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로스쿨)

▲ 김인현 교수

<들어가며>

COVID-19 이후 해운산업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걱정이다. 선제적으로 대책을 세우자고 몇분 전문가들과 의기투합 연구 중이다. 포스코의 해운물류업 진출에 대한 과제는 해상법 학자인 필자의 전문분야라서 더 큰 관심사항이다. 단순히 포스코라는 단일 기업의 해운물류업 진출 때문만이 아니다. 해운계와 화주기업의 2자물류회사의 갈등은 지난 20년 동안 조금씩 진행되어오면서 축적된 것이다. 갈등이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1) 물류정책기본법에 따른 국제물류주선업 진출이 해운업과 무관한가?

포스코 측은 이번의 움직임은 해운업 진출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해운법의 적용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해운업 진출이 아니라는 말은 형식상 맞다. 그렇지만, 크게 보면 실질적으로 해운업 진출이다. 상법상 해운업이란 운송과 용선을 영업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해운기업들의 수입은 용선을 통한 용선료. 그리고 운송계약을 통한 운임의 획득에 있다. 우리 상법은 이미 1991년부터 선박소유자만 운송인이 될 수 있던 것을 누구나가 운송인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운송주선인(포워드)도 운송인이 될 수 있다. 즉,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하면 운송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운송인이 되기 위하여는 그 사람이 운송에 투입될 선박을 보유할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실무를 보면 포워더(운송주선인)들은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선하증권을 발급한다. 그래서 자신들은 화주에 대하여는 운송인이 된다. 자신들은 운송을 할 선박이 없으니 운송인과 제2의 운송계약을 체결한다. 이 때에는 자신들이 화주가 된다. 이렇게 하여 운송은 완성된다. 

1991년 이전에는 화주-선박소유자(운송인) 사이의 하나의 운송계약을 통하여 운송이 종결되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화주-포워더(제1운송인)-해상운송인(해운기업)(제2운송인)으로 재편된 것이다. 해운기업은 화주와 직접계약을 더 이상 체결하지 못하고, 포워더의 하청을 받는 하청업자의 지위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포워더가 일정한 수수료 형식의 보수를 취하게 된다.

그 후 화주기업들은 물류자회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물류정책기본법상 포워더(국제물류주선인)로 등록을 한다. 물류자회사의 상법상 성격은 운송주선인(포워더)이다. 이들은 선박 등 운송에 필요한 장비에 대한 투자는 전혀하지 않고 해상기업이 보유하는 장비를 활용하는 자로서 계약운송인이 된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자들은 무선박보유운항자(NVOCC)라고 불린다.

화주기업은 과거 해상기업과 직접운송계약을 체결하던 것을 자신들의 자회사인 물류자회사에게 일감을 몰아주게 되었다. 즉, 화주기업과 물류자회사 사이에 제1차의 운송계약이 체결된다. 운송수단이 없는 물류자회사는 해상기업과 제2의 운송계약을 체결하여야만 한다. 물류자회사는 일정한 보수를 취하게 되고, 물류자회사로부터 물량을 받는 해상기업의 운임수입은 그 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물론 물류자회사들의 매출중 상당부분은 해상운임으로 지급된다. 필자의 추산에 따르면 이렇게 하여 줄어든 해상기업의 매출은 연간 3조원에 이른다(직접 운송계약 체결시와 비교하여).

포스코가 설립하려는 물류자회사가 선박을 보유하는 해운회사가 아닌 것은 맞다. 그렇지만 물류자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이와 같은 계약운송인이 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해운업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상법상으로는 맞지 않는 말이다. 해운업에 진출하여 운송인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운업에 진출하여 기존에 직거래를 하던 해운기업의 사이에 물류자회사가 끼어들어 통행료를 받는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2) 화주기업이 고려해주어야 할 사항

수출입화물의 흐름에서 종합물류계약이 주된 흐름이 된 것도 사실이다. 2019년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에도 종합물류계약이 나타날 정도가 되었다. 종합물류계약이란 수출자의 공장에서 수입자의 공장에 이르는 물류의 흐름을 하나의 물류기업이 인수하는 계약이다. 포장, 통관, 보관, 해상운송, 육상운송, 하역, 재고관리에 이르는 모든 것을 물류기업이 처리하는 것이다. 물류기업은 자신이 비록 하청을 개별회사에게 주는 한이 있어도 계약상 자신이 책임지고 물류를 완성시키게 된다. 수출자인 화주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존에 하역회사, 해상운송을 위한 해상기업, 창고업자 등과 개별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던 것을 한사람에게 일임할 수 있으니 너무나 편리하다. 이러한 업무의 편리함, 이로 인한 비용의 절감이 기업의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목적으로 화주기업들이 자회사를 만들어 나갈 때에는 고려해야할 사항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해상운송의 비중이다. 종합물류계약에서 해상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50% 이상이 될 것이다. 특히 포스코와 같이 부정기선 화물의 경우에 종합물류계약에서 해상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높아질 것이다. 

화주기업들의 자회사들은 결코 선박을 소유하거나 보유하지 않는다. 선박을 소유하거나 보유하는 것은 고정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위험관리도 쉽지 않다. 물류자회사들은 해상기업이 힘들게 보유하고 유지하는 선박을 활용하여 영업을 하는 것이다. 또한 운송인이기 때문에 포장당 책임제한을 할 수 있는 특혜도 주어진다. 그런데 종합물류회사가 해상기업을 파트너로 조합하지 않는다면 종합물류계약이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건전한 해상기업의 존재야말로 자신들이 생존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보자. 종합물류망을 구성하는 플레이어중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자는 누구인가? 물동량이 적어져 종합물류계약의 수요도 떨어질 것이다. 그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해상기업은 자신들이 운항하는 선박에 대한 대출금 및 이자 상환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이 없어도 이는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류자회사는 해상운송수단을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고정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것은 명백하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결국 해상기업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해상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두어야 하는 것이다. 선화주 상생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국내 해상기업은 외국계 해상기업들이 운임을 지나치게 올리지 못하게 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도 고려해야한다.

(3) 화주와 선사의 상생 방안으로서의 선박공유

화주기업들은 20년 전에 비하여 적어도 10%정도의 물류비는 자회사들이 취하여 이득을 취하였고 이에 반비례하여 해상기업의 수입은 줄어들었음을 인식해야한다. 7대 물류자회사들의 매출이 수십배 성장하여 약 30조원에 이르렀다. 20년 전에는 이런 사업이 없었으니 제로에서 30조원이 된 것이다. 그런데, 20년 동안 해운매출은 20조원에서 30조원대를 맴돌고 있다. 매출이 늘지 않는 이유에는 화주기업들의 물류자회사로의 진출과 해상기업들의 적극적인 활로개척이 없었다는 점도 있다고 본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물류자회사와 해상기업은 상생의 관계에 있다. 화주기업들은 어려움에 처한 해상기업들이 경쟁력을 갖도록 도와주어야한다. 해상기업들의 주식을 보유하는 방법도 있지만, 선박공유제도를 통하여 선박에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 해상기업은 자기자본 10%에 은행융자는 90%까지 한다. 이자율도 7%대에 이른다. 대출금상환 부담이 너무 크다. 척당 30%에 해당하는 투자를 화주기업들이 직접하여 선박에 대하여 구분 소유자가 되는 것이다. 화주기업은 선박에 대한 소유자로서 30%에 해당하는 원리금 상환도 매달하고, 수익이 나면 수익배당도 받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해상기업은 상환할 금융비용이 줄어들어 재무적으로 튼튼해져서 더 낮은 운임을 화주기업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4) 해상기업의 종합물류업 진출을 장려함

화주기업들의 물류업 진출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면, 해상기업의 전략은 무엇이 되어야하는가? 해상기업도 물류자회사를 만들어 경쟁력을 갖추는 길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해상기업의 매출은 자꾸만 줄어들어 해운산업은 경쟁력이 없는 작은 규모의 집단이 되고 말 것이다. 해상기업의 줄어드는 매출을 그의 물류자회사 혹은 사내의 종합물류부서가 만회하도록 하는 것이다. 더 커지는 시장에 들어갈 자격을 얻어야하는 것이다. 종합물류계약 입찰시 응찰자격을 가지는 해운기업의 물류자회사(종합물류회사)가 있어야 한다.

해상기업이 물류자회사를 가지고 있는 예는 많다. 일본의 대형 정기3사는 모두 물류자회사를 가지고 있다. 유센 로지스틱스가 대표적이다. 머스크의 담코도 있다. 과거 한진해운도 유수로지스틱스, 현대상선도 현대로지스틱스를 운영한 바 있다.

이들 해상기업의 물류자회사는 자연스럽게 제3자 물류회사가 된다. 운송회사의 물류자회사는 화주기업의 물류자회사와 달리 모기업이 밀어주는 물량이 없기 때문에 존립이 쉽지 않다. 또한 해상기업(A)의 자회사(B)가 종합물류회사의 기능을 하게 되면, 다른 종합물류회사(C)들이 B-A의 결합 때문에 더 이상 자신의 물량을 A에게 주지 않을 여지가 크다. 그렇지만 가만있게 되면 종합물류계약의 입찰에 참여할 자격이 없기 때문에, 해상기업은 점차 어려워져 갈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종합물류회사의 하청을 받는 지위로 추락할 것이다. 이는 해상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판단된다.

정부는 화주기업의 물류자회사 등록을 자유롭게 하면서 DHL이나 아마존 등과 같은 제3자 물류회사로 성장하도록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그 길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물류자회사들이 거의 모두 화주기업의 물량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로 치고 나가지 못해 경쟁력을 가지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반하여 해상기업의 물류자회사는 처음부터 화주기업을 찾아다니면서 종합물류계약을 따 내야한다. 해외로도 진출해야한다. 과거 한진해운과 같은 경우 제3국간 화물의 수송이 국내화물 운송보다 더 많았던 적도 있다. 이런 전통을 이어받자. 물류정책기본법은 3자 물류기업의 육성을 천명하고 있는데, 해상기업의 물류자회사는 출발부터 제3자 물류기업이므로 입법 취지에 맞게 이들의 종합물류화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5) 필요한 입법조치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해상기업은 존속하기 어렵다. 해상기업은 우리나라 기업끼리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의 해상기업과 무한 경쟁하에 있다.

종합물류의 50% 이상은 해상운송에 있는데, 해상기업이 존재하지 않으면 종합물류도 없다. 불행하게도 우리 해상기업은 높은 이자율과 낮은 자기자본 비율 때문에 선박보유에서부터 외국기업들에 비하여 불리함을 안고 있다. 한국의 해상기업이 존재하지 않고는 수출입화물의 안정적인 수송과 경쟁력있는 운임의 확보가 어렵다. 그렇다면, 한국의 해상기업이 존속하도록 해야 한다.

화주기업들도 살아야하기 때문에 경비를 줄이기 위하여 물류자회사를 만들어 종합물류계약의 체결로 전환해야한다.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런 양자의 이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한국의 해상기업도 살리고 화주기업의 이해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입법 조치를 통해 풀어나갈 수 밖에 없다(자세한 내용은 김인현, “2자물류회사의 법적 지위와 개선방안”, 상사법연구, 제28권 제2호(2019)를 참고바람).

첫째, 화주기업의 물류자회사는 운송인이므로 해운법의 적용대상이 되어야 한다. 무선박보유운항자(NVOCC)를 해운법에 적용 주체로 신설하여 넣어야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들을 보호하기도 하고 제어하기도 해야 한다. 물류정책기본법에 포워더들이 운송인으로 기능함에 어떠한 규제나 보호제도도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둘째, 화주기업은 자신의 물류자회사에게 자신의 물량의 30% 이상을 주어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을 해운법에 넣어야 한다. 이는 상생의 정신에서도 그러하지만, 경쟁법상 불공정거래의 한 유형인 일감몰아주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대책이기도 하다.

셋째, 화주기업은 70%에 해당하는 물량에 대하여는 종합물류계약이건 해상운송계약이건 공개적인 입찰을 거치도록 하여 공정한 거래질서를 잡아나가야 한다. 이를 위하여 해상기업도 종합물류계약을 수행할 수 있고 응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면서 3자물류회사로 성장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은 단일회사가 할 수도 있고 정기선사 혹은 부정기선사가 출자한 자회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며>

포스코가 선박을 보유하는 해운업에 진출하는 것은 해운법상 저지할 여지가 있지만, 선박을 보유하지 않는 물류업에 진출하는 것은 법률상 저지할 근거가 희박해 보인다. 그렇지만 해운업은 종합물류업의 근간이 되는 분야이고 해상기업은 막대한 설비 투자를 해야하는 바, 그러한 설비투자의 결과인 선박을 물류자회사들이 활용하는 것이므로, 건전한 해운기업의 존재는 화주기업과 물류자회사들의 영업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양자는 상생해야한다. 그 상생의 방법으로 앞서 화주기업이 선박에 지분 투자해 공동 소유자가 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상생을 위해 2자 물류자회사들의 영업 방식이나 규모를 법률로 제한할 필요가 있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자신의 물량 30%만 물류자회사에게 줄 수 있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해상기업도 물류자회사를 설립하여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생존할 방안을 찾아야한다.

물류자회사는 운송인으로서 해운업을 이미 행하고 있는 것이므로 미국의 NVOCC가 미국 해운법의 적용 대상이 되듯이, 우리 해운법에도 적용 대상이 되어 보호도 하고 제약도 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물류자회사들도 운송인으로서 기존의 해상기업과 당당한 한축으로서 한국해운물류산업을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이상의 논의는 해상기업과 2자 물류회사의 관계에 대하여 지적한 것이지만, 이런 논의를 기존의 하역회사, 창고회사에 대입시켜도 마찬가지이다. 화주기업과 이들이 직접 계약을 체결하던 것이 중간에 종합물류계약을 체결하는 2자 물류회사가 개입하게 되면, 그 간의 매출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일본은 미쯔이 창고와 같은 창고업자, 가미구미와 같은 하역회사도 종합물류업자로 나서서 성공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일본은 화주기업이 자신의 물류자회사로 하여금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하여 자신들의 종합물류의 파트너들인 해상운송인, 창고업자, 하역회사를 옥죄는 것이 아니라 균등하게 일감을 나누어가지면서 상생하는 분위기가 되어있는 것 같다. 

그렇지 못한 우리나라의 실정이 너무나 안타깝다. 일본에 체류하는 동안 한국의 2자 물류회사 문제를 이야기하니 일본 전문가들이 일본에는 그런 일이 전혀 없다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솔직히 우리 현실이 부끄러웠다.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문제가 불거진 이 때에 화주기업, 해상기업, 항만하역기업, 그리고 2자 물류회사들이 함께 모여서 진정으로 상생하는 길이 무언지 논의를 하고 해결책을 찾아가야겠다. COVID-19 이후에는 물동량이 줄어들 수도 있어 우리끼리 뭉쳐서 상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도 우리 해운물류기업들이 상생하는 모습을 보이고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자구노력을 할 때 더 쉽게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20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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