耕海 김종길(010-5341-8465, jkihm@hanmail.net)

존경하는 임기택 IMO 사무총장님께

耕海 김종길
耕海 김종길

안녕하세요? 부인께서도 안녕하시지요?

지난번 이메일에 IMO가 셧다운 중이라 했는데 지금은 정상화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가 극도로 혼란스러운데 영국인들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IMO의 막중한 역할과 직원들의 안녕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어 수장으로서 고민이 크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쌓아온 경륜으로 난국을 원만하게 극복하리라 믿습니다. 

IMO 사무총장은 세계해양대통령입니다. 해양과 육지의 비율이 대략 70:30입니다. 해양생물도 육지생물보다 그 숫자가 훨씬 많을 것입니다. 때문에, 해상안전과 해양환경 보존을 위한 총장으로서의 책무가 막중합니다.

요즘 한국 평화방송국에서 『우리 시대의 7인 교황』을 차례로 방영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치하의 비오 12세를 시작으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소집한 요한 23세, 소련 위성국가 폴란드 출신 요한 바오로 2세는 소련의 압제로부터 조국을 해방시켰고 종국에는 소련이 해체되었습니다. 최초의 남미 출신인 현재의 프란치스코 교황 등 모두 분단국 한국에 특별한 애정을 가졌습니다. 

그분들께서는 청소년 시절부터 남다른 고난을 인내로 극복하여 교황으로 선출되어 인류사랑과 세계평화를 위해 예수께서 십자가를 메고서 로마 병사들의 채찍을 맞고 조롱을 받으며 걸어간 골고다 길을 선택했습니다. 

교황과 총장이 가야 할 길이 다를 뿐, 인류의 공동선을 위해 자신을 봉헌하는 직무라고 생각합니다. 교황이 시대 상황에 따라 추구하는 목표가 있듯 총장 역시 시대 상황에 따라 추구할 목표가 있을 것입니다. 

나는 역대 총장들을 잘 모르지만, 스리바스타바 총장께서 1983년 10월 23일 방한 때 4박 5일을 수행하며 그분의 인격과 지식과 열정에 감동했습니다. 

도착 다음 날 24일, 신라호텔에서 조찬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외무장관, 교통장관을 예방하고 이어 한국선급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선주협회장이 주관하는 오찬에도 참석했습니다. 모든 회의에서 해양환경의 심각성을 일관되게 설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해사대학 WMU를 설립하여 개발도상국의 젊은이들을 교육훈련을 시켜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오찬 후, 호텔로 갔습니다. 양치와 세수를 하고 의복 매무새를 단정이 하고서 대통령을 예방하여 WMU 설립의 필요성을 간곡하게 설명하고 4만 불 기부를 확약받았습니다. 국가원수에 대한 세심한 의전을 보고서 영국 여왕을 알현할 때에도 그렇게 했으리라 짐작했습니다. 

25일, 부산으로 내려가 해양대학에서 현황설명을 성취하고서 1,200명 학생의 사열을 받았습니다. 보무당당한 열병에 감탄하였음인지 'fantastic'을 연발했습니다. 한국해양대학이 세계 상선대학 중 으뜸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졸업생이 세계해운을 영도하리라고 전망했습니다.

26일, 울산 현대조선을 방문해 50만 톤급 드라이독 바닥까지 내려가 인도가 발주한 선박의 공정을 살펴보고 사장에게 하자 없는 건조를 당부했습니다. 애국심이 엿보였습니다. 

오후에는 경주에서 신라유적을 관광했습니다. 천마총 고분에서 하늘을 나아가는 천마를 보고 감탄했습니다. 문화예술도 조예가 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27일, 김해공항을 통해 한국을 떠날 때 나는 선원선박국장으로서 IMO 안전부서에 한국인을 한 사람 채용해 줄 것을 간청했습니다. 런던에 귀임 후 한국체재 중 호의에 감사하다는 내용과 안전부서에는 자리가 없으나 경리직원을 추천해 달라는 서신을 받고서 경리 직원을 파견했습니다.

그해 1983년 11월 11일 IMO 제13차 총회가 개최되었습니다. 한국 수석대표 강영훈 주영대사가 한국경제의 경이적 발전과 IMO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음을 강조하며 이사국으로 선출해 줄 것을 호소했지만 낙선되었습니다.

23년이 지나 한국이 IMO사무총장을 배출했습니다. 이는 경이로운 사건입니다. 스리바스타바 총장이 해양대학 졸업생이 장차 세계해운을 주도할 것이란 예언이 적중하였습니다. 그리고 인도 시성詩聖 타고르가 일제강점기인 1929년에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라고 예언했습니다.

신비의 나라 인도의 두 거성巨星의 예언이 어쩌면 이렇게도 적중했을까요. 예지가 놀랍습니다. 해양대학이 IMO사무총장, 해양수산부장관, 해양대학총장, 선주협회장, KR회장 등을 배출했습니다. 

뱃사람을 천시하던 성리학의 허례허식의 너울을 벗어버리고 해양국가로 세계무대를 당당하게 활보하는 대한민국이 되었습니다.

스리바스타바 총장이 으뜸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스리바스타바 총장보다 훌륭한 업적을 쌓아 IMO 역사에 길이길이 빛날 총장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2020년 8월 15일 

耕海 김종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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