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Hague 조약은 그간에 계속되던 운송인과 화주간의 갈등을 비교적 절묘하게 조화를 시킨 것으로서, 그 이후의 해상법의 국제적인 통일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면책약관의 남용을 규제하게 되었고, 반면에 운송인의 책임을 절대적인 책임에서 과실이 있는 경우에 책임을 지는 것으로 변경하고, 운송인에게는 포장당 손해배상책임의 제한권을 부여함으로써 균형을 유지하게 한 점이다. 위와 같이 Hague 조약으로 운송인과 화주간에 대타협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면책약관의 남용은 극도의 위험 수위에 달하였다. 즉, 운송인에게는 “운임을 받을 의무 외에는 아무런 다른 의무가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면책약관을 두게 되기에 이르렀고, 그러한 많은 면책약관을 통하여 운송인은 그의 손해배상 책임을 최대한 모면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Hague 조약에서는 허용되는 면책규정을 열거하였고 그 이상으로 운송인의 책임을 경감하는 규정은 무효가 되게 되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Hague-Visby 조약의 내용과 거의 동일한 현행 상법 규정에도 같은 내용의 규정이 있다(상법 제790조 제1항). 이로써, 운송인이 면책약관을 남용하는 문제는 완전히 해소되었는가? 그렇지는 아니하다. 지금도 운송인이 작성한 선하증권의 이면에는 깨알 같은 각종의 규정이 있으며, 상당수의 규정은 운송인의 책임에 관련된 것들이다. 이러한 규정들은 선하증권에 규정되기만 하면 유효한 것인가? 유효성 여부의 원칙적인 기준은 우리 상법 제790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이 면책사유에 관한 상법의 규정들에 반하여 “운송인의 의무 또는 책임을 경감 또는 면제하는 특약”으로 인정되는가 여부이다. 실제의 문제로 들어가서 선하증권의 어떠한 이면약관이 무효가 되는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그다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예를 들면 선하증권 이면약관의 하나로, “화물이 수하인에게 직접 인도될 수 있는 항구가 아닌 항구에서 화물이 부두 또는 부선에 인도되고, 그 화물이 항만 당국의 보관하에 있게 되는 경우, 바로 그 인도시점에서 운송인의 책임은 종료된다”는 규정이 있을 경우, 이러한 규정은 유효한 것인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화물이 항만당국에 인도되었으나, 아직 수하인의 지배하로 인도되지 아니한 시점에서 화물의 손상사고가 발생한 경우, 운송인은 위와 같은 규정에 근거하여 책임이 면제된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이에 관한 문제를 언급한 판례에 대하여 특별히 아는 바 없다. 다만, 판결에서 이유로 명시하지는 아니하였지만, 법원이 사실상 위와 같은 조항의 효력을 부인한 사례를 본 바 있다. 이러한 규정에 대한 필자의 의견은 무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운송인의 인도책임은 화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한 시점에서 종료되는 것이지, 그 이전에는 운송인의 화물 보관 혹은 운송의 책임이 계속되고 있고 이러한 원칙에 반하는 특약은 무효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 법에 대한 견해이고, 적용되는 법이 외국법인 경우에는 결론이 달라질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경우에는 운송인의 인도책임 종료시점이 위의 경우와 달라질 수 있다. M.V. “West Wind”호에 의하여 운송된 화물이 나이지리아 항 현지 법에 의하여 그곳 하역부에게 양하되던 중에 화물손상 사고가 발생한 사안에서, 미국연방법원은 하역부에 대하여 운송인이 아무런 지배권을 갖지 아니하므로, 아직 수하인에게 인도되기 전이라도 운송인은 그 손상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 (Tapco Nigeria, Ltd. V. M/V Westwind, 702 F.2d 1252(5th Cir. 1983)). 면책약관에 대한 위와 같은 규제는 선하증권이 아닌 용선계약에는 적용이 되지 아니한다. 그 이유는 한편으로는 선하증권의 기능중에 유가증권(document of title)의 기능이 있어서 부당한 면책약관을 방치하게 되면 무역거래의 질서가 무너지는데에 비하여 용선계약에는 그러한 기능이 없다는 점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선하증권을 발행하고 화물을 운송하는 운송인은 불특정 다수의 화주를 상대하여야 하고, 그 조건도 획일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에서 선하증권의 경우에는 화주를 보호할 필요가 크다는 점이다. 영미법상으로는 이러한 운송인을 소위 common carrier라 하여, 그 책임을 보다 엄격히 규제한다.상담사항 있는 분은 편집부로 연락하십시오. ‘해사법률’코너의 주제로 채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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