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 IHS Markit 전무

피터 터치웰 전무
피터 터치웰 전무

극심하게 예측 불가능하고 급락을 거듭했던 한 해가 정점에 도달한 지금, 소매업체와 운송업체 경영진은 물동량이 이르면 12월 완화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그간 심한 타격을 받은 컨테이너 시스템이 균형을 회복하는 과정 역시 마침내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아시아향 공(空) 컨테이너 재배치 지연으로 인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벌어진 엔드투엔드(end-to-end) 물류 차질이 앞으로 수개월 동안 혹은 2021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

론 위도즈(Ron Widdows) 플랙시밴 리싱(Flexi-Van Leasing) CEO는 “턴타임은 느려지고 물류센터는 여전히 혼잡하며, 컨테이너 박스 회전 속도도 예전만큼 빠르지 않아 터미널로 반납하는 공컨테이너에 영향을 주며, 국내 유통 흐름도 이로 인해 영향을 받고 있다. 인바운드(아시아→미주) 물량 측면에서 보자면 지금이야말로 진짜 정점에 도달하고 있는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런 여러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시작점인 아시아의 주요 항만으로 돌아가는 항로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워더 업체 에펙스(Apex Maritime)의 커트 맥엘로이(Kurt McElroy) 상무는 “출발항 대부분이 장비 부족을 심각하게 겪고 있으며, 스페이스를 확약하는 것도 현재는 어려운 수준이다. 선사들이 모든 유휴 선대를 가동했지만, 여전히 수요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선복량이 충분하지 않다. 원산지 공장들은 상품을 보관할 공간이 없다. 선사로부터 충분한 장비를 받지 못해 상품을 실을 컨테이너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여러 실적 발표에서 항만 지연 문제가 많이 언급되는 것만 봐도 이러한 지연이 미국 수입업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eeking Alpha가 기록한 운동장비 업체 펠로톤 인터랙티브(Peloton Interactive)의 11월 6일 발표에 따르면 “항만 정체로 인한 어려움과 코로나19로 인한 창고 폐쇄 등의 문제로 Bike+ 제품 배송 기간이 크게 영향받고 있으며 소비자 경험에 상당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질 우드워스(Jill Woodworth) CFO는 지적했다.

수요가 여전히 강세고 스팟 운임도 기록적인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선사들은 공컨테이너를 아시아로 서둘러 돌려보내기 위해 이례적인 조치를 하고 있다. 북미 고객에게 컨테이너를 하선하고 바로 돌려보내도록 요청하고 어떤 경우에는 수출품 선적을 거부하기도 하며, 신규 장비 수수료를 부과하기도 한다. 선사들은 수수료를 받는 것보다 장비를 구비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예년이라면 성수기 물동량이 감소했을 11월에 들어서도 물동량이 조정되는 기미는 거의 감지하기 힘들다. 일부에서는 물동량이 감소세에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11월 9일 미국소매협회는 미국의 수입량 성장세가 올해 말과 내년 초부터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상 예측할 수 없었던, 기록적인 수치”를 보인 이후에 나온 전망이라고 미국소매협회의 <글로벌 항만 트래커>를 발간하는 해켓 어소시에이트(Hackett Associates)가 밝혔다.

위도우 플랙시밴 리싱 CEO는 “전자상거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거나 이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화주의 경우 성수기가 지나면서 예년처럼 물동량이 완화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여기서 생긴) 여유 스페이스도 대형 운송 업체가 빨아들이는 듯 보인다. 전자상거래 물량에 큰 영향을 받는 업체는 모두 이제서야 물량이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시장예측 전문가들조차도 수입량 급증이 지속하는 현상에 놀라긴 했지만, 여전히 이들 중 상당수는 이러한 현상이 아주 오래갈 수는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JOC.com의 모기업인 IHS마킷에 의하면 10월 미국행 컨테이너 총수입량은 전년동기대비 20.2% 증가했으며 이중 아시아발 물량은 23.7%, 중국발 수입량은 30% 급증했다.

미국의 GDP는 3분기 33.1% 성장하여 역대 최고치를 찍었지만, IHS마킷은 3분기 이후 GDP 성장세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억눌렸던 소비를 만회하기 위해 늘어났던 소비량이 점차 감소하고, 연방정부 및 주(州) 정부의 세제 지원이 줄어들며, 코로나19 감염률 확산으로 여러 주가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데 주춤거릴 것이기 때문이다. IHS마킷이 미국의 내년 GDP 전망치를 3.7%에서 3.1%로 하향 조정한 주요 이유는 미국 정부의 추가 경기부양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리먼 베라베시(Nariman Behravesh) IHS Markit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를 고려할 때 (수입량 급증은) 지속할 수 없다. 그러나 예상보다 오래가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야기한 유례없는 경기불황으로 불확실성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일부는 수입량 급증이 2월 12일 시작하는 중국 춘절까지 이어지고 난 뒤에야 사그라들 것이라고 진단한다.

미국 해상 LCL 전문 업체인 뱅가드 로지스틱스(Vanguard Logistics Services)의 컨테이너 선적 비즈니스 총괄책임자인 스테파니 루미스(Stephanie Loomis)는 “물동량이 중국 춘절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정말 불확실해지리라 생각한다. 물량이 매우 빠른 속도로 급감할 것이며 선사들은 선복량을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을 다시 맞닥뜨리게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근 발표된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 성공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만약 2021년 하반기 정상적인 생활을 재개할 수 있다면 이는 컨테이너 물동량에 위와는 정반대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포워더 업체인 에어 타이거 익스프레스(Air Tiger Express)가 트위터에 "소비자 지출이 서비스에서 제품으로 크게 옮겨갔지만, 만약 내년 여름 즈음 백신이 널리 상용화된다면 소비자의 억눌린 여행 욕구로 지출이 다시 서비스로 옮겨갈 수 있으며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고  남겼다.

수입량 수요가 급감했던 올봄 초, 선사들이 선복량 대폭 감축으로 대응했던 것과 비슷한 조처를 한다 해도 놀라지 말자. 10월 초 롤프 하벤 얀센(Rolf Habben Jansen) 하파그로이드 CEO는 “휩쓸려서 놀라지 말자”며 현재 물동량의 강세는 “예외적인 시기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급증이다. 이는 조정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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