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 개선·내실 다져 제2도약 기반마련”
자기인수부담 확대, 재보험 구조개선 추진
연동형 연봉제 도입, 일하는 조직 만들겠다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 제4대 상임이사로 취임한 성재모 전무는 7월 21일 해운전문지 기자단과의 간담회를 갖고 손해율 개선과 내실을 다져 제2도약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P&I 설립 초기 2년여간 근무했던 성재모 전무는 손해보험회사, 해상보험브로커로 활동하다가 20여년만에 상임이사로 컴백했다. 그동안 KP&I는 자산 1500억원에 연간 보험료 3천만달러 규모의 P&I클럽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대형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16년만에 적자를 기록하고 재보험 구조가 악화되는 등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다.

KP&I를 위기에서 건져낼 구원투수로 등판한 성전무는 손해율이 높은 사업부문을 과감히 개선하고 재보험 구조를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국내 영업을 강화한다면 1~2년내 적자를 탈피하고 제2의 성장을 위한 발판 마련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또 성과 연동형 연봉제 도입 등 인사시스템을 개편하여 모든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고 활력이 넘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다음은 기자단과 성재모 전무가 나눈 일문일답.

-취임 축하드린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KP&I 설립 초기에 2년여간 일했었는데 16년만에 적자로 돌아선 중차대한 시점에 상임이사로 취임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3주간 상임이사직을 수행하면서 회원과 이사분들을 만나 뵙고 인사를 드렸는데 여러가지를 주문하시고 소신껏 일해보라는 격려의 말씀도 들었다. 정말 제가 해야 할일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인사시스템을 개편해 모든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고 활력이 넘치는 회사를 만들어가겠다. 또 수익성이 좋지 않은 사업은 단계적으로 정리하거나 손해율을 개선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등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겠다. 동시에 국내 영업을 강화해 1~2년 이내에 적자를 탈출해 제2의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

-2020년 갱신 결과에 대해 설명해 달라.

=2020년 갱신 결과, 가입 척수는 지난해보다 30척이 늘어난 1033척, 연간 보험료는 3.9% 증가한 2925만달러를 기록했다. 스탠다드클럽과의 제휴(KSC)와 더불어 지난해 브리타니아클럽과 제휴(KBC)를 확대하면서 IG클럽과의 제휴 프로그램은 28척이 늘어난 71척, 보험료는 48.5% 증가한 388만달러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해외선단도 28척 늘어난 135척에 보험료는 31.3% 증가한 459만 달러를 기록했고 선원보험도 5척 늘어난 183척에, 보험료는 4.7% 증가한 191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6년만에 적자를 기록했는데…

=2018년 발생한 솔로몬트레이더호 사고가 2019년 실적에 반영되면서 41억원 적자를 냈다. 올해는 다행히 아직까지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적자는 아니지만 재보험료가 상승한 상황이어서 연말까지 흑자가 유지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사실 재보험료 인상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 재보험료 인상은 통상 2~3년, 하락은 3~4년 정도 지속되는 특성이 있어서 단기간내 재보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게 쉽지 않다. 현재 재보험 구조로는 단기간내 실적을 개선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2021년 재보험 협상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미 내년 재보험 협상 준비를 시작했다. 재보험 중개인과 협업해 최상의 구조와 조건을 도출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재보험 협상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협상 전략이 있는가?

=지난 20여년간 우리 클럽은 아무리 큰 사고가 나도 최대 25만 달러까지만 책임진다고 홍보를 해왔다. 그만큼 보수적으로 운영해왔다는 것인데 이것을 달리 보면 사고 위험부담을 재보험자에게 떠넘겨온 것이다. 2018년과 2019년 재보험료가 큰 폭으로 인상된 것도 결국은 보수적으로 운영하면서 자기 보유를 낮췄기 때문이다.

우리클럽이 점진적으로 자기보유비중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기보유비중을 늘리면 사고 발생시 재정상태가 나빠진다고 우려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클럽이 지금보다 5~10배 정도는 충분히 책임질 수 있다고 본다. 단순 비교를 해보면 우리클럽 연간보험료가 3천만달러인데 평균 손해규모가 1600만~1700만 달러로 손해율이 60% 정도다. 이 정도면 추가로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우리가 부담을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손해율도 조금 더 낮춘다면 재보험 협상에서 보다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재보험 개선외에 수익성 제고를 위한 전략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취임사에서도 밝혔지만 내실을 강화하려고 한다. 내실을 강화하려면 손해율이 높은 사업부분인 해외선단과 선원보험(Crew-only Cover) 등을 개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실 해외선단 손해율은 솔로몬트레이더호를 빼면 낮은 수준이다. 우리클럽이 보유한 해외선단은 대부분 소형선박들로 구성돼 있어 큰 문제가 없지만 솔로몬트레이더호와 같은 중대형선박들은 척수는 적지만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손해율 등을 따져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선원보험은 대형선사들을 유치를 통한 선대 확장 전략 차원에서 10년전부터 시행해왔다. 규모는 크지 않은데 손해율은 상당히 높아서 클럽 입장만 놓고 보면 더 이상 인수하지 않는 게 맞다. 그렇다고 10여년 넘게 선원보험을 맡겨 주신 고객들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점진적으로 손해율을 고려해 적정 보험료를 부과하는 한편 고객과 협의를 통해 선원보험 중 일부를 풀커버보험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할 생각이다. 가령 선원보험이 10척이면 풀커버보험은 3척 정도는 될 수 있도록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

-IG클럽 제휴 프로그램의 성과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난해 43척이었지만 올해는 71척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KSC가 56척, KBC가 15척인데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IG클럽 제휴 프로그램의 보험료 인수 구조를 개선시켜 나갈 필요는 있다. 우리가 당초 IG클럽 제휴 보험료 비중을 35대 65정도로 예측했지만 실제로 해보니 29대 71정도로 우리가 조금 손해를 보고 있다.

지금 당장 손해가 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개선 시켜가면서 제휴 프로그램을 성장시키고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소형선 시장에서는 KP&I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중대형선박 인수를 확대하려면 제휴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자가 발생했는데 신용등급을 유지하는데 문제는 없나?

=우리클럽은 2013년부터 AM Best로부터 A-(Excellent)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8월에 AM Best 평가가 예정돼 있는데 지난해 적자가 났고 재보험료도 올랐기 때문에 여건이 좋지 못하다. 신용평가를 대비해 이틀에 한번씩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적자를 냈지만 비상준비금이 연간보험료의 160%로 IG클럽보다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상반기까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등 나름 선방을 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취임사에서 투명한 조직운영을 약속하셨는데…

=20년만에 다시 돌아와 지켜본 KP&I는 과거에도 그랬듯 액티브하지 않았다. 활발하게 소통하고 부서간 업무협의도 수시로 이뤄지는 액티브한 조직으로 바꿔나가고 싶다. 단기간내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겠다.

투명한 조직운영을 위해 인사관리위원회를 운영하고 내년부터라도 성과 연동형 연봉제를 시행해서 능동적인 조직으로의 변화를 모색해보겠다.

업무효율성 개선을 위해 차세대 정보시스템도 개발할 계획이다. 우리클럽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산시스템은 2006년 개발됐는데 너무 오래돼 유지보수도 어렵도 해킹위험도 상존한다. 재보험은 아예 시스템이 없어 많은 부분을 수기로 하고 있고, 언더라이팅 부분도 수기로 하고 있어 영업 통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 새로 개발될 정보시스템은 재보험, 언더라이팅, 통계, 회계 시스템을 통합시켜 업무효율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뮤츄얼 전환 논의를 시작해야한다는 지적이 있다.

=참 어려운 숙제다. KP&I도 과거에 픽스드P&I클럽이라고 마케팅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픽스드P&I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 최근 세계 픽스드P&I클럽들의 매출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픽스드P&I는 누구나 쉽게 들어왔다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게 강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특히 지금과 같은 하드마켓에서 픽스드P&I는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KP&I 사무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뮤츄얼로 전환하는 게 좋다. 문제는 사무국이 뮤츄얼로 전환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사회와 총회에서 결의를 해주시는 게 첫 번째 단계인데 아직 공론화조차 못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뮤츄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단기적으로 픽스드와 뮤츄얼 공존체제로 갈 수 밖에 없다. KP&I도 어떻게 보면 이미 픽스드와 뮤츄얼 공존체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IG클럽과 제휴프로그램은 뮤츄얼에 가깝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뮤츄얼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픽스드 멤버도 뮤츄얼로 전환시켜 가는 게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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