진출의 부당성”을 주장함으로써 포스코, 한국전력 등과 같은 대형화주들의 해운업 진출을 끝끝내 막아냈다. 2009년 8월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던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출에 대한 타당성 분석’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해운업계 전문가들이 대기업의 해운업 진출을 옹호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격렬한 논쟁을 벌였던 것이 그 하이라이트였다고 할 수 있다.

그 이후에도 틈틈이 해운업 진출을 모색하던 포스코는 해운업 진출이 해운업계 반대로 장벽에 막힐 뿐만 아니라 해운불황으로 인해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음인지, 최근 들어서는 물류 자회사 설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민간 대기업들이 편법적으로 자행하여 많은 비난을 받는 ‘물류 자회사 만들기’를 국민기업인 포스코도 따라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운물류업계를 대표하는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회장 강무현)는 지난 4월 28일 청와대에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를 설립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50만 해양가족 청원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를 만들려는 이유는 뻔하다. 물류비용을 어떻게든 아껴서 세계적인 제철회사로서 경쟁력을 키워보겠다는 뜻일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경영진의 평가와 맞물려 있는 것이므로, 평가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는 시도해 봄직하다는 유혹이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물류 자회사를 만들면 물류비가 절감될 것이라는 생각은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실 ‘거양해운’의 실험으로 이미 물류비 절감이 별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도 있는 문제다.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이 온당하지 않다는 것은 국민기업인 포스코가 스스로 강조해 온 ‘협력사들과 함께 성장함으로써 공생의 가치를 지킨다“는 대원칙에도 크게 위반된다는 점에서도 알 수가 있다. 또 철강원료와 철강제품을 수송하는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를 만들게 되면 독점 금지를 규정한 공정거래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대량화주들의 경우 물류분야는 아웃소싱 하여 전문적인 노하우가 있는 제3자 물류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도 우리가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현재 해운물류업계는 장기화된 해운불황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그야말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만약에 포스코가 자회사를 통해 해운물류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면 독점적인 지위 때문에 여타 물류기업들은 경쟁자가 될 수 없어서 피폐해질 것임은 분명하다. 설사 물류 자회사가 포스코와 물류기업 사이에서 중개업체 역할을 한다고 해도 물류기업들은 성장하기가 어려워 질 것이다.

아마도 포스코가 최근 물류 자회사 설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자기화물을 자기가 싣는 ‘2자물류의 양’이 전체 화물의 30%미만이라야 한다는 조건만 맞추면 물류 자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사실, 현대글로비스나 판토스 같은 대형화주들은 자기화물을 30%미만으로 한다는 규정을 지킴으로써 현 법체계에서는 무리 없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규정한 국토교통부의 ‘물류정책기본법 제37조 조항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전체 수송화물 중에 2자물류 화물을 30%미만으로 제한 할 것이 아니라 “자가화물의 경우 정확히 30%이하로만 수송하도록 제한 한다”라고 법에 명시하여 자기화물 수송 자체를 완전히 제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대기업들이 자기화물 규정을 30%로 맞추기 위해 제3자물류 화물을 늘리는 편법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국토교통부 당국자들은 법개정을 서둘러 주기를 바란다.

포스코는 그야말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국민기업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해운산업을 발전시켜온 그 공헌도는 최고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국적선사들은 국민기업 포스코에 대해 고마운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한국의 해운업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포스코, 한국전력과 같은 대량화주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적선사가 이들을 위해서 최선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그러기 때문에 포스코가 국적선사들을 이용하고,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을 활용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다. 이렇게 서로 협력할 때 선화주 상생이 이뤄지고, 우리는 선진국 국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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