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보어 고긱, IHS Markit 수석 애널리스트

달리보어 고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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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로 많은 기업이 여러 계획을 변경했다. 올해 가장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것은 IMO 2020 선박 온실가스 규제였다. 환경규제 준수에 들어가는 비용 증가로 인한 스크러버 설치 비율 증가, 폐선 증가, LSFO(저유황 연료유) 공급 부족 등을 이유로 선박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 중 어떤 일도 지금까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원유 가격 급락(사우디아라비아의 공급 증대가 요인)과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이동제한 조치 등으로 인한 원유 수요 급감이 IMO 2020 환경규제 효과를 경감시키면서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예를 들어, 관련 자본 지출뿐만 아니라 LSFO/HSFO(고유황 연료유) 스프레드가 줄어들면서 투자 환수 기간이 길어지자 스크러버 설치를 주저하게 한다. LSFO/HSFO 스프레드는 현재 톤당 미화 100달러 미만으로 이는 올해 초 톤당 360달러를 상회하던 때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이다.

코로나19가 조선업에 미치는 영향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주요 조선업 국가에서 행해진 이동제한 조치 여파로 인해 건조 완료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현재 시점 기준으로 주요 조선업 지역이 팬데믹 1차 유행에 제대로 대응하면서 경기가 정상화될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공급망 및 선박 부품 구매 차질로 인해 일부 지연이 야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인도될 예정이었던 선박의 경우 최대 6개월까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이동제한과 경제활동 부진으로 불가피하게 야기되는 경기 침체로 수주 절벽이 우려된다. 유조선을 제외한 다른 선종의 경우 이윤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에서, 선박 운영사는 올해 비용 관리에 중점을 두어 영업이익 극대화 혹은 손실 최소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조선업에 좋은 소식이 아니다. 중고 및 신규 선박 가격을 비롯해 신조선 발주 전반을 감소시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객선 부문 역시 절대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다. 특히 유럽 조선소에서 스타라 불리는 크루즈선과 롤온롤오프선 등은 올해 발생한 손실을 만회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이는 선대 확장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타깃 시장이 코로나19 여파가 심한 지역이라는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IHS Markit의 AIS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선박이 항해하는 시간보다 정박에 훨씬 많은 시간을 소요한 것으로 나온다. 이는 수요 급감과 주요 항만 및 시장의 이동제한 조치를 반영한다. 여객선 부문의 신조선 인도분은 연기되거나 취소될 것으로 보이며, 신조선의 추가 자본 투자 역시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조선소가 최근 군함 부문에 주력하고 있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신조선 발주는 주요 부문의 과잉 공급, 낮은 이윤, 가용 재정 부족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 5년 동안 점차 감소해왔다. IMO 2020 환경규제 및 곧 발효될 선박 온실가스(GHG) 배출량 규제로 기존 선박의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하자 선박 운영사가 발주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대부분 불확실성이 해소되길 기다리며 관망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18개월 동안 발주가 줄어든 점을 미루어 볼 때, 이 역시 조선업계에 좋은 소식이 아니다.

현재 발주된 선박의 약 80%는 향후 약 18개월 동안 인도될 예정이다. 신조선 발주에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 속에서 2021년 이후로 예정된 발주량은 매우 적은 상태이다. 2021년 이후 선박 가용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지점이다. 주요 원자재 선박 부문에서 발주 선박 대 운행 중인 선박의 비율은 한동안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조선, 벌크선 및 컨테이너선 부문은 현재 9~10%를 상회하는 정도이다. 이 부문에서 폐선을 시행할 여지도 많지 않으며 주로 리뉴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약 자금난에 시달리는 조선소가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 부문에서 이익을 조금이라도 본다면 올해 신조선 발주의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과 적자생존은 조선업계에서 여전히 중요한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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