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기본법리 운송인은 자기 또는 선원 기타의 선박사용인이 발항 당시 (1)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를 할 수 있게 할 것 (2) 필요한 선원의 승선, 선박의장과 필요품의 보급 (3) 선창, 냉장실 기타 운송물을 적재할 선박의 부분을 운송물의 수령, 운송과 보존을 위하여 적합한 상태에 둘 것에 관하여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멸실, 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787조 참조)Ⅱ. 사실관계 운송인인 甲은 1994. 3. 18.경 乙과 시멘트 3만포를 甲 소유의 기선인 N호에 선적하여 묵호항에서 제주항까지 운송하기로 하는 내용의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였고, N호는 1994. 3. 20. 19:45경 시멘트 선적을 마치고 묵호항을 출항하여 목적지인 제주항으로 항해하던 중 제주항으로의 입항예정시각을 1시간 앞둔 1994. 3. 24. 11:00경 해상상태가 악화되다가 같은 날 11:20경 제주항으로부터 약 12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갑자기 기상이 돌변하면서 바람이 거세지고 높은 파도가 일더니 N호 주변에서 갑자기 돌풍이 발생하여 파도밭이 형성되면서 돌풍이 바닷물을 말아 올려 공중에 띄웠다가 물기둥 형태로 내려치는 삼각파도가 3, 4차례 연속적으로 N호를 덮치면서 화물창 부분을 강타하는 바람에 그 파도에 못 이겨 시멘트가 적재된 화물창 위에 덮여 있던 시트 및 화물창구 덮개가 파손되면서 그 틈으로 많은 양의 해수가 화물창 안으로 유입되고, 유입된 해수가 시멘트에 스며들어, 시멘트는 상품으로써의 효용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에 乙은 甲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이에 甲은 이는 불가항력적인 사고로서 甲이 N호 발항 당시 선창, 냉장실 기타 운송물을 적재할 선박의 부분을 운송물의 수령, 운송과 보존을 위하여 적합한 상태에 둘 것에 관하여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면책된다고 주장하였다.Ⅲ. 대법원판례 선박은 약정된 항해에서 통상 예견되는 황천(荒天) 기타 기상이변에 대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인바(대법원 1985. 5. 28. 선고 84다카966 판결 및 1976. 10. 29. 선고 76다1237 판결 참조), 이 사건 사고 당시 제주도 부근 바다에 발표된 폭풍주의보의 예상최대파고는 3 내지 5m이고, 풍속은 뷰포트(Beaufort) 풍력계급 중 7 내지 8등급에 해당하는 14 내지 20m/s 정도였고, N호가 항해 중 조우한 돌풍과 삼각파도에 의하여 선체 자체의 손상이나 인명피해는 없었는데도 화물창구 덮개 일부만이 파손되었으며, 사고 당시 N호에 근접하여 항해하던 K호는 아무런 손상도 입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N호가 조우하였던 기상이변에 의한 돌풍이나 삼각파도는 3월 하순경 부산에서 제주까지의 항로를 항해하는 선박이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위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한편, N호는 1975. 4.에 진수된 것으로 전반적으로 낡은 상태였고, 이 사건 사고 후 남아 있는 화물창 목재창구 덮개들도 고정못이나 양끝단의 철재 테두리가 부식되거나 떨어져 나가는 등 노후한 상태였다. 또 N호는 길이 58.97m, 폭 9.30m로서 상부 구조물 부분과 선수갑판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2개의 화물창으로 이루어진 화물선인바, N호가 항해 중 조우한 돌풍과 삼각파도에 의하여 선체 자체의 손상이나 인명피해는 없었는데도 화물창구 덮개만이 파손되었으며, 파손된 화물창구 덮개도 전부위가 파손된 것이 아니라 1번 화물창에서 4m×1m, 2번 화물창에서 2m×1m 등 특정 부분에 국한되어 있었다. 위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N호의 화물창구 덮개는 발항하기 이전부터 부산과 제주 사이의 항로에서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정도의 돌풍과 파도의 충격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노후되어 있었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발항 당시 N호는 불감항의 상태에 있었고, 甲 또는 그 선박사용인이 발항 전 상당한 주의로써 선체의 각 부분을 면밀히 점검 조사하여 감항능력의 유무를 확인하였더라면, 화물창구 덮개의 노후 등 하자를 발견하여 그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N호의 화물창구 덮개 일부가 파손되고 거기로 해수가 유입되어 운송물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甲은 乙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대법원 1998. 2. 10. 선고 96다45054 ) <다음 호에 계속>유정동(劉正東): 법무법인 靑海 代表辯護士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