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

코로나 사태로 2분기 들어 현격하게 줄어들었던 컨테이너 물동량이 회복세를 보였다. 5월 전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1,333만개로 전년 동월 1,503만개에 비하면 12.7%나 감소한 수치였다. 그러던 것이 7월 들어서면서 1,480만개로 전년 동월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8월, 9월 들어서는 오히려 전년보다 물동량이 대폭 늘어났다.

코로나 이후 택배물량이 대폭 늘어났다는 뉴스가 주변에서 흔히 회자되는데, 이런 현상은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도 똑같이 벌어지는 모양이다. 사람의 이동이 최저수준으로 제약되면서 오히려 상품의 이동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컨테이너 운임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40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부산에서 LA까지 1500달러 하던 운임이 3800달러로 올랐다. 뉴욕까지는 4500달러를 넘어 5000달러 얘기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미 취항 선박 일부를 북미항로에 배선하면서 남미향 운임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모든 컨테이너 화물이 이렇게 높아진 운임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연초 장기적으로 운송계약을 체결하면서 운임을 약정한 화주는 올라간 시장운임과 상관없이 이미 계약된 운임만 지불한다. 회사마다 전략적 판단에 따라 장기운송계약 화물의 비중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미주항로의 경우 절반정도가 장기운송계약 화물로 추정된다. 운임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화주는 높아진 운임을 지불해야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반면 아시아역내 항로의 상황은 영 딴판이다. 한마디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그 어느 곳보다 많고 증가세도 높은데 반해 해상운임은 바닥을 면하지 못하는 처지다. 세계의 공장역할을 하던 중국의 제조 거점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주변으로 다변화하는 추세가 더해져 그렇지 않아도 많은 물동량이 더 많아지고 있는데도 하락한 운임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운임시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여러 주요항로 중 유독 아시아역내 항로의 운임만 최악의 상황이 계속되면서 동서항로와 뚜렷이 대비되는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동서항로는 3대 얼라이언스가 중심이 되어 자연스럽게 서비스 공급이 조절되는 시장인 반면 아시아역내 항로는 다수의 선사가 참여하여 치열하게 이전투구를 벌이는 시장이고 초대형선박이 동서항로에 투입되면서 종전에 동서항로에 투입했던 대형선박들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시아역내 시장에서의 장기계약도 물량면에서는 비슷한 상황이나 동서항로에 비하면 열악하다. 선화주의 신뢰와 믿음이 그만큼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역시 장기계약화물의 비중을 얼마로 가져가느냐의 문제는 개별 화주나 선사의 심사숙고에 따른 전략적 판단이겠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화주들이 깊은 고민없이 입찰을 통해 그저 싼 운임만을 쫒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주와 화주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기위해서는 뭘 해야 할까? 합리적인 운임으로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수출입화주는 시황의 변동에 따라 운임이 폭락하여 환호성을 지르거나 치솟는 운임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 둘 다 결코 원치 않을 것이다.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운임이 이어지기를 원할 것이다. 선사들도 마찬가지다. 시황의 변동이 최소화되어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공급하고 그에 따라 안정적인 수익이 창출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운송 서비스 시장이 보다 투명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선화주간의 신뢰가 두터워져야 한다. 동시에 계약에 대한 이행강제력도 단계적으로 높여나가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금년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해운법이 역할을 해내야 한다.

해운법 개정으로 운임공표제가 강화되고 선주나 화주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누구라도 신고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이행강제력을 끌어올렸다. 장기운송계약도 일정요건을 마련하고 표준계약서를 배포함으로써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또한 우리 선박을 많이 이용하는 화주에게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우수선화주제도도 도입했다.

정부의 해운재건 정책과 국회의 해운법 개정에 이제는 선화주가 화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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