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병 경영학 박사(한국국제상학회 이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팀장)

이기병 박사
이기병 박사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비긴어게인(Begin Again)’이다. 가수들이 ‘버스킹(Busking)’ 이라 불리는 길거리 공연을 한다. 얼마 전 속초에 정박된 여객선에서 무대가 펼쳐졌다. 선박이란 남다른 공간 속에서 접해 듣는 음악은 헛헛했던 빈 마음을 충만하게 채워준다. 한편으론 코로나 시대에 된서리를 맞아 기약 없이 멈춰있는 여객선이 측은하다.

최근 지인들과 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을 방문했다.

여객 없는 터미널은 “앙꼬 없는 찐 방” 같다. “태평양과 오대양의 파도와 물결을 형상화”한 건물엔 빗물이 샌단다. 누수 시험과 수밀 검사 등 철저한 원인 파악으로 터미널이 눈물 보여선 안 될 것이다. 종합적인 시설물 점검과 터미널 운영시스템을 평가하여 여객 편의성을 높여야 하겠다. 항만 연결성 지수와 선석 생산성도 잘 따져봐서 막힘없는 물류가 실현되도록 불편함도 없었으면 좋겠다.

그 옛날 마녀들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닌 늙은 여성이었고 사람들은 “사악하기에 눈물이 없다”라고 믿었었다. 요즘은 치명적 매력을 지닌 마성의 여자를 줄여 ‘마녀’라 한단다. 여행 가고 싶어지는 매력 넘치는 마성의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빗물이 눈물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듯”.

터미널도 그렇다.

새 단장을 한 크루즈 전용부두엔 다른 선박이 임시 접안하고 있었다. 글로벌 공급사슬 붕괴로 물류체계는 혼란스럽고 세계 경제의 생산위축, 운송수요 감소로 해운업은 어렵다. 컨테이너, 벌크, 가스선보다 특히 사람을 싣고 다니는 카페리, 크루즈 등 여객선 분야가 제일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일본에 정박했던‘다이아몬드 프린세스’집단 감염으로 전 세계인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많은 사람이 크루즈란 한정된 공간에 있다 보니 전염성 질병의 온상이라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뒤집어 털어보면 철저한 검역 절차를 밟은 사람들만이 승선할 수 있다. 외부 침입은 할 수 없으며 배 안의 제한된 공간 속에서 엄격한 검역 규칙 관리를 받아 안전하다. 이점을 부각하여 널리 알려야 한다.

글로벌 크루즈선들이 빼먹지 않는 방송 멘트가“Don't forget to wash your hands”다. 세뇌 수준으로“Wash your hands”노래를 틀어주며 식당 앞엔 소독제가 준비돼 있고 승무원들은 문 앞에서 철저히 확인한다.

인생이 말하는 대로 되지 않듯이 계획도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계획수립은 그 자체만으로 분명한 효과를 거둔다. 감염 예방인증과 안전보건 경영시스템 획득, 선내위생 강화와 철저한 방역 관리 등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은 매출만 갈망하고 집중하면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 전사적으로 코로나 T/F를 구성하고 고객, 시장, 직원들과 협력·소통 속에 자연스레 성장을 도모하는“간접노력의 법칙(The Law of Indirect Effort)”이 필요한 시기다.

어쩌다 보니 여객선이 여객 서비스 제공도 못 하는 시대가 돼버렸다. 세월호 참사가 안전 불감증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면 코로나로 공공보건과 위생관리를 엄격하게 지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서비스와 안전(위생포함) 중 무엇이 중요할까?
사랑하는 연인 또는 배우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다.
“자기야 정말로 나 사랑해”?
지금은 어떠한 미사여구(美辭麗句)나 그럴듯한 대답이 중요치 않다.
1초의 망설임도 없는 빠른 답변이 나가야 한다.
“그럼, 하늘만큼 땅 만큼”
번개처럼 속도감 있는 안전경영의 실천이 필요하다.

하염없이 비가 온다. 교회를 다녀온 아들이 묻는다.
"아빠, 노아의 방주는 배야”? 방주는 사전을 펼쳐보면 “네모 상자형의 배다”. 그러나 조선공학적 시각에서 보면 추진능력도 없고 방향을 잡을 수 없어 실제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단순히 떠 있는 부유체다.
선박법상 부양력을 가진 구조물로 스스로 나아갈 능력이 없고 해상법상 돈벌이를 목적으로도 하지 않는다. 국제 해상 충돌 방지협약상 물 위에서 운송의 수단으로 사용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종교적 관점에서 보면 그분께서 만드신 인류 최초의 배다.

배를 뜻하는 'Vessel'에는 그릇이란 뜻도 있다. 기독교에선 “성령((Holy Spirit)”의 제어를 받는 그릇으로 비유하고 “신의 노여움 또는 자비를 받은 사람들”이란 종교적 의미가 있다. 하나님께서 ‘비’를 통한 지구의 대격변을 불러일으켜 노아에게 전달하신 메시지는 “구원”이었다.

돌이켜 보면 세월호 참사는 이상한 종교를 믿는 속속들이 썩은 내 나는 사람들이 배가 아닌 마치 방주에 있었다, 일말의 죄책감과 책임감도 없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그들은 “구원파”였다. 어린 학생들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그때 그 사람들은 외면했다. 그들은 신의 노여움을 탄 밥그릇에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며 밥을 먹어야만 할 것이다. 아마도 평생 죽기 살기로 밥그릇 싸움을 하면서....

법령에 의하면 “크루즈업”이란 “면허를 받은 자가 숙박·위락 등 편의시설을 갖춘 선박을 이용하여 관광객에게 관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배”를 말한다. 속초에 있는 여객선은 닻을 올릴 마음만 그득할 뿐 면허 등 여러 가지 여건이 여의치 않아 예능프로에 무대만 제공하고 있다. 부산의 연안 크루즈는 코로나 여파로 잠정 운항 중단 중이다. 세계적 크루즈 선사들도 운항 일정 취소로 한국 내 크루즈는 씨가 말랐다.

인천의 크루즈 전용 터미널은 국내 최대 규모로 22만5천t급 크루즈도 접안 할 수 있단다. 사람들은 말한다. 크루즈가 현대관광의 화두요, 경제적 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그러면서 크루즈 산업의 활성화를 외친다. 필자가 말한다.

한국의 크루즈 산업은 비정상이다!

비정상적인 상태가 일상적으로 계속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인천 신항을 통해 경기장은 잘 지어놨는데 운동장에서 뛸 선수(Player)가 없다. 팬스타 이외 이 땅에 크루즈 운항을 전문적으로 뛰는 플레이어가 없다. 선수가 없는데 경기력 상승을 논할 수 있겠는가?

고가인 크루즈 배 사겠다고 은행에 대출 요청하면 헛발질은 기본이다. 그도 저도 아니면 부동산 담보 등 감당할 수 없는 부대조건은 덤이고. 지금도 어디선가 크루즈 여행의 불법 다단계와 유령회사를 내세워 고수익을 준다는 사기는 심심찮게 판치고 있다.

내국인 출입은 금지하는 카지노를 둘러싼 케케묵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선사 수입구조에서 카지노는 크루즈 운임 이외 가장 비중이 크며 바(Bar)를 포함하여 약 15%에 달한다. 가까운 중국은 내국인 카지노 이용은 금지사항이지만 국적선사 크루즈 출입은 허용하고 있다. 엄격한 법 처벌로 유명한 싱가포르도 카지노를 관리하는 전담기관이 있고 세율을 차별화하며 운영되고 있다.

크루즈 산업은 선사가 리드하는 공급자 시장이고 기항지 선택권도 그들이 쥐고 있다. 투자부담도 크고 금융 동맥은 막혀있고 운항을 해도 돈 벌이가 어렵다. 글로벌 크루즈 선사의 갑질에 당하고 기항지 간택만 쳐다보는 게 우리네 산업구조다. 이런 비정상적인 시장 구도를 타파하긴 위해서 크루즈를‘산업공유자산(industrial commons)' 으로 인식해야 한다.

제대로 키워보겠다고 정부, 선사, 지자체, 여행사, 금융기관, 협력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결속하고 연대해야 한다. 국민들의 낮은 관심과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트라우마를 극복하여 우리 스스로 산업 전환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그 접근 방식은 장기적인 시각과 세밀한 전략으로 시장을 숙성시키는 단계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비정상화가 오래되어 그것을 정상으로 인식하는 것이“비정상화의 정상화”다. 우리는 여태껏 그리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지금이라도 잃어버린 어제를 찾아야 한다.

필자는“사랑의 유람선(The Love Boat)”이란 미국 드라마를 보고 배를알고 크루즈를 느꼈다. 60년대 항공망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비행기의 1시간이 배의 1일”이 되면서 크루즈 산업은 붕괴했다. 그러나 카리브해를 중심으로 새로운 고급 레저산업으로 부활했다.

지금도 있어야 할 크루즈는 없고 인천 크루즈 여객터미널엔 EUKOR 자동차 운반선이 정박되어 있다. 아이말대로 인천항 주차장엔 없지만, 희망 사항은 한 대쯤 주차되길 바랬다. 희망의 끝자락엔 항상 아쉬움만 남는다.

배는 항상 최단 거리 항로(대권항로)를 지나가지 않는다. 날씨와 항해를 고려한 해상을 예측하여 최적 항로(weather routing)로 운항한다.

“거센 태풍이 바이킹을 만들었다.” 어렵지만 대형 크루즈 선사에 요구에 휘둘리지 않는 우리만의 최적화된 한국형 크루즈 산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 선사들과 차별화한 한류에 특화된 엔터테인먼트 발굴과 육지에서 즐기는 휴가와 모든 휴양지가 경쟁상대라고 인식해야 한다.

해운산업의 외연 확장과 다양성 추구, 고부가가치 여객선 시장의 진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 파생되는 이익이 있는 크루즈 산업의 정상화는 긴요하다. 한국만의 크루즈 문화를 창조하고 사랑의 유람선 같은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홍보 매체를 활용하고 임팩트있는 메시지를 창출해야 한다. 특히 젊은 층에는 크루즈 경험이라는 깃털로 전 세계를 누빌 수 있는 날개를 달아 줘야 한다.

물살의 깊은 뜻을 항구는 알까? 오늘도 추적하게 알 듯 모를 듯한 많은 비가 내린다. 이 비는 분명“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쉬지 않고 내리는 비라 천루(天漏)”다.

앙꼬가 없으면 ‘공갈빵’이 되고 터미널에 크루즈가 없으면 이순신 장군 곁에 거북선이 없는 듯하다. 한강의 잠수교는 잠겨도 한국의 크루즈 산업이 잠겨서는 안 된다. 크루즈 터미널은 알고 있다. 여기서 계속 잠들면 영원히 잠들 수 있다는 것을.

하루빨리 코로나가 잠들어 일상의 위험에서 벗어나 전 세계 바다에 화물과 사람이 누비는 해운 자유의 원칙이 물결치길 고대한다.

“리스크(Risk)”는 본디 그리스어 "rhizikon"에서 유래된 말로“바다에서 피해가기 어려운 것”을 뜻하는 항해용어다. 우리는 위기에 강한 홍익의 DNA를 가진 민족이고 달나라에도 수출하지 말라는 법문도 없는 나라 아닌가? 위기를 기회 삼아 자생력 확보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분은 악과 죄인을 심판하기 위해 홍수를 보내셨고 노아에게는 다시는 홍수 심판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신다. 더는 장맛비에 피해 없고 사회 곳곳에 천루로 인해 좌절의 눈물이 없기를..

그리고 기업의 생명과 인간의 삶이 절대 무너지지 않는 이 땅의 마지노선 화가 이루어져 무조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모두 다 같이

한국 무역의 숨결을 일으키시고 깨어나지 못할 잠자리에 드신 海山 한주섭 교수님의 명복을 기원하며....

lgb14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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