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법률>Clause Paramount와 선하증권상의 준거법 (2) 미국에는 1924년 Hague Rules을 국내입법화한 1936년 COGSA가 있다. 미국의 이 1936년 COGSA는 미국의 항구에 입항하거나, 미국의 항구에서 출항하는 항해에 강행적으로 적용된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과 미국의 항로를 주로 운항하는 선사들은 선하증권상 포장당 책임제한액을 미화 500달러로 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선하증권하에서 발생된 분쟁이 한국의 법정에서 심리되는 경우, 미화 500달러의 책임제한 조항은 상법상의 500 SDR 보다 적은 금액인데, 미화 500 달러의 조항이 유효한 것으로 인정될 것인가? 이에 대하여 우리법원이 당사자간의 채권계약의 준거법을 외국법으로 하는 것을 당사자자치 원칙상 허용하고 있고, 우리의 책임제한 수준인 500 SDR과 미화 500 달러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민사분쟁은 당사자가 원했던 방향대로 해결하게 하는 것이 좋다는 점에서,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그런데, 이와 같이 두개의 책임제한금액의 차이가 위와 같이 근소한 경우가 아니고, 그 차이가 매우 큰 경우에도 외국의 책임제한금액이 유효한 것으로 인정될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아주 적은 수준인 멕시코법상의 책임제한금액 (약 미화 30달러 수준)이 우리 법원에서 심리된 적이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상법은 포장당 책임제한액에 관하여, 운송인의 책임을 경감하는 당사자간의 특약은, 가사 유효하게 합의하여다고 하더라도, 효력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제790조 제1항). 위 사건의 1심 판결도 멕시코 책임제한 조항에 따른 멕시코 국내법에 의한 배상책임제한액이 근소하여 사실상 운송인의 책임을 면제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그 멕시코 책임제한규정은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은 멕시코의 내륙운송이 빈번한 무장강탈사고로 인하여 피해를 자주 당한다는 점에서 저액의 책임제한금액에 대한 나름의 근거가 있고, 단지 금액이 근소하다는 사유만으로 우리의 “공서법”(즉, public order)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면서, 멕시코 책임제한 조항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였다. 그리고, 상고심에서 대법원 역시 위 멕시코의 책임제한조항이 유효한 것으로 판결한 바 있다(대법원 1999. 12. 10. 선고 98다 9038 판결). 따라서 이 대법원 판결이 지속된다면, 책임제한 수준이 아무리 적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제한금액이 우리법원에서도 인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그러나 우리 섭외사법상 “외국법에 의하여야 할 경우에 있어서 그 규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제5조). 이 규정은 외국법이 우리 법원에서 적용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외국법의 내용이 우리나라의 소위 “公序”에 반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 외국법의 적용이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서 규정에 따라 외국법 중 우리의 공서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상당한 규정들이 걸러 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위 멕시코 책임제한금액은 우리의 포장당 책임제한 금액인 500 SDR (약 미화 650 달러)에 비하면 20분의 1도 안되는 것이므로 마땅히 공서 위반이라고 보아야 한다. 국가간의 법 적용이나 판결의 승인, 집행에 있어서 제일의 원칙은 “상호주의”이다. 우리 법률이 외국에서 적지 않은 경우 적용이 배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위와 같은 멕시코 책임제한 조항을 우리 법원이 유효한 것으로 인정한 것은 지나치게 자유스러운 태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어째튼 위와 같은 아주 적은 금액의 포장당 책임제한조항의 효력은 앞으로 좀 더 두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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