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 IHS Markit 전무

피터 터치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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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들이 스케줄에 맞춰 다음 기항지로 이동할 때 저속운항을 통해 연료를 절감하는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재항 시간을 단축해야 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초대형 선박이 배치되는 한편 선사의 수익 창출 압박으로 선사와 터미널 운영사의 관계가 종종 제로섬 게임으로 악화하는 데다 최근에는 선사 및 해운 얼라이언스 합병으로 적은 기항지에 항만 대기요청이 몰리면서 이러한 이상적인 목표는 요원해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재항 시간을 지연시키는 한 요인으로 기항 선박당 하역물량 수가 선박의 평균 규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선사들이 기항지 수를 줄이고 동시에 예상 수요에 맞춰 선복량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물량이 급락했음에도 올해 화물 운임을 방어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저널 오브 커머스>의 모기업인 IHS Markit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컨테이너선의 2019년 재항 시간은 전년 대비 평균 1.2% (약 18분) 증가했다.

그러나 재항 시간 감축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진행 중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이러한 시도가 항만 이용 최적화라는 또다른 목표에 유의미한 진전을 보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컨테이너 운송업과 물류업에서 “윈-윈-윈” 시나리오가 있다면 이것이 바로 그 시나리오이지 않을까 싶다.

패트릭 베호벤(Patrick Verhoeven) 국제항만협회 상무이사는 “모두에게 이로운 방안”이라고 이를 지칭하기도 했다.

자산 기반 운송 네트워크의 경우 자산이 이동 중일 때 효율이 제고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재항 시간 감축은 선사의 비용 감축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혜택을 가져온다. 재항 시간이 줄어들면 화주 입장에서도 수입∙수출 화물이 신속하게 운송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접안소요 시간에 여분이 생기면 다른 선박들이 기항할 수 있기 때문에 기항 선박의 수가 증가하고 이는 터미널 운영사의 수익 증대로 이어진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점은 해운업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존의 선박을 대체할 탄소 제로 선박의 도입만 기다린다면,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점차 인정하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따라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려면 기존 선박을 운영하는 방법에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는 이달 개최될 IMO 회의에서 논의될 주제이기도 하다.

<BMC 에너지>에 최근 올라온 연구 역시 “국제 파리협정의 규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남은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기 때문에 신규 선박의 효율성 향상에 주로 초점을 맞춘 조치들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탄소 제로 선박도 매우 중요하지만 […] 정책 입안자들은 기존의 선박이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조치를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용 최적화 태스크 포스(Port Optimization Task Force)가 로테르담 항만과 여러 해 동안 노력한 결과 기항 선박 정보를 공유하는 전자 정보 프레임워크가 탄생했다. 이는 상시 업데이트되며 항만 사용자 모두가 접근할 수 있어 선박 운영사, 에이전트, 파일럿, 항만시설, 정부 기관들 사이의 기존의 일대일 통신을 대폭 감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는 로테르담, 앤트워프, 함부르크, LA 항만과 그 외 항만 전자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소수의 항만에서만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확대 시행이 필요하다. 코로나19 팬더믹의 영향으로 해운업 및 물류업의 디지털화를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는 지침이 6월 2일 발표되었으나 IMO의 174개 회원국 중 49개국만이 항만 커뮤니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 코로나19의 영향, 탈탄소화 바람, 선주의 비용 절감을 위한 지속적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상황을 진전시키기에 적기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모든 기초작업은 여러 해에 걸쳐 완성”됐으며 “지금은 시행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더 많은 항만이 참여해서 시험 운행을 해야 한다. 이는 모두에게 이로운 시나리오이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려면 사람들이 신뢰를 통해 터미널 및 기항지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베호벤 국제항만협회 상무이사가 말했다.

사실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선사와 터미널 사이의 고착된 갈등 관계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는 협력과 정보 공유에 있어 상황이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롤프 하벤 얀센(Rolf Habben Jansen) 하파크로이트 CEO는 <저널 오브 커머스>의 주간 온라인 행사인 JOC Uncharted에서 “선사와 터미널 간의 협력은 개선될 여지가 많으며”, “터미널은 모든 공급망뿐만 아니라 운송 라인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통을 개선하고 더 나은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개선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금보다 더 잘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터미널과 선사는 지금까지 총 소유 비용과 서비스 품질보다는 하역료를 둘러싸고 너무 자주 갈등을 일으켜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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