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본 법리 선박임차인이 상행위 기타 영리를 목적으로 선박을 항해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에 관한 사항에는 제3자에 대하여 선박소유자와 동일한 권리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선박임대차 기간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선박임차인이 그 책임을 부담한다(상법 제766조 제1항). 이에 반하여 항해용선계약하의 항해에 있어서 선장 및 선원은 오로지 선박소유자의 지시와 통제를 받으므로 항해용선자는 선박항해상 발생하는 사고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2.사실관계 I호가 인천항으로 귀항하던 중 옹진군 부근 해상에 좌초되자 I호 소유자 겸 선장인 소외 A는 인천수산업협동조합에 구조를 요청하였다. 한편, ‘X수중개발공사’라는 상호로 해상구난업체를 운영하는 甲은 조합의 의뢰를 받고 I호를 구조하기 위하여 예인선인 H호를 소유자인 B로부터 선장 C 및 선원 2명과 함께 용선하여 출항하였는데, 그 이용기간은 I호를 구조 완료할 때까지, 그 이용료는 인천 예인선선주협회가 정한 예인선 용선요금표에 의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甲은 H호의 승선정원이 총 4명임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직원 5명 및 I호 선원 6명 등 총 15명을 승선시키고, 자신이 시의회 의원으로서 책임지겠다며 출항신고도 하지 아니하고 서둘러 출항하였다. 출항 당시부터 배가 왼편으로 기운 상태여서 불안을 느낀 직원들이 도중에 회항을 하자고 건의를 하였으나, 甲은 이를 무시하고 선장에게 그대로 항해할 것을 지시하여 부도 등대 부근 해상에서 우현 선수로 들이치는 파도를 맞고 H호가 침몰하여 甲을 포함한 I호 선원인 乙, 丙, 丁이 사망하였다.3.대법원 판례 위 사건에서는, 위 사안에서와 같은 선박의 이용계약이 그 성질상 선박임대차계약인지, 항해용선계약인지 아니면 이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제 3의 특수한 계약인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선박이용계약의 성격은 그 계약의 취지·내용, 특히 이용기간의 장단(長短), 사용료의 고하(高下), 점유관계의 유무 기타 임대차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위 사안의 경우, ‘X수중개발공사’라는 상호로 해상구난업체를 운영하는 甲이 좌초된 I호를 구조하기 위하여 예인선인 H호를 선장 및 선원이 딸린 채로 빌리면서, 그 이용기간은 I호를 구조 완료할 때까지로, 그 이용료는 인천 예인선선주협회가 정한 예인선 용선요금표에 의한 용선료를 주기로 하였는데, 그 요금표에 의하면, H호와 같은 500마력짜리 예인선의 경우 용선요금은 1일당 금 660,000원으로 하되, 구역 및 작업현장 사정에 따라 다소 조정하기로 정해져 있는 점, 해상구난업무의 성격상 선장은 용선자가 지정하는 장소로 이동하여야 하고, 구조업무를 행하기 위하여는 단순한 항해기술 외에 전문기술을 필요로 하는 점, 甲과 선박소유자 사이에 적용하기로 한 예인선 용선요금표의 부대조항에 의하면, 작업 중 발생하는 사고에 관하여는 용선자가 책임지기로 한 점, 甲은 이 사건 선박의 정원이 총 4명임에도 자신의 직원 6명과 I호 선원 6명 등 총 15명이나 승선시키고, 자신이 시의회의원이니 책임지겠다며 출항신고도 하지 아니한 채 출항한 점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선박의 이용계약은 항해용선계약으로는 볼 수 없고, 선박임대차와 유사하게 선박사용권과 아울러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지는 노무공급계약적 요소가 수반된 특수한 계약관계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선박이 침몰하여 그 승선자 중 乙, 丙, 丁 등이 익사한 것은 H호의 선주 B와 선장 C의 항해 전후의 과실에 甲 자신의 고유의 과실이 경합하여 일어난 사고로서 甲으로서는 C의 사용자 겸 불법행위자로서 乙, 丙, 丁 및 그 유족들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99년 2월 5일 선고 97다19090호 사건).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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